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적자 예상" 도시철도 사업 백지화
지속가능한 도시 중요성 대두, 정부 기조 변화
시, 3개 노선 수소트램 10년 후 목표로 추진
BRT 구축과 함께 수요 예축·공감대 형성 관건

창원시 BRT(간선급행버스체계) 주민설명회 화두 중 하나는 트램 도입이었다. 창원시 BRT 구축 방향과 구간별 설계안 등에 일부 시민은 트램을 우선해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시는 장기적으로 트램 형태 도시철도 추진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그전에 BRT를 토대로 대중교통 중심 교통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백지화됐다가 재추진하는 창원시 트램 도입,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일까.

◇백지화됐던 도시철도 = 창원시 노면전차(트램) 도입 계획은 있었다. 6468억 원(국비 3880억, 도비 1294억, 시비 1294억 원)을 들여 마산합포구 가포동~진해구 석동 30.36㎞ 구간(1단계) 등에 노면전차를 운행하는, 창원시 도시철도 건설사업이었다.

사업 구상은 2003년 나왔다. 인접한 창원·마산·진해시 팽창에 따른 기반시설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2006년 당시 건설교통부는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도시철도 기본계획’을 요구했고, 경남도는 국교통연구원에 ‘경남도 도시철도 기본계획 수립·노선 선정’ 용역을 맡겼다. 2008년 11월 기획재정부는 창원 도시철도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포함을 시켰고, 한국개발연구원은 2009년 12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했다.

2010년 통합창원시 출범 이후에는 창원시가 경남도 사업계획을 이관받아 추진했다. 그해 11월 시는 국토해양부에 사업 구간 조정을 건의해 성산구 성주동에서 끝나는 노선을 진해구 석동까지 연장했다. 국토부는 2012월 12월 창원 도시철도 건설계획을 승인·고시했다.

그즈음 도시철도 방식 고민도 이어졌는데, 2013년 5월 열린 공청회와 용역 결과 트램 방식이 제시됐다. 이후 사업은 찬성-반대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시는 2013년 8월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협의점을 찾으려 했지만, 협의회 내에서 우려 목소리는 나왔다. 창원시의회에서도 견제 의견이 나오면서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4월 현대로템에서 열린  K-수소 트램 컨셉카 기동시연 행사에서 공개된 시제품. /경남도민일보 DB
지난해 4월 현대로템에서 열린 K-수소 트램 컨셉카 기동시연 행사에서 공개된 시제품. /경남도민일보 DB

2014년 10월 28일 안상수 전 창원시장은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시가 사업을 포기한 근거는 △막대한 운영 적자 예상 △차로 감소에 따른 도로 용량 부족 △재원 조달 어려움 △제도적 미흡과 시설 한계 등이었다. 민관협의회도 공사비 증가, 운영적자 등을 우려했다.

당시 안 전 시장은 “노면전차(트램) 방식은 국내에서 처음 도입돼 장래 수요 예측이 불확실하다”며 “사업초기 타당성 검토에는 하루 이용객이 11만 1860명으로 나왔으나 부산~김해 경전철 등 다른 시·도 도시철도 실제이용객을 분석한 결과, 하루 이용객은 6만 7000명으로 감소해 연간 300억 원 이상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면전차가 2개 차로를 잠식해 차량 정체가 우려된다”며 “사업비 역시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2224억 원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시 재원조달 한계와 경남도 지원 불확실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백지화 선언으로 국비 지원은 없던 일이 됐다. 애초 사업은 1단계 외 진해구 석동~진해구청 3.24㎞(2단계), 창원중앙역~성주동 8.3㎞(3단계)로 나뉘었다. 시 목표는 2020년 1·2단계 준공이었다.

백지화 이면에는 정치적 견제가 깔렸다는 분석도 있었다. 2013년 창원시는 경남도에 ‘도시철도 입찰방법 심의’ 처리를 요청했지만, 경남도는 민관협의회 검증을 거쳐야 한다며 심의를 미뤘다. 박완수 시장 재임 시절이었는데, 당시 도지사 출마가 유력해 보였던 박 시장을 홍준표 도지사가 견제하고자 심의를 미뤘다는 말이 나왔다. 당시 도가 입찰방법 심의 안건을 바로 처리했다면 사업은 백지화로 정리되지 않았을 수 있다.

