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민이 주인이다. 그러나 주인이 막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권리는 누리되 반드시 책임과 의무도 따른다. 하지만 지금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해 사는 양산 평산마을은 이곳이 책임과 의무가 살아 있는 대한민국이 맞는가 의문이 들게 한다. 법망을 교묘히 피했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의 예의마저 없다면 그것은 법과 상식 이전에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것이다.

문 전 대통령 퇴임 전후로 양산시 평산마을에는 소위 보수단체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잇단 보수단체 집회로 말미암은 피해를 호소하다 직접 시위자들에게 자제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시위자들은 집회를 강행하고 있다. 이들은 차량에 설치한 확성기를 이용해 애국가와 국민교육헌장, 군가 등을 반복해서 마을 방향으로 틀고 있다. 한 단체는 11일부터 30시간 연속 집회를 강행했고, 주민들은 밤에도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또 다른 대표는 문 전 대통령 귀향 다음날인 11일부터 사저 앞 도로에서 숙식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7∼8개 단체는 돌아가며 집회를 하고 있다. 이것은 정상적인 집회가 아니다. 애국을 주장하며 태극기를 들고 애국가, 국민교육헌장, 군가 등을 틀어대지만 애국은 그렇게 소리쳐 주장한다고 애국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조용히 살고 있는 또 다른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호소를 뭉개는 처사는 애국을 들먹일 가치조차 없다. 게다가 성적인 표현에 욕설까지 해대면서 무엇을 주장한단 말인가.

집회와 시위를 통한 개인과 단체의 저항권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보장된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기도 하다. 하지만 평산마을 집회는 전직 대통령을 괴롭히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평온한 마을에서 살아온 고령 주민들은 온종일 소음에 시달리며 불면증과 스트레스는 물론 식욕 부진으로 신체 이상까지 호소한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펼침막으로 호소하고 대화를 요구해도 막무가내라면 저들은 자기와 같은 권리와 책임이 있는 국민을 유린하는 것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집회는 더 이상 어떤 요구를 관철하려는 집회가 아니다. 광신적인 작태에 법 집행이 엄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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