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이념 대립·무관심 근거
교육감 직선제 폐지 법안 추진
시도지사 러닝메이트 방식 논란
교육행정, 중앙 정치 예속 우려

국민의힘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며 지방자치와 교육자치 활성화에 역행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 1일과 4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주도로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골자로 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2건이 발의된 상태다. 김선교(경기 여주·양평) 의원과 정우택(충북 청주 상당구)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고 강기윤(창원 성산구)·서일준(거제)·윤영석(양산 갑)·하영제(사천·남해·하동) 의원 등 경남 국회의원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개 법안 발의에 참여한 전체 20명 국회의원 중 경남에서만 5명이 포함되는 등 비율이 매우 높다. 또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다수 참여하며 당 차원에서 중점 추진하는 법안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직선제, 정치화 프레임 = 국민의힘은 개정법률안 발의 취지를 설명하며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의 무효표는 90만 3227표(전체 4%)로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 35만 329표(전체 1.6%)의 2.5배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당이 없는 교육감 선거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근거로 활용했다. 교육감 후보와 정책을 모르는 유권자가 많아 '깜깜이 선거'(이하 묻지마 투표)가 반복되는 탓이라는 추정이다.

교육감 직선제에 따른 과도한 선거비용 지출,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 갈등으로 교육정책의 통일성이 저해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교육 정치화로 인한 과도한 이념 대립 야기 등을 거론하며 '교육감 직선제=정치화' 프레임도 가동했다.

이에 현행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시도지사 선거의 후보자와 교육정책을 공유할 수 있는 교육감 후보자를 지명해 선거에 공동으로 출마하는 러닝메이트 선거방식을 도입하면 정치화가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당 소속으로 선거를 치르면 '국민의힘 교육감'과 '민주당 교육감'으로 정치색이 더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줄을 잇는다. 무효표 비율이 높다는 점이 곧 '묻지마 투표'라는 주장도 일방적일 뿐 논거가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학부모 등 유권자들은 광역시도 교육감 출마자의 정책을 살펴보고 직접 교육감을 뽑을 수 없다.

◇지방선거 결과에 만족 못했나 = 국민의힘은 6.1 지방선거 시도지사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지만 교육감 선거는 그렇지 못했다. 경남 등 진보 성향 교육감이 상당수 당선했다. 이에 선거 결과에 불만을 느끼고 법안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시도지사 선거는 국민의힘 13명 대 민주당 4명 당선으로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반면 시도 교육감 선거는 진보 9명 대 보수 8명 당선으로 팽팽했다.

서울·인천·충남·세종·울산·경남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선 국민의힘이 석권했지만,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됐다. 서울 오세훈(국민의힘)-조희연(진보), 인천 유정복(국민의힘)-도성훈(진보), 충남 김태흠(국민의힘)-김지철(진보), 세종 최민호(국민의힘)-최교진(진보), 울산 김두겸(국민의힘)-노옥희(진보), 경남 박완수(국민의힘)-박종훈(진보) 등 6곳에서 단체장과 교육감 선거 결과가 달랐다.

특히 경남도지사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박완수 67.70% 대 민주당 양문석 29.43%로 36.27%포인트(p)의 큰 격차가 났음에도 교육감 선거는 진보 성향 박종훈 50.23% 대 보수 성향 김상권 49.76%로 0.47%p 차에 불과했다. 서울·인천·충남·울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크게 이겼지만, 교육감 선거 결과는 역시 달랐다.

이 같은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득표 괴리가 '교육정책은 보지 않고 투표하는 유권자 탓' 때문이라는 국민의힘 식의 주장이 과연 타당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무효표가 전체 4%로 광역단체장 1.6%보다 높다는 것이 주요 근거지만, 무효표가 아닌 투표 역시 '묻지마 투표' 결과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 6.1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지난달 1일 박종훈(가운데) 경남교육감과 지지자들이 선거사무소에서 투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 6.1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지난달 1일 박종훈(가운데) 경남교육감과 지지자들이 선거사무소에서 투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시도 교육정책 중앙정치 예속 우려도 = 시도지사 러닝메이트로 교육감을 뽑으면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느냐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교육감이 진보 성향이냐 보수 성향이냐에 따라 교육정책이 다소 바뀌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도지사와 도지사 정당도 바뀐다. 교육정책의 소폭 변화는 어떤 식으로든 이행된다.

무상교육, 학생인권 등 진보적인 교육정책을 지지하지만 보수 단체장을 선호할 수도 있고, 학습능력 향상 등 보수적인 교육정책을 지지하지만 진보 단체장을 선호할 수 있다. 직선제가 폐지되면 이처럼 유권자의 선택 폭이 제한된다는 문제만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잖다.

교육이 행정 하부조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교육행정을 일반행정으로 통합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최승제 주민자치법제화경남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시도지사 선거 러닝메이트로 교육감 후보를 내세우면 정치적으로 긴밀한 정무적인 인사가 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며 "지방자치를 위해서라면 차라리 부지사를 러닝메이트로 내세워 선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를 이야기할 때도 도지사와 함께 시장·군수를 직선으로 뽑는 것을 최소한의 기본으로 한다"며 "교육 자치 역시 교육감을 직접 뽑는 것을 최소 수준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결국 국회의 움직임은 중앙 정치가 지방정치는 물론 지역교육자치까지 통제하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일갈했다.

강윤호 한국지방정부학회장은 "행정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은 예산이 중앙정부에서 내려온다는 점을 들어 직선제 폐지에 찬성하는 경향이 있고, 교육 관련 학자들은 직선제를 유지해야 교육정책이 발전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논란이 있는 사안이라 의견 수렴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민왕기 기자 wanki@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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