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임항선 그린웨이 옆
사비로 건립·개방·관리
"받았던 여러 도움 갚고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임항선 그린웨이에 '행복화장실'을 만든 김성자(73) 씨. 산책로에는 김 씨가 운영하는 마산광고사가 맞닿아있다.  /황선민 인턴기자 hsm@idomin.com

실외에서 갑자기 볼일이 급할 때 눈 앞에 보이는 공중화장실만큼 반가운 존재가 또 없다. 특히 주변에 건물이 없는 공원이나 산책로에 있는 공중화장실은 존재 자체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도 한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임항선 그린웨이에도 누군가의 불상사를 막아줄 화장실이 있다. 흔한 공중화장실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이 자기 돈을 들여 시민들을 위해 만든 화장실이다. 이름은 ‘행복화장실’. 24시간 열려 있고 당연히 무료다.

임항선 그린웨이 산책로는 옛 철길을 따라 조성돼 있어 중간에 화장실을 만들 마땅한 공간이 없다. 마산합포구가 관리하는 화장실도 산책로 초입 부근에 있는 1곳이 전부다. 이곳에 있는 화장실 하나하나가 소중한 이유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임항선 그린웨이 옆에 개인 돈을 들여서 화장실을 만들고 무료로 개방한 김성자 씨가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황선민 인턴기자 hsm@idomin.com
창원시 마산합포구 임항선 그린웨이 옆에 개인 돈을 들여서 화장실을 만들고 무료로 개방한 김성자 씨가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황선민 인턴기자 hsm@idomin.com

많은 이들이 화장실을 찾느라 진땀을 흘렸을 산책로 중간 지점에 화장실이 생긴 건 지난 6월이다. 임항선 그린웨이가 조성되기 10여 년 전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던 김성자(73) 마산광고사 대표가 사비를 들여 만들었다. 마산광고사 부지 내에 있는 화장실은 산책로와 맞닿아 있어 시민들이 오며 가며 이용하기 편하다.

김성자 대표는 “회사가 산책로하고 붙어 있다 보니 화장실이 생기기 전에도 볼일이 급한 사람들이 자주 왔었다”며 “낮에는 주로 어르신들이 산책로를 이용하는데 이분들이 마땅히 갈 화장실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기존 화장실이 있던 자리를 완전히 들어내고 설계부터 다시 했다”며 “직원들 화장실로 쓸 계획이었다면 적당히 수리만 하면 됐지만, 애초에 시민들을 위해서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김성자 씨가 행복화장실 세면대를 청소하고 있다. 
김성자 씨가 행복화장실 내부를 보여주고 있다. /황선민 인턴기자 hsm@idomin.com
김성자 씨가 행복화장실 내부를 보여주고 있다. /황선민 인턴기자 hsm@idomin.com

화장실 공사에는 약 3개월이 소요됐다. 공사비만 3000만 원가량 들었다. 준공 이후 관리도 마산광고사에서 맡아서 하고 있다. 물비누부터 화장지 구매, 내부 청소 등 직원들도 돕지만 가장 열성적인 사람은 김 대표다.

그는 “화장실만 만들고 관리는 제대로 안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까 봐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한다”며 “바닥 물청소, 변기 청소도 직접 하고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30대 초반이던 1982년 지금의 마산광고사를 세웠다. 당시에는 보기 드문 여성 대표였고, 겪지 않아도 될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그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옥외광고사 자격증을 따는 등 더 악착같이 일했다. 그렇게 40년 동안 사업을 이어왔다. 지금은 어느덧 지역 옥외광고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 됐다.

그는 “40년 전 처음 시작할 때는 리어카 한 대에 손으로 쓴 현수막을 실어서 팔았다”며 “일도 힘들었지만 나 빼고 다 남자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무시도 많이 당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지역민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크고 작은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화장실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한 것도 지금껏 받은 도움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공용화장실을 개인이 관리하다 보니 여러 어려움도 따른다. 화장실 이용객 대다수가 구청에서 관리하는 공중화장실인 줄 알고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등 비양심적인 시민도 있었다.

김 대표는 “다 같이 쓰는 화장실이다 보니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고 깨끗하게 쓰려고 노력해줬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화장실을 깨끗이 유지하려고 노력할 테니 편하게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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