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교육교부금 개편 예고에 반발
핀란드, 교육 투자로 경제위기 극복
재정 감축은 공교육 중요성 간과

18대 경남교육감으로 취임한 박종훈 교육감은 질적인 성장으로 '대전환'을 위해 교육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 개편을 예고한 것을 두고 반대 의견을 명확히 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6일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유·초·중·고교 교육을 위해 정부가 전국 시·도교육청에 배분하는 교육교부금을 대학과 평생교육 부문에도 나누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교육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미래 위해 교육에 투자를" = '미래 교육 완성'을 강조하며 당선한 박 교육감은 앞으로 교육은 질적인 성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교육청 예산 중 70% 정도가 '인건비'라며 사실상 그동안 교육을 교사의 '개인기'에 맡긴 것과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박 교육감은 핀란드를 예로 들어 교육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핀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생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2000년, 2003년, 2006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순위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상위권이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2018년 내놓은 <핀란드 경제위기 극복의 원동력: 혁신역량과 규제완화> 연구보고서에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후 10년간 다섯 차례 역성장 등 장기적 경기 침체를 겪었던 핀란드가 2016년부터 회복세를 나타낸 요인 중 하나로 '혁신역량을 배양하는 교육 기반'을 꼽았다.

연구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6%에 달하는 교육부문 투자와 성과가 세계적인 수준의 혁신역량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핀란드 교육 특징을 △박사과정까지 무상 교육 △개인별 성취 수준에 맞춘 절대평가 △실용·통합적 사고력 배양 등으로 소개했다.

박 교육감은 "핀란드는 1990년대 위기 때 교육 투자는 줄이지 않아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로 교사들의 대학원 수업을 국비로 지원했었다"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이 세계 10위권에 오른 것도 교육의 역할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단순히 학생 수가 감소한다고 해서 교육교부금을 줄이겠다는 것은 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지난달 30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교육감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지난달 30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교육감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이어 "교육재정 감축은 교육을 현상태로 유지하겠다는 관점"이라며 "지금은 낡은 시설 개선, 고교학점제, 미래 교육 등 선진국형 질 높은 교육을 위해 대전환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노후 시설과 관련해 경남에는 지은 지 40년이 넘어 2025년까지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전환 대상이 되는 학교는 모두 502곳이다. 184곳(1조 4343억 원)이 추진 중이며, 나머지 318곳을 개선하려면 1조 9022억 원이 더 필요하다.

20년 이상 노후 화장실 개선(506곳·504억 원), 2027년까지 석면 완전 제거(5265억 원) 등에 필요한 예산도 만만치 않다.

올해 경남교육청은 추가경정예산으로 받는 교육교부금(1조 5540억 원) 중 1조 716억 원을 기금으로 조성한다. 학교 등 노후 시설 개선은 방학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번 여름방학을 이용하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어 일러도 올 겨울방학에나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학급 수는 오히려 더 늘어나기 때문에 담당 교직원 인건비, 과밀학급 모듈러 교실 설치, 학교 기본 운영비 등을 줄일 수 없다.

박 교육감은 앞으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육교부금 개편 문제를 논의하고 의견을 모아 대처해 나가겠다고 했다. 사실 협의회에서 최근 교육교부금 감축 반대 목소리를 낸 것도 박 교육감이 주도한 것이다. 박 교육감은 "선거 후 전국 교육감 당선자가 모인 자리에서 먼저 교부금 얘기를 꺼내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지난달 17일 교육교부금 감축 추진에 반발하며 "미래를 책임질 학생의 성장을 위해 교육교부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해달라"고 했다.

◇청소년 미래 역량 길러야 = 박 교육감은 미래 사회를 살아갈 학생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립과 공존의 힘을 길러주고 싶다고 했다. 자기주도적 학습, 배움을 실천하고 사회와 연계한 교육과정 등으로 미래 역량을 키우겠다고 했다.

박 교육감은 "자립은 스스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은 판단력을 기르고, 판단력은 어떤 상황에서든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된다"며 "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타인과 공감하고 생태와 공존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 교육 플랫폼 '아이톡톡'은 박 교육감이 구상한 미래 교육의 수단 중 하나다. 17대 교육감 임기 때 '아이톡톡'과 학생용 스마트단말기 보급 등으로 그 토대를 구축했다면, 앞으로는 정보·자료를 축적하고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진로·진학에도 활용하려고 한다.

 

'아이톡톡' 고도화해 맞춤 학습 지원
마지막 임기 지역 살리는 교육에 방점
도내 교육 불균형 감소 정책 등 추진

 

아이톡톡은 올해 학생 개별 맞춤형 서비스를 시작하는 게 목표다. '톡톡AI 수학' 지원, 영어, 과학 등 과목을 준비 중이다. 2025년까지 지속적으로 아이톡톡 고도화를 추진한다.

박 교육감은 "지금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 교육으로 나아가는 전환기"라며 "교실도, 학교도, 교육도 이전과 다른 혁신이 필요하다. 교육 영역을 마을로, 미래로 확장해 모든 학생이 저마다 꿈을 실현하는 경남교육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박 교육감은 '3선' 무게감으로 '지역을 살리는 교육'을 강조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가적인 지역교육 정책이 없다고 꼬집으며, 지역교육에 유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궁극적으로는 경남 학생이 수도권 학생과 동등한 상황에서 진로·진학을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박 교육감은 교육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국가교육위원회 등에 의제를 제시하겠다고 했다.

도내 교육 불균형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강화한다. 도시와 농촌, 신도시와 원도심 간 교육 격차를 없애고자 그간 추진했던 농어촌 작은 학교 살리기, 행복교육지구와 마을학교 활성화, 진로교육원·생태환경교육원 설립 등으로 새로운 활로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희곤 기자 hgo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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