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서 '서성동 공존과 치유의 비빌언덕'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지역 예술인들이 창원문화도시지원센터 지원 사업에 참여해 마을 주민·지역 시민과 만나고 있다. 사업은 9월까지 이어진다.

"기억에서 지워버린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되지 않기에 서로 보듬고 공존·치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던 신미란 화가를 기억한다. 그는 1905년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성매매 집결지가 마침내 허물어진 그곳에 예술이란 이름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폐허처럼 변한 장소에 숨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손수건에 각자 나무와 꽃을 그려 넣고, 화분을 들고 곳곳을 걸으며 마음이 닿는 곳에 내려놓았다. 한 참가자는 텅 빈터 위에 전시된 유리 속 창문에 화초를 살포시 놓았다. 지난해 12월 성매매 집결지 철거 작업 때 사라진 흔적 중 일부인 창문이었다.

'신포동'이라 불리던 창원 서성동뿐만 아니라 대구 자갈마당, 전주 선미촌, 경기 수원역 등 전국 곳곳의 폐쇄된 성매매 집결지 위에도 예술이라는 치유 꽃이 피고 있다. 전주시는 2020년 '뜻밖의 미술관'이라는 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 만들어 인권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를 열고 있다. 수원시도 올해 3월 '기억공간 잇-다'라는 전시관을 조성했다. 건물 앞에는 이런 표석이 있다. "유리방이 113개소에 달했던 수원역 성매매집결지는 자진폐쇄라는 의미를 담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누구나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변한 이곳이 성평등도시 수원 이미지 확산과 시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 조성의 시작점이 되길 희망한다."

2024년 창원시 서성동 문화공원 조성 착공을 앞두고 그 공백을 채우는 예술가들을 주목한다.

/박정연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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