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고용 불안에 재정지출 늘 텐데
세수 감소는 불평등 확대·성장효과 없어

세계경제가 물가상승 속에 경기침체가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감세와 규제 완화를 위주로 하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되었다.

미국 5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보다 8.6% 급등했다. 한국도 5월 소비자물가 상승이 5.4%를 기록한 데 이어 7∼8월 중 6%를 넘을 것이 확실하다. 물가상승의 원인으로는 수요증가보다는 공급 쪽 원가상승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미크론발 공급망 교란으로 물가 상승이 시작되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대응한 경제 제재가 결정타였다.

미국과 한국은 금리인상을 통한 수요 억제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현재 기준금리 1.75%에서 7월 0.75%p, 9월 0.50%p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올해 말 기준금리가 3%를 웃돌고 내년에는 3.8%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도 현재 기준금리 1.75%인데 많은 금융기관은 7월 0.5%p 빅스텝 후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이자율 인상 등으로 물가를 내리는 것은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석유가격은 내리기 힘들다.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침체를 유발하고 있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질 성장률은 마이너스 1.6%였다.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2분기 성장률을 마이너스 2.1%(연율 기준)로 추정했다. GDP가 2개 분기 연속 감소할 경우 경기침체로 정의되니 사실상 경기침체에 들어간 셈이다.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은 전분기 대비 0.6% 성장에 그쳤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올해 성장률을 2.6%로 내다봤다.

수출부진도 경기침체 신호 중 하나다.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15.6% 증가한 3503억 달러, 수입은 26.2% 늘어난 3606억 달러였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03억 달러(약 13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적자로 환율이 달러당 1300원대로 오르면서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금리가 오르고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 가계부채 부실문제와 고용불안 문제가 대두될 것이고 그에 재정지출 확대 필요성도 커진다. 그런데도 6월 발표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은 법인세와 재산과세 인하와 규제 완화로 투자, 고용 창출을 이끌어내겠다고 한다.

감세는 세수를 감소시키고 불평등만 심화시킬 뿐 성장과 고용확대에 효과가 없다. 영국 런던정경대 데이비드 호프 박사 등이 OECD 회원국 중 18개국이 1965∼2015년에 시행한 30번의 부자 감세정책을 분석한 결과, 부자 감세 정책은 소득 상위 1%의 세전 소득점유율을 감세 후 5년간 평균 0.8%p 높였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나 실업률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또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 간담회에서 "경쟁적으로 임금을 올리면 물가, 임금 연쇄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했다. 그러나 1970년대는 노동조합 힘이 강해서 물가상승에 따라 임금을 올릴 수 있었지만 그후 노조 힘이 빠지면서 물가 상승 충격이 임금·가격 상승의 악순환을 초래할 위험이 줄었다. 한국의 노동조합 가입률도 1980년 21%에서 2019년 12.5%로 반토막 났고, 일부 대기업 노동자를 제외하면 다수 노동취약계층은 고물가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를 겪을 수밖에 없다.

/장상환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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