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생명 사랑 담은 작품 활동
20년 넘게 중고교 미술 교과서 집필
학교를 갤러리로 만든 교사로 이목

‘자연이 품은 오만가지의 색은 내 표현의 언어이며, 자연이 빚어내는 만상들은 내 그림의 구조이며, 이것을 버물어 담는 일은 오롯이 내 몫이다.’

강해중(60) 화가는 자연을 동경한다. 작가 노트에 담긴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랑, 여덟 번째 개인전 주제도 ‘자연으로부터(IN NATURE)’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경남은행 본점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그를 지난 18일 만났다.

8회 개인전 '자연으로부터(IN NATURE)'를 열고 있는 강해중 화가를 18일 만났다. 전시는 26일까지 창원시 마산회원구 경남은행 본점 갤러리에서 연다. /박정연 기자
8회 개인전 '자연으로부터(IN NATURE)'를 열고 있는 강해중 화가를 18일 만났다. 전시는 26일까지 창원시 마산회원구 경남은행 본점 갤러리에서 연다. /박정연 기자

◇영혼의 안식처 자연 = ‘신록예찬’, ‘산수유는 봄을 전하고’, ‘여름의 길목에서’. 강 작가가 붙인 작품 제목만 봐도 계절의 정취가 느껴진다.

장지 바탕에 호분·분채·석채로 표현한 그의 작품에는 유난히 초록이 많다. 그의 작품에 있는 꽃들은 대부분 어머니가 마당에서 아끼고 정성껏 키우는 것들이다.

“모친이 지금도 자식 돌보듯이 꽃들을 그렇게 돌봅니다. 꽃을 보면 어머니를 보는 것 같고, 어머니를 보면 꽃을 보는 것 같습니다. 좁디 좁은 화분이 아닌 너른 마당에 풀들과 어울려 지내는 모습 언제 보아도 좋습니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조형적 탐구, 강 작가는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답을 자연에서 찾는다.

“자연은 늘 우리를 환대합니다. 봄이면 꽃으로 반기고, 여름이면 초록과 싱그러움을 채우고, 가을이면 화려함으로 물들지요. 겨울이면 자연은 자신을 또 비워냅니다. 자연은 생명의 뿌리이자 돌아가야 할 모두의 고향이지요.”

◇어릴 적 놀이로 접한 그리기 = 진주시 금곡면에서 태어난 그는 이웃에 ‘화가 할아버지’가 살았다. 무엇이든 화폭에 척척 그려내는 모습에 빠져 매일같이 그 집에 갔다.

“여섯·일곱 살쯤이었지요. 집 근처에 표구를 하는 액자가게와 한국화를 그리는 할아버지가 살고 계셨습니다. 중학교를 들어가기 전까지 문지방이 닳도록 놀러 갔습니다. 자투리 종이에 그림도 그려보고 붓도 잡아보고 그냥 맨손에 먹을 묻혀도 보고 그랬지요. 돌이켜 보면 그 어르신과 인연으로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중·고교 시절 공부를 꽤 했던 그는 성적과 선생님 권유에 따라 공과대학을 진학했다. 입시도 끝나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생각에 미술 동아리에 들었다. 그 길로 고민이 시작됐다. 그리고 또 그렸다.

“잘 다니던 공대를 그만두고 시험을 다시 쳤습니다. 경상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에 재입학한 거죠. 그림 그릴 때 행복감을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서예 동아리 백우회, 백우는 흰 벗이라는 의미인데 화선지 위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렸죠.”

◇미술 교과서 집필 참여 = 중·고교 미술 교과서마다 ‘강해중’이라는 이름이 또렷하다. 강 작가는 2002년부터 지금껏 11권의 중등 미술 교과서를 대표집필했다. 고교 미술교과서 <미술과 창작>, <평면조형>, <입체조형>에도 대표 책임 집필자로 가장 앞머리에 이름이 올라있다.

강해중 작가는 20년 넘게 중고교 미술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 강 작가가 대표 집필가로 작업한 교과서들. /박정연 기자
강해중 작가는 20년 넘게 중고교 미술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 강 작가가 대표 집필가로 작업한 교과서들. /박정연 기자

“교과서에 나올 만큼 유명한 사람은 아니더라도, 교과서를 만드는데 만큼은 유명인처럼 저를 많이 찾습니다. 20년 넘게 교과과정이 바뀔 때마다 집필에 참여하고 있는데 공이 참 많이 들어가는 작업입니다. 학생들이 보는 교과서뿐만 아니라 교사용 지도서를 만드는 일도 하니까요.”

대한민국미술협회와 경남진주미술협회 회원인 강 작가는 미술교육·연구단체에도 오래 몸담았다. 현재 한국미술교육학회 이사와 한국미술교육연구회 이사를 맡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도교육청에서 주최하는 미술 교육 우수사례 발표회도 주관하고, 체험 위주 부대 행사도 마련해 아이들이 미술에 호기심을 느끼도록 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스케치북이나 캔버스 위에서 그리는 그림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오감을 통해 느끼도록 하지요.”

◇교사이자 화가 = 강 작가는 하동중앙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 중이다. 여러 학교에서 일하면서 학교를 갤러리로 만드는 실험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10여 년 전에 김해 대청고에서 근무할 때입니다. 70미터 정도 되는 긴 복도를 갤러리로 만들었지요. 400개 액자를 손수 만들어서 학생들이며 여러 작가의 작품을 걸었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건축적으로 봤을 때도 전시하기 안성맞춤이거든요. 칙칙했던 복도가 완전히 변신했죠. 외부에서 학교로 전시를 보러 올 정도였으니 학교 구성원들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그는 조용한 새벽에 작업에 매진한다. 그래야, 온전히 그림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에 손을 놓을 수가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자는 시간을 쪼개서 새벽에 작업실에 들어갑니다. 젊은 날에는 그림을 그리다 동이 트는 경우가 허다했지요. 이제 나이도 들어가고 정년퇴직도 눈앞입니다. 돌이켜 보면 교직에 있으면서 작품 활동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과 성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강해중 작가는 미술 교사로 재직 중이다. 개인전을 비롯한 다양한 단체전에 참여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강해중 작가는 미술 교사로 재직 중이다. 개인전을 비롯한 다양한 단체전에 참여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촉석회·갈뫼회·직·백우동인회 회원인 그는 수많은 단체전과 초대전 등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조형아트서울(2022)을 비롯해 부산국제화랑미술제(2020), 인천 송도 위드아트패어(2019) 등에 참가한 바 있다.

1995년 경상남도미술대전에서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2002년까지 6차례 입선했다. 2000년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개인전을 시작으로 창원·진주·사천 등에서 지금까지 7회 개인전을 열었다.

경남은행 본점 갤러리에서 8회 개인전을 여는 와중에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42회 직 회원전’에도 참여하는 등 왕성하게 움직이는 강 작가에게 포부를 물었다.

“그릴수록 익어가는 맛이 있습니다. 자연이라는 우연을 발견하고 작가가 의도적으로 필연을 만들어 내지요. 탁하지 않은 맑은 그림을 꾸준히 그리고 싶습니다.”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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