◇재추진하는 트램은 = 지난해 1월 허성무 시장 재임 당시 창원시는 도시철도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도시철도(수소트램) 3개 노선과 광역철도 1개 노선을 10년 동안 차례로 건설하겠다며 경남도에 계획을 건의한 것이다.

창원시 재추진 배경에는 정부 기조 변화, 도시철도법 등 개정, 도시 지속가능성 확보가 작용했다. 국토부는 2020년 7월 ‘국토교통 그린뉴딜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친환경 트램을 그린 철도 네트워크 확충 중 하나로 포함했다. 정부는 2023년까지 철도·BRT 등 대중교통 기반 시설 확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방침도 밝혔다.

도시철도법·철도안전법·도로교통법 등 이른바 트램 3법 개정도 영향을 미쳤다. 이전에 도시철도는 ‘경량철도’로 분류돼 도로교통법과 도로법에 저촉됐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도로에 트램 운행이 가능한 전용차로를 설치할 수 있게 됐고, 노면 전차 전용차로 보호구역은 10m 이내로 완화(일반 철도는 30m) 했다. 도로에 노면 전차 통행도 가능해졌다. 여기에 시는 승용차 중심 교통으로는 도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진해신항 개발·수소경제 중심도시 도약 등도 고려했다.

창원시가 추진 중인 도시철도 노선도. /경남도민일보 DB
창원시가 추진 중인 도시철도 노선도. /경남도민일보 DB

시가 추진하는 노선은 3개다. 노선1은 마산역~창원중앙역 15.6㎞다. KTX역을 중심으로 국가산업단지·마산자유무역지역을 연결한다. 노선2는 창원역~진해역 20.0㎞ 구간으로, 진해선을 도시철도로 운영하는 안이다. 국가산업단지 확장 구역과 진해연구자유지역을 잇는다. 노선3은 월영광장~진해구청 32.5㎞다. 대중교통 이용객이 가장 많은 구간이다. 이 가운데 육호광장~가음정사거리 구간은 BRT 사업과 겹친다. 이와 함께 시는 부산도시철도 하단~녹산선을 진해신항이 들어서는 진해구 웅동까지 7.2㎞ 연장하는 안도 냈다. 시는 도시철도 3개 구간 사업비를 1조 900억 원(국비 60%·지방비 40%)으로 잡았다. 하루 이용객은 3만 명(노선1), 1만 2000명(노선2), 8만 8000명(노선3)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창원·김해·양산지역 등 7개 노선을 대상으로 ‘경남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온라인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고승영(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용역 총괄 책임연구원은 노면전차 방식을 제안하며 “시민이 대중교통 중심으로 도시 체질을 바꾸길 원하고 적자까지 부담할 의지가 있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5년 단위 수정 계획을 만드는 과정도 있기에 계획안을 조정해 갈 수 있다”고 밝혔다.

공청회 이후 경남도 도시철도망구축계획은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기술연구원 등 국책연기관 검토를 거쳐 관계부처 이견 조율을 마쳤다. 다음 달 도시교통정책 실무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시는 국토교통위원회 심의까지 통과하면 사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후 기획재정부 예비 타당성 조사, 노선 기본계획·타당성 평가, 국토교통부 최종 승인, 기본·실시설계, 실시설계 승인 등 절차가 이어진다.

시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시점을 10년 후로 보고 있다. 그사이 법 개정(트램-시내버스 노선 혼용 가능), 무가선 수소트램 개발 등 대내외 여건도 변화하리라 기대한다.

시 신교통추진단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BRT를 구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도시철도를 도입해 대중교통 중심 교통체계를 확립해 나갈 계획”이라며 “트램을 도입하려는 여러 도시가 공감대를 형성하면 법 개정 등 환경이 더 나아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BRT로 트램이 운영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놓고 이후 보강공사를 통해 철로를 설치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추진 중인 BRT는 트램 도입을 위한 출발점이다. 단, 트램 사업을 재추진하는 만큼 수요 예측은 이전보다 더 꼼꼼히 따져야 한다. 시민과 철도중심 대중교통 청사진을 공유하는 일은 당면 과제다. 장밋빛 미래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10월 착공하는 BRT 1단계 공사로 말미암은 민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이창언 기자 u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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