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배움의 장인 학교는 무엇보다도 역사관이 중요하다. 그런데 경남의 일부 학교에서 아직도 일제잔재가 여전하다고 한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일제 식민잔재를 제대로 잘라내지 못한 것이다. 학교가 일제잔재를 일신하여 본보기가 되어도 모자랄 판에 그것을 버젓이 전통인 양 유지해서는 학생들에게 역사의식을 고취할 수 없을뿐더러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더욱이 바꿀 수 있는데 바꾸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다.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는 2019년 경남 971개 초·중·고등학교를 전수조사해 일제 잔재 여부를 살핀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3년이 지났는데도 당시 일제 잔재가 남아 있다고 지적받은 학교들은 거의 그대로였다. 왜색이 느껴지는 교화 등이 여전했는데 96곳의 학교 중 이를 바꾼 곳은 2곳밖에 없었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 교가를 작사·작곡한 학교는 20곳이었는데 교가를 바꾼 학교도 2곳이 전부다. 심지어는 일장기가 연상되는 교표를 버젓이 그대로 둔 학교도 있었다.

학교 관계자들은 인사이동, 복잡한 논의 과정 등을 이유로 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동문회와도 논의를 해야하고 다른 업무도 많은데 골치 아픈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을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바꾸는 것도 중요한 학교의 역사이며 그래야 학생들의 역사관도 바로 설 수가 있다. 책에서 아무리 역사관을 강조해도 현실에서 직접 역사관을 세워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교육희망경남학부모회 대표는 교사들이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아이들도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경남의 역사교육은 심각한 위기상황인 것이다.

역사관을 바로 세워 본보기가 되는 학교도 있다. 이들이 문제가 된 교표와 교가를 바꾼 과정을 보면 철저히 민주적이다. 특히 학생들이 참여한 것은 값진 교육적 가치가 있다. 교표나 교가, 교목은 학교가 내세우는 교육이념을 상징한다. 그것이 일제 잔재의 장막에 갇혀 있다면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의 참모습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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