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점유율 한때 80~90%
경쟁 주류 업체 공세에 고전
매출 2017년 이후 하락세

신제품 출시 등 반전 안간힘
지역 맞춤형 판촉 및 마케팅
"시장 변화 발빠른 대응 모색"

무학은 1929년 설립한 마산지역 향토 주류기업이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본사를 두고 있다. 

무학은 2006년 '순한맛 좋은데이'를 출시했다. 2014년 좋은데이 누적 판매 15억 7000병을 기록하며 저도수 소주 시장을 개척했다. 당시 발표된 자료들을 살펴보면, 좋은데이 경남 점유율은 80%에서 많게는 90%에 이르렀다.

그랬던 무학은 2017년을 기점으로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하락했다. 서울·수도권 영업에 집중하느라 지역을 홀대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던 시점이었다. 

그리고 3년 뒤 코로나19로 무학뿐만 아니라 주류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2020년 무학은 '우리 지역에서 세금 내는 기업, 딱 좋은데이 살려주세요'라는 판촉 홍보를 할 만큼 절박했다. 

무학은 2017년 수도권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면서 정작 지역민들로부터 인심을 잃는 상황에 놓였다. 사진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무학술 박물관인 '굿데이뮤지엄' 내부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무학은 2017년 수도권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면서 정작 지역민들로부터 인심을 잃는 상황에 놓였다. 사진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무학술 박물관인 '굿데이뮤지엄' 내부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2017년 이후 하락세 계속 = 무학은 2017년 매출액 2313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516억 원으로 전년도 대비 약 15% 감소했다. 특히 영업 이익은 289억 원으로 2016년 대비 44% 감소했다. 반면 판매비·관리비는 819억 원으로 2016년보다 80여억 원 늘었다.

무학은 당시 영업보고서에서 주류 경영이 어려운 이유로 서울·경기지역 시장 경쟁 심화를 들었다. 수도권 시장 공략으로 정작 지역 민심을 잃었다는 진단을 스스로 한 것이다.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ㄱ 씨는 "2017년은 무학이 시장을 서울로 확대할 때였다"며 "서울 진출을 기대하면서도 지역을 신경 쓰지 않아 괘씸해하는 소비자들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사는 30대 시민은 "무학이 지역을 등한시하다가 이후 뒤늦게 손 내밀었는데, 버스는 이미 떠났다고 표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무학은 앞서 다른 일로 이미지 타격을 입기도 했다. 2014년에 수행 기사였던 전 직원이 언론사에 무학을 갑질로 제보했다. 당시 몽고간장도 갑질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향토기업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무학 논란은 6개월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은 2016년 6월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전 직원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허위 사실을 언론에 유포해 금품을 갈취하려 한 것으로 판단했다. 무학은 갑질 논란에서 벗어났지만, 이 사실은 지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사는 50대 시민은 "당시 훼손된 경영주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며 "아직도 그 일을 거론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무학은 2017년 수도권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면서 정작 지역민들로부터 인심을 잃는 상황에 놓였다. 사진은 '좋은데이 고객과 CEO와의 대화' 행사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무학은 2017년 수도권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면서 정작 지역민들로부터 인심을 잃는 상황에 놓였다. 사진은 '좋은데이 고객과 CEO와의 대화' 행사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서울 시장 노리다 안방 허용 = 저도주 '좋은데이'가 성장세를 누리던 2015년 전후, 도내 무학 소주 점유율은 90%에 달했다. 다른 주류업체 또한 낮은 도수를 내걸고 판촉에 나섰다. 무학이 본격적으로 서울 시장 진출에 나서자 하이트진로·롯데주류는 반대로 영남권 영업에 박차를 가했다.

하이트진로는 복고 감성을 내세워 2019년 '진로 이즈 백'을 출시했다. 하이트진로 맥주 상품 '테라'와 결합해 판매율을 높여나갔다. 또 진로는 두꺼비 그림을 상징으로 삼고 주류 외 다양한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무학 소주 입지는 이후 코로나19 여파와도 맞물리면서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지난 10년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추이를 살펴봤다. 

무학은 2014년 매출 2852억 원, 흑자 805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 기준에서 보면, 이때가 정점이었다. 

무학은 2018년 매출 1775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191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계속 줄어들어 2021년 1218억 원을 기록했다. 2014년과 비교하면 60%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또한 지난해에도 164억 원 적자를 나타냈다.

올해도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225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주류업계는 현재 무학 '좋은데이'의 경남 소주 시장 점유율이 30%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80~90%를 떠올리면 초라한 수치다. 한 관계자는 "창원지역 점유율이 특히 낮은 것으로 안다"면서 "경남 전체 시장에서 10병당 3병 정도가 좋은데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종사자 ㄱ 씨도 "소주 판매량 100병 가운데 35병이 좋은데이"라면서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진로 두 품종 모두 강세를 보여 매대에 두 가지 상품 다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ㄱ 씨는 "하이트진로가 강세 품종이 늘어나 점유율을 높인 것처럼 무학도 신제품을 개발해 주도해나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무학은 지난해 '딱!좋은데이'를 새롭게 내놓았다. 무학은 '과당제로'를 강조했다. 2023년부터 적용하는 주류 열량 표시를 2019년부터 시행해왔다. 소주 열량을 걱정했다면 과당제로로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다고 홍보했다. 2006년 저도수를 강조해 소주 시장을 이끌었던 것처럼 과당제로로 소주 시장을 다시 한번 이끌겠다는 것이다.

무학은 현장 중심 영업 활동을 지역 맞춤식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또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온라인 홍보로 소비자와의 소통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새로 선보인 '좋은데이'는 올해 상반기 기준 1억 6000만 병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3.6% 증가한 수치다. 

무학 관계자는 "주류 시장과 소비 문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판매·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며 "특히 소비자 욕구를 끊임없이 파악하고 그에 맞춰 신제품 개발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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