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빌려준 사업가 명의 통장의 존재
당사자가 쓴 실명 담긴 이야기 책으로

경남도민일보에서 새 책을 펴냈다. <박정희 비자금 우리 통장에 있어요(1)>다. 출판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에서 첫 반응은 "진짜가? 영화 이야기 아이가?"였다. 그럴 만도 했다. 원고는 믿기도 어렵고 일어나기도 어려운 일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가 직접 쓴 육필이고 개별 사건들이 구체적인 데다 상황 논리에도 어설픈 구석이 없었다. 100% 허구가 아닌 것은 확실했다. 죽은 이는 물론 살아 있는 인물까지 실명으로 거론되고 있었다.

얘기는 대통령병에 사로잡힌 군인 박정희에서 시작된다. 대통령이 되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사업가에게서 거액을 빌렸다. 돈다발을 눌러 담은 광목 자루가 세 개였다. 박정희는 1961년 5.16쿠데타 뒤 죽은 채권자의 가족이 달라고 하자 가족 명의로 만든 통장에 돈을 넣고 갚은 시늉만 했다. 언젠가는 주겠지만 지금은 안 된다면서 관리인을 따로 두고 가족에게는 보여만 주었다.

박정희는 죽을 때까지 대통령이 하고 싶었다. 삼선개헌도 하고 유신헌법 제정도 했지만 부하의 총에 졸지에 이승을 뜬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박정희가 죽고 나자 주인을 잃은 검은돈이 유령이 되어 떠돌기 시작했다.

정보요원, 정치인, 고위 관료 중에 돈냄새를 잘 맡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후락 중앙정보부장도 그런 1인이었고 서정화·박주선·윤증현도 코를 킁킁대며 비루한 방법으로 빨대를 꽂았다. 인감의 주인인 가족들은 농락당하고 내팽개쳐졌다. 서정화는 국민의힘 상임고문, 박주선은 (윤석열)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이고, 윤증현은 이명박 정부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

통장에는 수조 원의 거액이 들어 있었다. 이 밖에 100조 넘는 9명 등 800여 명의 통장이 '특수계좌'로 관리·활용되고 있다. 정치와 경제를 좀먹는 엄청난 규모의 검은돈이다.

믿기지 않는 얘기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일들로 얼룩져 있는 것이 우리 현대사였다. 6.25전쟁 당시 자행된 보도연맹 민간인 집단 학살사건, 1951년 정규 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산청·함양·거창 사건, 1971년 군인·경찰과 민간인 50명이 희생된 북파 공작원 실미도 탈출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독재의 압제 아래 오랫동안 비밀이 봉인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민주화 덕분에 언론 보도, 소설 발행, 영화 개봉 등으로 널리 알려진 시기는 일러야 90년대 후반이었다. 이제 그 마지막 봉인이 풀릴 때가 되었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죽은 박정희한테 남은 비자금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비상식적이다.

먼저 서·박·윤 등 실명이 거론된 분들께 읽어보시라 권한다. 사실이 아니면 저자와 편집자를 반드시 고소해 주시기 바란다. 영화계에도 일독을 권한다. 영화 <실미도>에 1100만 관객이 들었다는데 영화 <박정희의 비자금>은 그보다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할 것이 분명하다.

/김훤주 출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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