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열린 경남학생합창제에 모자합창단으로 참가해 주목
친구들이라는 뜻 이탈리아어 '아미치'로 학생합창단과 활동
단원 42명 2년마다 정기연주회 개최...각종 행사 연주 활발
"합창하며 노래 제대로 배우고 사람들과 관계도 좋아져 행복"

지난 10월 12일 오후 마산 3.15아트센터에서 경남도민일보 주최 ‘제12회 경남학생합창제’가 열렸다. 이날 마지막 참가팀은 114년 역사를 지닌 창신고등학교 모자합창단이었다. 첫 곡은 다니엘 폰스의 ‘술 취한 선원을 어찌할까’로 남학생들의 무대였다. 봤던 이라면 한 명이 술 취한 걸음으로 합창단 앞을 왔다 갔다 하며 연기하던 재미있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어진 곡에 등장한 ‘여학생’들이었다. 아바의 노래 ‘댄싱 퀸’에 맞춰 폴짝폴짝 뛰기도 하며 춤을 추며 노래하던 여학생들. 이어진 노래 ‘울릉도 트위스트’에서도 재기발랄하게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10대 여학생이었다. ‘모자합창단’이라고 내세우지 않았다면 남녀공학 학교 합창단인 줄 알았을 무대였다.

지난달 12일 마산3.15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최된 제12회 경남학생합창제에서 마지막 팀으로 참가한 창신고등학교 모자합창단이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다./김구연 기자
지난달 12일 마산3.15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최된 제12회 경남학생합창제에서 마지막 팀으로 참가한 창신고등학교 모자합창단이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다./김구연 기자

엄마들과 자녀들이 함께 노래한다는 게 남달라 보였다. 그것도 학교에서 함께 모여 합창 연습을 할 것이라고 상상하니 여느 가정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장면인데, 어떤 느낌일까도 궁금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모여 연습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달 27일 창신고등학교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실은 교실과는 동떨어진 곳에 지어진 조립식 건물에 있었다. 가까이 가자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침 햇살이 열린 문 안으로 한 발 들여놓고 있었다. 목례를 하니 지휘자와 합창단 어머니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반갑게 맞이한다. 뒤쪽에 가서 앉아 연습하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봤다. 외국 노래였는데, 지휘자가 곡을 나름대로 해석해 어떤 부분을 색다르게 표현했으면 한다며 곡조를 읊으니 반주자가 당황한 듯하더니 몇 번 맞춰보고 이내 지휘자가 원하는 곡으로 소화해 낸다.

창신고 모자합창단 지휘를 맡은 방무현 교사가 지난 27일 교내 동아리 연습실에서 어머니 노래교실 단원들에게 합창 지도를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창신고 모자합창단 지휘를 맡은 방무현 교사가 지난 27일 교내 동아리 연습실에서 어머니 노래교실 단원들에게 합창 지도를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그렇게 1시간 30분간 연습이 끝나고 단원들은 헤어지기 아쉬웠는지 서로 다음에 보자며 인사를 나누지만, 발길을 바로 떼지 못한다. 이번 노래 선곡에 대한 이야기 등 한동안 수다가 이어지더니 하나둘 연습실을 떠나고 인터뷰하기로 약속했던 지휘자와 단원 3명이 남았다.

창신고 모자합창단은 2010년 9월 6일 ‘노래하는 학교’ 사업의 하나로 창단됐다. 아이들 부모와 학교 간에 소통을 원활히 하고 또 아이들과의 유대관계도 좋게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합창단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노래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공식 명칭은 ‘어머니 노래교실’이다. 이름이 있다. ‘아미치’라고. 이탈리아 말로 ‘친구들’이라는 뜻이란다. 학생합창단의 이름은 ‘하모니’다. 평소에는 아미치와 하모니가 따로 연습을 한단다. 서로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서다. 그러니 지휘를 맡은 방무현 음악교사가 두 동아리를 오가며 합창을 지도하고 있다. 아미치는 주 1회 연습하지만, 하모니는 동아리 학습 시간을 활용해 수시로 연습을 한다. 그러다 공연이 있거나 하면 두어 번 모여 따로 연습한 것을 한자리에서 맞춘다.

창신고 모자합창단 역사는 올해로 13년 차. 구성원 중에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참여한 사람도 있고 창신중학교 모자합창단 활동을 하다가 아이 진학과 함께 자연스레 고등학교 모자합창단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모자합창단이라고 해서 모두 재학 중인 학생 어머니는 아니다. 현재 구성원이 42명인데 이 가운데에는 졸업생 어머니도 있고 지역 주민도 있다.

