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러운 지방시대위원회 구성안
지역균형발전 외치며 지역고사 정책

윤석열 정부에서 지역균형발전은 진정 공염불이 되려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관련 국정과제를 총괄 추진할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구성안을 23일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이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 중 출범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내에 특별위원회를 두면서까지 지역균형발전을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했다. 분권·균형발전 전도사로 잘 알려진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위원장으로 선임하면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동안 보수 정당에서 균형발전 의지를 이토록 강하게 드러낸 적이 없어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말의 기대는 있었다.

한데 논의되는 지방시대위 구성안은 실망스럽다. 대통령소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통폐합해 하나의 위원회로 재편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한 몸이라 둘을 통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두 위원회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자치분권위가 국가가 보유한 행·재정 권한 이양 등 '제도적 분권'을 다룬다면, 균형발전위는 산업·경제적 측면에서 지역 자생력 담보에 초점을 둔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방일괄이양법 통과·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은 자치분권위가, 초광역협력과 지역전략산업 연구와 개발 투자 지원·주요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은 균형발전위가 주도했다. 둘이 병립해 각자 맡은 논의에 집중했기에 5년 내 깊고 광범위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위원 수도 크게 줄어든다. 균형위만 봐도 장관 10명과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 전국시군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 등 12명이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위촉 위원도 18명에 달한다. 반면 지방시대위는 장관급 6명에 시도지사협, 시군구청장협 등 당연직 8명, 민간위원은 12명가량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교육부·문화체육부·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여성가족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당연직에서 제외된다. 분권·균형발전과 관련이 큰 부처들이다. 축소된 인원이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통폐합된 조직의 방대한 업무를 깊이 있게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구를 부처나 행정위원회가 아닌 여전히 자문위원회로 두는 점도 곱게 보기 어렵다. 인수위 논의 때는 두 위원회를 통합해 부총리급 장관이 이끄는 부처 수준으로 격상하겠다 언급했기에 상실감은 더 크다.

현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외치면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기업과 좋은 일자리 쏠림 심화 정책을 펴려 한다. 반도체 전문 인력 공급 대폭 확대 정책이 지역대학 고사 위기를 부른다는 지적에 별 무관심이다. 여기에 진전은 없고 축소만 있는 지방시대위까지 더해져 지역은 세 번째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이리하다가는 지역이 먼저 나서 윤석열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찾아 독립운동을 할 날이 머잖을 수도 있다.

/김두천 자치행정1부 차장 서울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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