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가포고등학교 2학년 김경훈(16) 군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호소문을 올렸다.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가교육위) 위원 후보로 자신을 밀어달라는 글이었다.

국가교육위는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10년 단위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세우고 유초중고 교육과정과 교육정책을 조정하는 기구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을 안정적이고 일관적으로 추진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국가교육위는 모두 21명으로 구성하는데, 이 중 비교섭단체 1명을 포함한 국회 추천 위원이 9명이다. 김 군은 국회 추천 위원 가운데 비교섭단체 몫으로 자신이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아쉬웠다.

26일 김 군은 국가교육위 문을 두드린 이유를 “기대는 적었지만 인식 환기 차원에서 학생 몫으로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학생이라고 해서 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김 군이 걸어온 길을 보면 치기로 다짜고짜 나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김 군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 어린이·청소년 100인회의 의장, 창원시(마산) 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장, 정부 청소년특별회의 교육분과장, 청소년특별회의 정책조정 부의장을 했고, 현재 마산가포고등학교 학생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보통 청년을 통해서 학생 목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대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어폐가 있는데 말이죠. 국가교육위도 사무를 크게 2028년 대학입시 제도 개편과 개정 교육과정 승인으로 본다면 학생이 중심이어야 하는데, 위원 21명에 학생을 단 1명도 넣지 않는다면 합의제라고 보기 어렵죠. 주인이라고 일컫는 학생 계층과 합의는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습니다.”

김 군은 교육정책 논의에서 주인인 학생을 배제하는 데는 ‘미숙한 계층’이라는 인식이 자리한 까닭이라고 봤다.

26일 마산가포고등학교 2학년 김경훈(16) 군이 국가교육위원회에 청소년이나 학생 위원이 필요한 까닭을 설명하고 있다. /최환석 기자
26일 마산가포고등학교 2학년 김경훈(16) 군이 국가교육위원회에 청소년이나 학생 위원이 필요한 까닭을 설명하고 있다. /최환석 기자

“아무래도 성인보다 부족하다는 인식이 깔린 듯한 인상입니다. 미숙함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미숙함이 곧 강점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미숙한 집단에서만 나오는 것이 분명 있을 겁니다. 완벽에 치중하다가는 과도기적 교육에서 완전한 혁신으로 나아가지 못하리라 봅니다.”

왜 굳이 국가교육위여야 할까. 김 군은 지금까지 경험상 국가교육위가 아니고서는 청소년이나 학생이 참여하는 기구는 구색 맞추기에 그치리라 전망했다.

“형식적으로 참여는 시켜주지만, 정작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나 조직에 청소년이나 학생이 들 기회는 없었습니다. 문턱이 높다?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상 국민참여위원회라는 여론 수렴 조직이 있어 청소년이나 학생이 참여하겠지만 글쎄요, 영향력은 적으리라 봅니다.”

김경훈(16) 군이 <br>
김경훈(16) 군. /최환석 기자

실제로 청소년을 대표하는 집단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지금, 김 군은 국가교육위에 청소년이나 학생 위원이 적어도 1명은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는 국가 발전에 밑거름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모든 의사결정은 결국 성인 몫이고, 청소년이나 학생 의견은 성인 의견으로 둔갑합니다. 어렵게 낸 정책은 수용률만 높지 까보면 알맹이가 없는 수준이고요. 청소년이나 학생을 대표하는 국가교육위 위원이 있다면 청소년이나 학생이 국가 교육정책에 정체성을 두고 토론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리라 봅니다. 교육이 문제라는 말은 누구나 하지만, 정작 무엇이 문제인지는 몸소 겪는 학생이 잘 압니다. 기왕 모든 교육 주체가 참여한다면, 청소년이나 학생도 참여해야 맞습니다.”

김 군은 ‘청소년과 학생은 그저 따르면 된다’는 시각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래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아는 까닭이다. 그는 “우리 학생들이 직접 겪는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고 바꾸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뇌리에 박힌 말이 있습니다. 한국 교육 돌파구는 결국 한국형 교육뿐이라고요. 어떻게 교육정책을 짜야 할지 당장 말하기는 어렵지만, 첫 출발점만큼은 무릎을 굽혀 청소년과 학생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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