1년차 행안부 국책 연구기관
균형·국토발전 새 대안 모색
청년자문단 꾸려 주민 소통
"거제 지심도 갈등 반면교사"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에는 수많은 섬이 존재한다. 행정안전부와 해양수산부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전국 3383개, 경남에는 519개의 섬이 있다. 개수로 치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섬에 거주하는 총 인구 수는 32만 3398명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산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시군도 7곳이나 된다. 

그런 섬이 지역소멸의 중심에 섰다. 주민들은 하나 둘 떠나고 섬은 점점 생기를 잃어간다. 섬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이 지역을 살리는 일이 됐다. 어떻게 섬을 되살릴지 연구하고 정책을 세우는 전문 기관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한국섬진흥원이 그 역할을 맡았다. 섬진흥원은 섬을 국토 발전의 중요한 축으로 세우고 영토의 끝이 아닌 출발점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동호 초대 한국섬진흥원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 원장은 코로나19 이후 섬이 지닌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 생태자원과 문화·관광 등으로 한국의 새 성장동력으로서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섬은 청정 에너지자원의 보고이자 6차 산업의 공간"이라며 "기존 소외와 낙후 상징이었던 이미지를 벗어나 뛰어난 생태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섬의 가치를 알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많은 균형발전 정책이 있었지만 수도권 집중에 따른 과밀화와 양극화를 막지 못했다"며 "국토 균형발전에 맞춰 지역 인구 감소를 막고 지역소멸을 늦추는 게 섬진흥원의 역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섬진흥원은 섬을 되살리고자 청년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발족한 1기 청년자문단은 19세 이상 45세 이하 청년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섬 관련 정책 주제 선정, 아이디어 제언 등 섬진흥원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오동호 한국섬진흥원장. /한국섬진흥원

오 원장은 "섬과 청년의 공통점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는 점"이라며 "육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큰 경쟁 없이 우수한 환경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섬이라는 공간을 누구나 공동체를 형성해 도시에서 할 수 없었던 도전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섬을 살기 좋게 변화하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주민 소통 없는 일방통행식 개발은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지난 6~7년간 이어진 거제 지심도 주민들과 시와의 갈등은 이러한 상황을 잘 나타낸다. 

섬진흥원은 거제 지심도 갈등 해결 과정을 참고해 섬 주민과 소통강화, 맞춤형 정책 개발 등 주민 정주 여건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오 원장은 "매달 '찾아가는 섬 현장포럼'을 개최해 섬 주민이 처해 있는 현실을 살피고 있다"면서 "섬 가치 증대를 위해서도 주민 거주는 필수적은 요건이기 때문에 주민과 지자체 이견을 줄일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일도 게을리할 수 없다"고 전했다. 

주민과의 소통만큼이나 각 지자체와 협력도 중요하다. 섬진흥원은 정부와 지자체에 섬과 바다에 관한 정책, 사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 원장은 기본적으로 지자체에서 섬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남도에서 운영하는 섬마을 작은 병원 '경남도 보건선' 같은 서비스는 소외됐던 섬 주민들을 위한 훌륭한 사업"이라며 "이처럼 각 지자체에 맞는 정책이 있는데 섬 진흥원은 이를 개발하거나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가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섬진흥원은 빠르게 진행되는 '유인도의 무인도화'를 당면 과제로 꼽았다. 

오 원장은 "현재로서는 무인도는 보존에 초점을 맞추고 유인도에서 빠져나가는 사람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달의 섬 선정, 섬 한달살이 등 좋은 섬을 알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0월 8일 출범한 한국섬진흥원은 전국의 섬 육성, 정책개발과 보전·관리에 관한 연구·조사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행정안전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이다. 전남 목포시에 있다.

/박신 기자 pshin@idomin.com

 

오동호 한국섬진흥원장은

제2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남도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통상진흥과장, 정책기획관을 거쳐 울산광역시 행정부시장, 행정안전부 지역발전정책국장 등을 맡아 지방행정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9월 한국섬진흥원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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