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상당수 침수사고 대비 개선
18곳 중 15곳 배수펌프·CCTV 설치
자동차단시설 확충 등 개선 남아

최근 집중호우로 수도권과 강원, 충남, 전북 등에서 1만 건을 웃도는 피해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집계한 피해를 보면 15일 기준 사유시설 9028건, 공공시설 1077건이다. 인명 피해는 사망 14명, 실종 6명, 부상 26명이다.

태풍이나 국지성 집중 호우 때 재산·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곳 중 하나는 지하차도다. 한꺼번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 지하차도는 순식간에 수심이 깊은 물웅덩이로 변하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8월 30일 창원지역에 시간당 57.5㎜에 이르는 비가 내리면서 팔룡 제2지하차도는 물웅덩이가 됐다. 당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차량 한 대가 물에 잠기면서 아찔한 순간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해 7월 23일 부산에서는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겼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일로 지하차도 안전시설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창원 명곡 지하차도 자동차단시설. /창원시
창원 명곡 지하차도 자동차단시설. /창원시

창원에는 지하차도 18개가 있다. 의창구 9곳, 성산구 4곳, 마산회원구 4곳, 진해구 1곳이다. 2020년(당시 17곳) 창원시 지하차도 중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곳은 팔룡1·명곡지하차도 2곳에 불과했다. 지하차도 내부를 지속적으로 모너티링해 빠른 상황 판단에 도움을 주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도시 방재기능이 떨어졌던 것이다. 소계1·소계2·토월2·산동 지하차도 등 4곳은 자연배수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유로 배수 펌프 시설도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5개 구청에 확인한 결과 대부분 지하차도에 배수 펌프·CCTV가 설치됐다. 배수 펌프와 CCTV를 모두 갖춘 지하차도는 △의창구 팔룡1·팔룡2·용원·명곡 지하차도 △성산구 성주·토월·삼동 지하차도 △마산회원구 석전·산동·합성·내서 지하차도 △진해구 여좌굴다리다.

시설 보강이 필요한 곳도 있다. 자연배수가 가능한 소계1·소계2 지하차도에 펌프시설은 없지만 CCTV는 갖췄다. 신소계·소수 지하차도에는 펌프시설은 있고 CCTV는 없었다. 2020년 군으로부터 시설물 관리를 이관받은 의창구 덕산 지하차도, 성산구 토월2 지하차도에는 펌프시설과 CCTV가 모두 없다. 덕산은 길이 201m·폭 6m·높이 5m, 토월2는 길이 80m·폭 7m·높이 4.8m 지하차도다.

의창구 안전건설과 관계자는 “2020년을 전후해 차량 통행량이 많은 지역 등을 중심으로 CCTV를 확충해 갔다”며 “추후 예산이 확보된다면 나머지 지하차도 CCTV 설치를 검토하겠다. 노후한 배수펌프 시설도 꾸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수펌프·CCTV를 확충했다고 하나, 안전시설 강화를 그쳐선 안 된다. 시는 2019년부터 수위계와 연동해 전광판 경고, 경광등 점등, 경고 방송 송출, 진입차단기가 원격에서 작동되는 ‘스마트 지하차도 차량차단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소 더디다.

스마트 차량차단시스템이 설치된 지하차도는 소계1·2·팔룡1·용원·명곡·삼동 등 6곳이다. 팔룡2에는 올해 10~11월 설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자동 차단 시스템이 없는 지하차도는 사람이 일일이 지하차도를 살피며 차량을 수동으로 통제해야 한다. 2차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예산 확충 등 자치단체 관심이 필요하다.

기상청은 17일까지 남부지방에 30~100㎜ 비가 내리리라 봤다. 전문가들은 혹 지하차도에 폭우 등으로 갑자기 물이 차올라 수압으로 차량 문을 열 수 없을 때는 머리 받침 부분을 빼 아랫부분 긴 쇠봉으로 차량 측면 유리를 부수고 즉시 탈출하라고 조언한다.

/이창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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