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사바로잡기 경남연대 주관
강단사학계-재야사학계 충돌
임나일본부설 해석 등 시각차

가야사를 둘러싼 학계와 재야 사학계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2시부터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야사 쟁점 학술토론회'는 이러한 혼선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토론회는 김영진 전 경남도의원이 주최하고, '식민사관으로 왜곡된 가야사바로잡기 경남연대'가 주관했다. 특히 주최 측 주장을 지지하는 일부 참석자들이 반대 측 주장에 거세게 항의하며 고성이 오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

이날 행사에는 장재진 동명대 교수(좌장), 이근우 부경대 교수(발제자),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발제자), 박천수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토론자), 김수지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토론자), 김영진 전 경남도의원, 이용중 가야사바로잡기 전국연대 운영위원장, 도명 스님(역사바로세우기 불교연대 공동대표), 가야고분군등재추진단, 부경대 대학원생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에서 쟁점이 된 사안은 크게 네 가지다. △임나일본부설 해석 문제를 비롯해 △가야가 일본 땅을 통치했다는 월북학자 김석형의 이론이 현실성 있느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지에 기문국과 다라국 명칭을 쓴 게 옳으냐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실존성, 가야 건국시기를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다.

먼저 발제자로 나선 이근우 교수는 '이덕일 역사TV 들여다보기'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이덕일 소장을 겨냥했다. 이 교수는 "이 교수의 가야사에 관한 주장은 대부분 월북한 김석형 교수가 1960년대에 제기한 고대 한일관계사의 관점에 의거한다"며 "1960년대 자료를 가지고 임나일본부 문제를 해석하고 그게 옳다고 얘기하는 것은 발전이 없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은 우리처럼 학문의 자유가 있는 나라가 아니다"라면서 "수십 년이 지나는 동안 수많은 고고학적 성과가 있었는데 그 당시 북한학계 주장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덕일 소장 유튜브에서는) 가야 개국연대가 서기 42년, 임나는 서기전 33년으로 표기돼 있어 개국연대가 다르다"며 "개국시조 김수로왕, 구형왕이 있는 반면 임나 쪽은 없다. 기록이 없는데 다른지 같은지 어떻게 아나. 이런 것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소장 유튜브를 볼 때는 사실인지 클릭 수를 올리기 위한 것인지 신경 쓰며 영상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발제자로 나선 이덕일 소장은 북한 학계를 추종하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소장은 "남한 강단사학계가 사료와 동떨어진 역사해석을 하는 근본 이유는 아직도 조선총독부 시절처럼 <일본서기> 관점 역사를 바라보기 때문"이라며 <삼국사기> <삼국유사>가 아닌 <일본서기> 시각으로 가야사를 바라보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 지난달 30일 경남도의회에서 가야사 쟁점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맨 왼쪽부터 박천수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 이근우 부경대 교수, 장재진 동명대 교수,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김수지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경남도의회
▲ 지난달 30일 경남도의회에서 가야사 쟁점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맨 왼쪽부터 박천수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 이근우 부경대 교수, 장재진 동명대 교수,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김수지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경남도의회

이 소장은 "북한학계나 저희는 '임나는 가야계가 일본 열도에 진출해서 세운 소국·분국'으로 본다"며 "대마도, 규슈 등 저마다 보는 임나 위치는 다르지만, 저나 북한학계는 오카야마로 보고 있으며, 여러 사료를 보다 이게 타당해서 받아들인 것이지 남한 강단사학계같이 무조건 일본인을 추종하는 그런 건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발제가 끝나고 좌장과 토론자가 함께 배석한 뒤부터는 중간중간 고성이 나왔다. "한국인의 시각으로 한일 고대 관계사를 바라보지 않고, 일본 극우파의 시각으로 바라보나"(김수지 연구위원),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실존성을 부정하고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 일관되게 말하는 가야 건국시기를 부정하는 게 타당한 것이냐"(이덕일 소장), "신화 속 이야기를 이건 믿고, 저건 믿지 말자고 할 수 없다"(이근우 교수), "최소한 고고학을 알려면 학부 4년, 대학원 2년을 공부해야 고고학의 '고' 자를 알 수 있는데 고등학교 때 입북한 조희승 선생은 고고학을 알지 못하며 유적을 본 적도 없다"(박천수 교수)는 언급 등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방청객이 특정 주장을 옹호하며 공세를 퍼부었고, 토론회가 끝난 이후에도 실랑이가 이어졌다.

김영진 전 도의원은 "이번 토론회로 많은 시민이 잘못된 가야사를 바로 인식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근우 교수는 "이덕일 소장의 유튜브 내용을 두고 정면으로 반론을 제기한 첫 공식 행사"라며 "그가 가야사를 어떻게 보는가를 그간 아무도 직접적으로 문제 제기한 적이 없었지만, 이번 기회로 유튜브를 본 분들이 '저런 것이 틀렸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cs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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