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지방선거 잇딴 패배, 영남 자생력 당면 과제
김 위원장 5개 시도당 유일 원내인사라 역할 기대
문재인 사저 양산 사수 필수, 상승효과 전략 필요
도내 김위원장 비롯한 친이재명계 역할도 관심거리

김두관(양산 을) 국회의원이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에 선출되면서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이 영남에서 다시 그 세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김 의원은 지난 13일 김해운동장 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도당 대의원대회에서 박준호 전 도의원을 제치고 도당위원장으로 뽑혔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영남 민주당 복원 선봉에 서겠다. 노무현, 문재인 두 분 대통령을 배출한 영남 민주당이 쉽게 무너질 수 없다"며 지역에서 자생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영남지역 민주당 위세는 4년 전과 정반대가 됐다. 경남·부산·울산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회 모두 국민의힘에 대부분 내줬다. 국민의힘이 승리한 대선 이후 석 달 만에 치러져 '바람'이 작용했다지만 김경수 도지사와 오거돈 부산시장의 잇따른 불명예 퇴진 등 민주당을 향한 심판 여론도 무시할 수 없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영남 정치가 다시 1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돌아선 민심을 막기에는 중과부적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패배"라고 인정했다. 이어 "근본적인 고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영남 민주당이 자생력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원외 지역위원회 활동 지원 △당 운영에 당원 참여 확대 △지역 인재 발굴과 권리당원 확대로 당 근간을 다질 당원 민주주의 복원과 영남 민주당 물적 토대 강화를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으로 선출된 김두관 국회의원이 도당기를 받아들고 흔들고 있다. /민주당 경남도당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으로 선출된 김두관 국회의원이 도당기를 받아들고 흔들고 있다. /민주당 경남도당

김 위원장 어깨는 무겁다. 그는 영남 5개 지역(경남·부산·울산·대구·경북) 시·도당 위원장 중 유일한 원내 인사다. 나머지 4개 시·도당 위원장은 국회의원 등 중앙 정치 경험이 없다.

참여정부 행정자치부 장관과 경남도지사, 두 차례 당 대권 주자를 지낸 그의 정치력이 경남에만 머무를 수 없는 이유다. 가뜩이나 서울·수도권과 호남에 편중된 당내 정치 지형에 영남지역 목소리를 가장 강력하고 확실하게 전할 매개 역할이 부여된 셈이다.

한데 이 점이 김 위원장에게는 되레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활동 방향 방점을 '영남 민주당 복원'이라는 대의에 둔 만큼 자칫 경남에는 소홀히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경쟁자였던 박 전 도의원도 이 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었다. "총선을 앞둔 만큼 국회의원 도당 위원장은 공천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 중앙 정치에 몰두하게 돼 지역을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구 양산 을에서 김 위원장을 향한 여론이 좋다고 보기 어렵다. 지방선거에서 단체장, 도의원 모두 국민의힘에 내준 것이 단적인 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어 민주당으로서는 다음 총선에서도 양산 을 승리가 절실하다. 김 위원장에게 지역구 수성과 함께 경남, 나아가 영남까지 아우르겠다는 포부를 실현할 세심한 활동 전략이 필요하다. 

이 같은 사정 속 김 위원장으로서는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순회 경선에서 줄곧 1위를 달리는 건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이 후보는 이날 경남지역 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순회경선에서 75.53%를 얻어 박용진(20.06%), 강훈식(4.41%) 후보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다. 지난 14일 충남·충북·대전·세종 경선으로 반환점을 돈 현재 누적 득표율은 73.28%이다. 이 후보는 같은 날 발표한 1차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79.69%의 지지를 얻었다. 이른바 '대세'를 형성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중도사퇴하면서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이후 줄곧 '친이재명' 행보를 하고 있다. 그가 이번에 중앙당 당직 선거가 아니라 도당 위원장에 나선 이유도 영남 내 이재명계 확장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이재명계가 약진하는 만큼 김 위원장 당내 영향력 확장도 기대해봄 직하다. 개인적으로는 총선 공천에 유리하고, 도당위원장으로서는 중앙당과 끈끈한 관계 맺음 속 당세 확장 상승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도당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 체제 하 친이재명계 약진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달 김 위원장과 양문석·송순호·제윤경 등 친이재명계 인사들이 속속 지역위원장에 포진했다. 한은정 창원시의원·김종길 전 진해지역위원장 등 이재명 후보 쪽 인사들도 지역 내 나름의 영향력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이 도당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 영향력을 발휘할지도 관심거리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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