최근 활동 내용을 보니 2018년과 2019년 1, 2회 창원합창페스티벌에 참가했고 2019년에는 제20회 경남청소년합창페스티벌, 노산시조문학상 시상식 축하 연주, 창신학교를 설립한 호주 선교사 후손 방문 때 축하 공연, 제2회 창신모자합창단 정기연주회 등이 있었다. 지난해와 지지난해엔 코로나19로 연주 활동을 멈췄다. 그래서 이번 경남학생합창제 참여는 오랜만의 공연으로 아미치에 생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창신고 모자합창단 지휘를 맡은 방무현(앞줄 오른쪽) 교사와 인터뷰에 응했던 세 명의 단원(뒷줄 왼쪽부터 김광희 송민정, 앞줄 이은선)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창신고 모자합창단 지휘를 맡은 방무현(맨 오른쪽) 교사와 인터뷰에 응했던 세 명의 단원(왼쪽부터 송민정 김광희 이은선)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김광희(57) 씨는 아이가 마산중앙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모자합창단에 참여해 초대단장을 맡았고 아이가 창신고로 진학하면서 모자합창단에 들어가 단장을 맡기도 한 '아미치'의 맏언니요, 산 역사이기도 하다. 방무현 지휘자는 창신고 합창단 1년이 지난 뒤부터 맡았기 때문에 지휘자보다도 1년 앞선 경력을 자랑했다. 김 씨는 성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교회에서 노래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합창단 활동을 하게 되었단다. 합창단 활동을 하고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그전에는 가곡이나 클래식을 별로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합창단 활동을 시작하면서 제대로 배우기도 하고 또한, 화음도 맞출 수 있어 좋아요. 또 (지휘자) 선생님이 가사도 좋고 감성적인 곡을 찾아 가르쳐 주시니 처음에는 표현하기 어렵고 하지만 계속 연습하면서 일정 수준에 올라올 때면 성취감도 생깁니다. 그뿐만 아니라 합창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이 이웃인 경우도 있어 사람들과의 유대관계가 좋아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벌써 졸업했어도 이 합창단을 떠나지 못하는구나 싶다. 옆에 앉은 송민정(53) 씨는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할 때 시작해 올해로 9년 차 단원이다.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연습 시간이 안 맞아 몇 개월 못했었는데, 시간이 조정되면서 할 수 있게 되어 좋았어요. 특히 아이와 한 공간 안에서 뭔가를 할 수 있구나 싶어 더 좋았습니다. 또 선생님을 통해서 아이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고, 학교에 어떤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세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합창단 연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일상인 것 같아요.”

창신고 모자합창단 지휘를 맡은 방무현(앞줄 오른쪽) 교사와 인터뷰에 응했던 세 명의 단원(뒷줄 왼쪽부터 김광희 송민정, 앞줄 이은선)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창신고 모자합창단 지휘를 맡은 방무현(앞줄 오른쪽) 교사와 인터뷰에 응했던 세 명의 단원(뒷줄 왼쪽부터 김광희 송민정, 앞줄 이은선)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이은선(50) 씨는 학교 입학식 즈음 설명회에서 어머니 노래교실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뒀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가 합창단 활동을 하지 않으면 어머니도 못 하는 것인 줄 알고 하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아이와 상관없이 활동할 수 있다고 해 아이가 2학년 때 시작해 지금 6년 차라고 한다. 현재 단장을 맡고 있다.

“성격이 내성적인 편인데 임원을 맡으면서 외향적으로 많이 변화되었어요. 정기연주회는 2년에 한 번 하는데 내년에 3회 공연을 하게 됩니다. 원래 작년에 해야 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 했습니다. 그 외에는 학교 축제 때나 초청을 받아 활동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노래 실력이나 전체 구성으로 보아 더욱 활발한 활동이 기대된다. 아들과 함께 모자합창단으로 활동하는 단원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그 외의 다양한 경우로 합창단과 연을 맺고 있다. 하지만 아미치 어머니들은 함께 하는 하모니 학생들을 모두 아들로 생각한다고.

“함께 노래할 때 뒤에서 화음을 넣어 받쳐주잖아요. 그러면 엄청 감동을 받습니다. 그게 합창하는 즐거움이고 행복인 것 같습니다.”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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