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9620원에 한숨
허리띠 졸라매도 '3고'부담
"노동자 희생 강요는 불합리"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9620원으로 정해지자 저임금 노동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금리·유가 등 어느 하나 낮아질 기미가 없으니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해서다.

아이돌보미 황미순(59) 씨는 요즘 보통 오전 2시간, 오후 3시간 일한다. 이동거리는 기본 20~30㎞. 기름값이 연일 고공행진하는 터라 부담이 늘었다.

기본급이 없는 아이돌보미는 활동 시간 기준으로 매월 수당을 정산한다. 현재 황 씨가 한 달에 버는 돈은 100만 원 초반대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저임금 노동자 삶도 소중한데, 최저임금 결정에 경영계 요구가 더 반영된 것 같아요. 고통은 분담해야죠. 저임금 노동자 희생 강요는 불합리해요."

기름값뿐인가, 물가도 치솟자 황 씨는 기본 식비를 빼고는 모든 지출을 줄였다. 언제까지 바짝 줄여야 할지 알기 어려운 노릇. 황 씨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1만 원 이상으로 정해졌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아르바이트생 배채연(21) 씨는 월 60만 원에서 90만 원을 번다. 금리나 기름 값 영향을 덜 받지만, 치솟은 물가는 고스란히 체감하고 있다.

"밥 한 끼 제대로 사먹기 부담스러워서 외식을 줄였는데, 집에서 요리를 해도 재료비가 부담이더라고요.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그대로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듯해요. 저축도 쉽지 않고."

배 씨는 물가가 오르면 임금도 올라야 하는데 내년도 최저임금은 걱정스러운 수준이라고. 그는 "최저임금이 보장돼야 최소한 생활이 보장되는데, 솔직히 지금 물가가 지속한다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부족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고유가 삼중고에 저임금 문제, 특히 초단시간·단시간 노동자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달 2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노동연구원에서 낸 2022년 전국 최저임금 설문조사 결과에서 15시간 미만과 15~35시간 일하는 노동자 월평균 임금은 100만 원 미만이 각 64.0%, 46.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36~40시간 일하는 노동자 가운데 34.5%, 52시간 넘게 일하는 노동자 16.5%도 100만~200만 원 미만을 받는다고 나타났다.

강원도를 뺀 16개 광역자치단체 현장 설문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와 시민은 1875명으로 노동자는 1766명, 사업주나 자영업자는 109명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33.1%는 월 220만~240만 원 미만을 내년도 최저임금 적정 수준으로 꼽았다. 시급으로는 1만 530~1만 1480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월 209시간 기준 환산액은 201만 580원이다.

지난 5년간 지금 일하는 사업장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은 응답자(664명) 57.1%는 코로나19 대유행 등 원인 매출액 감소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최저임금 인상을 주된 이유로 꼽은 비중은 6.3%에 그쳤다.

민주노동연구원은 "자영업자에게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코로나19 대유행 위기, 원자잿값 상승 등 다른 요인이 더 큰 충격을 주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은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반발하는 데다 고시 전까지 이의 제기 길이 열려있는 만큼 당분간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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