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 13일째인 6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가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이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반면 화물연대는 안전권·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에 "약속을 지켜라"라고 촉구합니다.

화물연대는 왜 지난 6월에 이어 11월에 또다시 총파업에 나서게 된 것일까요? 쟁점은 '안전운임제'입니다.

안전운임제가 무엇인지, 또 일몰제는 무엇인지, 총파업 직전까지 무슨 일이 전개된 것인지 맥락을 짚어보겠습니다. 궁금하지만 자세히 알아보기는 번거로운 사실을 추려서 정리했습니다. 최근 쏟아지는 화물연대 파업 기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9회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9회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차 안전운임제란?

-요약

  • 화물차 운전 노동자가 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운임'을 연초마다 공표하는 제도.
  • 안전운임제로 보장하는 운송료보다 적은 돈을 주는 화주에게는 과태료 부과.
  • 일단 시멘트·컨테이너 품목만 안전운임제 적용.
  • 2020년 1월 1일 시작→2022년 12월 31일까지만 유효(일몰 조항).

 

안전운임은 '최저시급'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운송료가 낮을수록 화물노동자는 불안전한 운행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차량 할부금, 주유비, 차량 수리비, 보험료 같은 고정 비용을 빼고 생활비를 벌려면 최대한 오래 일하고(과로), 빨리 달리고(과속), 한 번에 많이 실을 수밖에(과적) 없기 때문입니다. 안전운임제를 정의한 법 조항에 이같은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장 제2조(정의) 13.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이란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의 보장을 통하여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는 등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으로서 제12호에 따른 화물자동차 안전운송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하여 제5조의2에 따른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제5조의4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공표한 운임을 말하며 다음 각 목으로 구분한다.

가. 화물자동차 안전운송운임: 화주가 제3조제3항에 따른 운송사업자, 제24조제2항에 따른 운송주선사업자 및 운송가맹사업자(이하 “운수사업자”라 한다) 또는 화물차주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최소한의 운임

나. 화물자동차 안전위탁운임: 운수사업자가 화물차주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최소한의 운임

안전운임위원회 구성. /한국교통연구원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제란?

-요약

  • 화물차 안전운임제는 2020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3년 간 제도를 한시적으로 운영. 유효기간 만료 1년 이전에 시행결과를 분석, 후속 입법 검토.

 

일단, 일몰제란 법률(의 효력)이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게 하는 제도입니다. 해가 지는 것과 유사하다고 해서 '일몰'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일몰제 취지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법률을 한번 만들면 다시 폐지하기는 어려우니 시한을 두고 운영해본 다음 일몰 기한이 다가올 때쯤 재검토해서 영구적인 법으로 만들지 결정하자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안전운임제 유효기간은 '2020년 1월 1일 ~ 2022년 12월 31일'입니다. 2022년 12월 31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해보자는 것이죠. 일몰이 임박한 현재 결정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일몰제 폐지 ②일몰제 연장 ③안전운임제 완전 폐지 등 세가지입니다. 화물연대는 꾸준히 'ⓛ일몰제 폐지'를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②일몰제 연장'을 선택했습니다(11월 22일 국토교통부 발표). 이에 반발해 화물연대가 파업하자 정부는  '③안전운임제 완전 폐지'까지 언급하고 있습니다.

 

 

안전운임제는 어쩌다 일몰제가 되었나?

-요약

  • 문재인 대통령 국정과제에 '표준운임제(지금의 안전운임제)' 포함.
  • 국토교통부 표준운임제 본격 추진.
  • 일부 의원, 표준운임제는 시장경제 원리에 반한다며 반발.
  • 여아정 합의 과정에서 '일몰제' 추가하는 것으로 절충.

 

2016년 11월 4일 최인호 민주당 의원과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은 각각 표준운임제와 참고운임원가제를 발의합니다.

최인호 의원의 표준운임제는 지금의 안전운임제입니다.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특징입니다.

이헌승 의원의 참고원가제는 화주, 운송사업자, 운송주선사업자 등이 화물운송의 운임을 산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운임원가를 정하여 고시하는 것을 뜻합니다.

방법론은 다르지만,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모두 화물차주의 운임협상력을 증대해야 한다는 데는 뜻을 모았습니다. 민주당은 과태료 조항을 추가해야 법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고, 자유한국당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고 나머지는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야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말이죠.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안전운임제 추진에 탄력을 받습니다. 안전운임제가 국정과제에 포함됐기 때문이죠. 국토교통부는 화주ㆍ화물업계ㆍ화물연대 등 이해관계자 간에 40여 회에 걸친 협의를 통해 안전운임제 합의안을 도출했습니다.

