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 등 아동 비하 표현 봇물
언론 매체도 거르지 않고 사용
음식·제품 마약 마케팅도 눈살
도의회 사용 제한 조례안 부결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사회 속 날마다 신조어가 쏟아진다. 사회 현상을 절묘하게 짚어내는 신조어가 있는 반면, 특정 집단을 비하하고 금지약물이 지닌 위험성을 간과하게 하는 합성어 등 미처 걸러지지 않은 신조어도 적지 않다.

이러한 표현들이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혐오를 방조하고 잘못된 편견 등을 재생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도 못 거르는 일상 속 아동 비하 표현 = '골린이' '주린이' '요린이' 등등. 모두 아동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린이'라는 표현은 어떤 것에 입문했거나 실력이 부족한 사람을 뜻하는 말로 어린이의 '어'를 빼고 그 자리에 일부 명사 첫 글자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주식 투자 초보자를 '주린이', 골프 입문자를 '골린이'로 표현하는 식이다.

이런 표현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아동에 대한 차별을 유발하고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 영향에도 아동 비하 표현은 일상뿐만 아니라 언론보도 등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서 최근 3개월 내 제목과 본문에 '주린이'를 포함한 기사를 찾아보면 95건의 기사가 나온다. 하루에 한 건 이상 아동 비하 표현이 담긴 기사가 생산된 셈이다.

이처럼 언론보도나 방송, 온라인상에서 해당 표현이 자주 사용되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5월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국가인권위는 ○린이 등의 표현이 아동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덧붙여 여러 분야에서 해당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아동이 권리의 주체이자 특별한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하는 독립적 인격체가 아니라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인식에 기반을 둔 것으로 봤다. 결국 아동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데 일조한 표현이라는 뜻이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아동은 권리의 주체이자 특별한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하는 독립적인 인격체"라며 "아동 또한 자신을 무시·비하하는 환경에서 자라면 제대로 된 발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 배달앱에서 '마약'을 검색하면 마약이 붙은 음식이 줄줄이 나온다.  /갈무리
▲ 배달앱에서 '마약'을 검색하면 마약이 붙은 음식이 줄줄이 나온다. /갈무리

◇금지약물 경각심 허무는 '마약 마케팅' = '마약 떡볶이' '마약 쿠키' '마약 베개' 등 제품이나 음식 앞에 '중독될 만큼 좋은'이라는 의미의 수식어로 마약을 활용하는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지금도 포털 사이트 쇼핑 페이지에서 '마약 베개'를 검색하면 2만 9227개의 상품이 나온다. 배달 앱에서도 '마약'이 들어간 메뉴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마약이 일상을 파고든 가운데 전문가들은 음식이나 일상용품에 마약을 손쉽게 활용하다 보면 금지약물에 대한 경각심이 희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난해 적발된 10, 20대 마약류사범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마약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는 표현을 남용하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지난해 적발된 10대 마약류사범은 450명으로 전년(313명)보다 43.8% 증가했다. 20대는 5077명으로 전년(4493명)보다 12.9% 증가했다.

무분별한 마약 마케팅에 대한 시민사회 지적이 계속되자 온라인 쇼핑몰 쿠팡, G마켓, 11번가 등은 지난달 8일부터 마약을 금지어로 설정했다.

경남에서는 윤성미 전 경남도의원이 상품 앞에 사용되는 마약 명칭 사용을 제한하는 조례안을 발의했지만, 지난달 21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서 부결됐다.

조례안은 청소년 마약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일상생활과 밀접한 식품의 명칭 또는 상호 등에 '마약'이란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마약에 대한 이미지가 친화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제안됐다.

윤 전 의원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앞에 마약이 붙다 보니 음식을 먹은 아이들이 마약에 대한 이미지를 좋은 뜻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다"며 "청소년 마약 문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마약이라는 단어를 남용하는 것부터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신 기자 pshi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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