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회 무학산영화제 감독과의 대화

마산영화구락부 이틀간 개최
개막작 〈정순〉 정지혜 정진혁
디지털 성범죄 편견 깨려 해
"일상 속에 가까이 있는 범죄"

제2회 무학산영화제가 지난 2~3일 이틀간 창원 마산합포구 신추산아파트 공유공간 신추산 공동체(문신길169)에서 열렸다. 창원지역 영화동호회 '마산영화구락부' 청년들이 마련한 영화제 개막작은 디지털 성범죄를 소재로 삼은 영화 <정순>(정지혜 감독·2021)이었다. 올해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작이다.

부산에서 영화사 시네마루를 운영 중인 양산·창원 출신 정지혜(27)·정진혁(28) 감독이 제작·촬영한 작품으로, 식품공장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 노동자 정순이 같은 직장 동료 영수를 만나 사랑에 빠진 뒤 영상 불법 유출 피해를 겪는 과정을 그린다. 두 감독은 개막일 경남에서 첫 관객과 대화(GV)를 했다. 행사는 김민우 영화평론가 사회로 진행됐다. 다음은 정지혜 감독과 일문일답.

▲ 영화 <정순>을 제작한 정지혜(가운데) 감독이 정진혁(맨 오른쪽) 감독과 함께 김민우 영화평론가 사회로 진행된 제2회 무학산영화제 관객과 대화(GV)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 영화 <정순>을 제작한 정지혜(가운데) 감독이 정진혁(맨 오른쪽) 감독과 함께 김민우 영화평론가 사회로 진행된 제2회 무학산영화제 관객과 대화(GV)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영화를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지.

"대학 휴학 시절 식품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이 있어요. 그때 영화 속 주인공인 정순과 비슷한 연령대 이모들과 오랜 기간 같이 일했어요. 이후 중년 여성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졸업 후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가해자 대다수가 중년 남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저조차도 이런 범죄는 젊은 세대만의 범죄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사회적인 편견이나 선입견을 깨야겠다고 생각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하게 됐어요."

-디지털 성폭력 피해 장면을 찍을 때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피해를 재연하는 거잖아요. 어떤 고민을 담았나요?

"영화에서 잘 설명돼야 하는 부분이잖아요. 잘 드러내야 하는 장면인데도 영화 보는 분들이 불쾌함을 최소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정순이 (속옷 차림으로 영수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거로 정하게 됐어요."

-영화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해요. 그래서 영화가 더 씁쓸하게 느껴져요. 그런 사람들이 불법 유출 영상을 돌려보고 그러니까요. 이렇게 인물을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디지털 성범죄는 일상적이고 가까이 있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범죄라고 생각해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에게서만 발생하는 범죄가 아니거든요. 그 지점에서 정순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사람들 사이에 정순이 속해 있기를 바랐어요."

▲ 개막작 〈정순〉정지혜(가운데)·정진혁(맨 오른쪽) 감독.  /최석환 기자
▲ 개막작 〈정순〉정지혜(가운데)·정진혁(맨 오른쪽) 감독. /최석환 기자

-정순 역을 맡은 김금순 배우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어색한 웃음이나 무미건조한 표정을 짓는데도 표정만으로도 감정이 다 와닿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어요.

"김금순 배우는 독립영화를 다작한 배우세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가족 간 소동극을 그린 영화 <한낮의 피크닉>이라는 작품에서 처음 뵙고, 엄마 역할을 맡아서 연기하는 걸 보고 스크린과 잘 융화되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저희 PD가 정순 역으로 김금순 배우가 어떠냐고 얘기하더라고요. 힘이 있는 배우라 꼭 만나보고 싶던 선배님이었어요."

-내년 상반기에 영화 개봉을 할텐데요. 마지막으로 정순에게 해주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소개해준다면.

"우선 정순에게는 정순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응원한다고요. 내년 상반기 개봉 전까지 차기작 시나리오 작업을 할 것 같아요. 중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스릴러 작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최석환 기자 cs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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