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오는 8월 18일부터 사업주는 노동자 휴게시설을 정부 기준에 맞춰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그러나 입법예고된 시행령은 상시노동자 20명 이상 사업장이나 20억 원 이상의 건설공사 현장, 상시노동자 10명 이상 사업장 중 아파트·건물 경비원, 청소·환경미화원 등 6개 직종 노동자가 2명 이상인 사업주에게만 휴게시설 설치 의무를 부과하여 법 개정 당시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20인 이상 사업장도 서너 명이 앉으면 꽉 차는 6㎡ 규모의 휴게실 1곳만 설치하면 법적 책무를 다하는 셈이니 질이 떨어진다.

민주노총이 지난 4월 전국 13개 지역 산업단지의 노동자 4021명을 대상으로 휴게시설 현황을 조사한 결과, 43.8%가 사업장에 휴게실이 없다고 응답했다. 20명 미만 사업장 58.2%는 휴게실이 없었다. 설치된 휴게시설도 공간이 좁고, 개수가 부족하다. 경남의 경우 응답자 192명 가운데 65명(33.9%)은 사업장에 휴게실이 없다고 답했다. 휴게시설이 없는 사업장 종사자의 66.2%는 쉴 때도 업무공간에 머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체 휴게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영세 사업장 종사자들을 위해 여러 사업장이 공동휴게실을 설치해 함께 운영하는 것에 대해선 응답자의 80.2%가 찬성했다.

시행령 개정안이 담고 있는 2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바로잡아야 한다. 독일의 경우 10인 이상 고용 사업장은 사무실에서 쉴 수 있는 경우를 예외로 하고 휴게실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시행규칙에서 휴게시설 설치기준을 애매하고 추상적으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휴게시설 공간과 장소와 개수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담아 노동자들이 휴게권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 노동조합과 협의하고 산업단지 안 공동휴게시설을 조성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방안을 제도화해야 한다.

임금 차별과 함께 휴게권 차별도 노동시장 양극화의 한 요소다. 젊은층이 저임금 영세업체 취업을 기피하는 데는 이것도 작용한다. 노동자들이 제대로 휴식하고 안전한 노동을 해야 우리도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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