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협의회 열어 매입 결정…2021년산 구곡도 포함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수확기 시장격리 물량 중 최대
국회 농해수위 26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전체회의 상정
'쌀 의무 매입' 두고 민주 찬성-국힘 반대 힘겨루기 예상

국민의힘과 정부가 최근 급격하게 떨어진 쌀값을 안정시키고자 쌀 45만t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다. 이는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수확기 시장격리 물량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국민의힘과 정부·대통령실은 25일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협의회 결과 관련 회견에서 “올해 초과 생산이 예상되는 25만t에 20만t을 추가했으며 2021년산 구곡도 포함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격리 대책으로 쌀값이 상승했던 2017년보다도 ‘더 빠르고 더 많은 규모’의 과감한 수확기 대책”이라고 했다.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17년 동안 수확기 중 쌀을 격리한 것은 2009년·2010년·2014년·2015년·2016년·2017년 등 6차례였다. 2017년 37만t이 수확기 격리 물량으로는 가장 많았다. 올해 격리 물량은 그때보다 8만t 많다. 수확기에 구곡(2021년산)을 매입한 때는 2009년이 유일했다. 올해는 14년 만에 수확기 중 구곡을 매입한 해로 기록되게 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5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5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 떨어지기 시작해 15일 기준 20㎏당 4만 725원으로 1년 전보다 24.9% 하락했다. 관련 통계 조사가 시작된 1977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정부는 과도하게 떨어진 쌀값을 상승세로 전환하려면 초과 생산량 이상 물량을 수확기 중 전량 격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45만t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농식품부가 전망하는 올해산 초과생산량 25만t에 11월 이후 예상 재고량 10만t을 더한 규모보다 10만t을 더 격리한다. 다만 2021년산 예상 재고량이 최종 얼마일지는 미지수다. 구곡 보유 산지에 정부 매입 의사를 타진한 다음 최종 매입량이 정해질 전망이다.

45만t 매입은 연말 완료하며 2022년산은 공공비축용 매입, 2021년산은 역공매방식으로 이뤄진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올해 수확기에 총 90만t이 시장에서 격리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곡처리장에 수확한 벼들이 잔뜩 쌓여 있다. /연합뉴스
미곡처리장에 수확한 벼들이 잔뜩 쌓여 있다. /연합뉴스

이 가운데 국회는 정부가 이날 발표한 쌀값 안정화 대책을 검토하고 26일 전체회의 안건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 심사 소위에서 과잉 생산될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한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대통령실은 이날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남은 쌀 의무매입’을 두고 쌀 공급과잉 심화, 재정 부담 가중, 미래농업 발전 저해 등 부작용이 크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에 격리 의무화보다는 전략 작물 직불제를 내년부터 새로 도입·추진해 가루 쌀·밀·콩과 조사료 재배를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쌀 수급균형과 식량안보 강화를 동시에 이뤄나기로 했다.

이에 26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는 법안소위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관철하려는 민주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국민의힘 의원 간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김승남(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은 시장격리 의무화가 쌀 농가와 재배면적 증가로 공급 과잉을 부를 수 있다는 당정 우려를 두고 “우리나라 쌀 재배면적은 2001년 108.3만㏊에서 2021년 73.2만㏊로 급격하게 감소했고, 농가 수도 1990년 176.7만 가구에서 2011년 116.3만 가구, 2021년 103.1만 가구로 감소했다”면서 “현재 농촌 지역 고령화율과 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할 때 쌀 재배면적과 농가 수는 자연스럽게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쌀값이 추가적으로 폭락하면 인구 유출과 저출산·고령화로 소멸 위기를 겪는 농촌은 더욱 빠르게 붕괴될 것”이라며 “쌀값 안정이 농촌 경제 안정과 직결된 만큼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농가 소득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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