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표지 인근 관리 기준 없어
지자체 내 담당 부서도 불분명
권익위, 전담도 협업 사례 권고

수목이 우거지는 계절이 오면서 표지판을 가리는 가로수가 눈에 띈다. 교통안전을 위해 도시 경관이나 숲을 해치지 않으면서 이를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데, 자치단체와 경찰 등 관계기관 협력이 절실하다.

22일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에서 창원중앙역으로 이어지는 국도25호선 해원로를 달리다 보니 제한 속도 표지판과 방향 표지판이 도로 너머로 뻗은 나뭇가지와 무성한 잎에 가려 있었다. 이 도로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진영국토관리사무소에서 관리하지만, 수목 정비는 자치단체 몫이다.

'가로수 조성 및 관리규정 고시'를 보면 경남지역 일반 국도와 지방도 가로수관리청은 도지사 또는 시장이다. 또 도시지역은 방향·기타 표지 40m, 기타지역은 방향 표지 70m·기타 표지 40m로 도로표지 전방 가로수 식재 제한구역도 정해져 있다. 다만 △갓길 끝에서 2m 이상 떨어진 위치 △최대 수고 4m 이하 소교목이나 관목류 △가지치기 등 방법으로 가로수가 도로표지를 가리지 않도록 구체적인 가로수 관리방안이 마련된 경우 표지 전방에 가로수를 심을 수 있다. 이 같은 예외 조항이 있어 도로표지 주변 가로수는 일률적인 기준이 없는 모습이다.

경남에는 국도와 지방도 등 5942㎞ 주요 도로변에 116만 2000그루 가로수가 심겨 있다. 벚나무, 은행나무, 배롱나무, 이팝나무,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 등이 43.3%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표지·신호등과 같은 도로안전시설 시계를 가리는 가로수는 가지치기 대상이 된다. 단 창원과 하동 등에 많은 벚나무류는 절단부가 쉽게 썩는 수종으로 가지치기에 유의해야 한다.

자치단체는 표지판이나 신호등을 가려 사고 위험이 있는 구간에서 가지치기 등으로 가로수 정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매번 개별적으로 민원을 해결해 그 효과가 크지 않을뿐더러 자치단체 안에서는 도로 부서와 산림 부서 간 수목 관리 주체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광역지자체와 경찰이 협업한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에서 창원중앙역까지 이어지는 국도25호선 해원로를 달리다 보면 제한 속도 표지판이나 방향 표지판이 도로 너머로 뻗은 가로수 나뭇가지에 가려 멀리서 보이지 않는다. /이동욱 기자

전남도와 전남경찰청,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9월부터 '교통안전을 저해하는 도로 주변 수목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22개 시군과 경찰서 협조로 나무를 옮겨야 하는 곳, 교통안전시설을 이동해야 하는 곳, 가지치기나 베어내기가 필요한 곳을 사전에 조사했고, 391곳에서 작업이 진행됐다. 특히 어린이·노인보호구역, 진입금지, 제한속도, 일방통행 등 중요 안전표지판을 가리는 사례를 확인했다. 가로수 가치를 고려해 다 자란 나무를 베어내지는 않았다. 예산은 시군 관리사업비로 지출했다. 권익위는 이 협업 사례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경남도 또한 지난해 가로수 정비를 했다. 손태영(국민의힘·의령군) 경남도의원은 지난해 7월 의회 5분 발언에서 "가로수 안전 점검은 구체적인 규정 없이 재량으로만 이뤄지는 형편"이라며 가로수 일제정비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도는 시군과 함께 같은 해 7~9월 2만 3930그루 가로수를 정비했다. 이 가운데 운전자 시야를 가려 가지치기 한 사례는 5791그루였다. 경남도는 점검 과정에서 가로수 정비를 지도에 표시해 한눈에 볼 수 있게 해뒀거나 도시숲관리원이 매년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양산시 등 우수 지자체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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