2018년 2월 국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 측이 공개한 합의안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제한적으로, 단계적으로 접근해 나간다.

1. 화주와 운수업체 간에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송운임제를 실시하고 운수업체와 차주 간에는 안전위탁운임제를 실시한다. 그래서 이것은 개정안의 표준운임제와 참고원가제의 명칭을 통일해서 화물차 안전운임으로 명칭을 변경한다.

2. 컨테이너, 시멘트, 합성수지 품목을 우선 시행함으로써 사회적인 수용성을 제고한다.

3. 그외 화물 품목은 국토교통부가 안전운송원가를 조사해서 공표함으로써 그 공표된 자료를 가지고 화물자동차의 이해관계자들이 안전운임을 적용ㆍ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

4. 이 개정 내용은 우선 2년간 유예하고 2년 후부터 시행한다. 2년 후에도 화주-운수업체-화물차주가 위원회를 구성해서 위원회 내에서 운임에 대해 합의해서 결정하고 그 결정된 내용에 따라 집행해 나간다.

*2018년 2월 21일 국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 국토교통부교통물류실장 발언 발췌

정부가 가져온 위의 합의안을 토대로 여야는 치열한 토론을 펼칩니다. 그 결과 3개 품목(컨테이너·시멘트·합성수지)을 적용하는 정부안에서 합성수지는 제외하기로 합의했는데요. 그 이유는 아래 회의록에서 알 수 있습니다. 

박맹우 위원 시멘트나 컨테이너는 카운트가 아주 용이하겠지요. 용이한데, 합성수지 이거는 여러 형태가 있고 다양하고 또 여러 가지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서 이 부분은 하나의 시범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줄이면 좋다 해서 그것 좀 뺐으면 좋겠고, 나는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것이 벌칙규정인데 이게 없으면 참고운임제하고 비슷해지니까 또 하는 취지가 무색하니까 이것도 상징적으로 과태료나 벌칙을 최소화합시다, 최소화. 지금 어떻게 돼 있어요?

맹성규 국토교통부제2차관 1000만 원 돼 있거든요.

박맹우 위원 그것을 좀 낮춥시다. 내 생각에 낮췄으면 좋겠어요, 상징적으로 두면 되는 거니까.

이헌승 위원 아니, 그래서 제 생각에는 이 법에 수출입 컨테이너, 시멘트, 대통령령이 정하는 합성수지이렇게 복잡하게 하지 말고, ‘별도로 기타 업종은 시행령에 규정한다고 돼 있는데 이것 하지 말고, 그냥 아예 법에 수출입 컨테이너하고 시멘트 2개 업종만 못을 박고, 시행령에 규정할 수 있다 이것 하지 말고 그냥 2개를 법에 박으세요. 만약에 다른 부분이 추가로 필요하면 그때 법을 개정해 가지고 그 품목을 삽입시키면 되지.

박맹우 위원 그것 좋은 안이야.

이헌승 위원 아예 이렇게 정리를 합시다.

맹성규 국토교통부제2차관 알겠습니다.

◯이헌승 위원 그게 낫겠지요?

맹성규 국토교통부제2차관 , 2개만 받고……

◯이헌승 위원 2개 받고……

윤영일 소위원장 국토부, 그러면 이의가 없으십니까?

맹성규 국토교통부제2차관, 지금 말씀하신 걸 수정해서 받겠습니다. 2개를 받겠습니다.

*2018년 2월 21일 국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 발췌

이후 한달 뒤인 3월 20일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이헌승 의원이 대안으로 일몰제를 제시합니다.

이제 일몰제가 대안으로 나온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국토교통부 기본적인 입장은 '모든 품목에 표준운임제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 저희 국토부는 기본적으로 모든 화물에 대해서 표준운임제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을 했으나 또 관계하는 단체들 또 위원님들 사이에 이견이 있어서 일단 2개 품목을 시범적으로 하는 것으로 여야 간에 합의를 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8년 3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록 발췌

그러나 현실적으로 계량을 하기 쉬운 품목이 있고 계량하기 어려운 품목이 있기 때문에, 계량하기 어려운 것들은 준비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계량하기 어려운 품목은 참고원가제를 시행하고, 계량이 비교적 쉬운 시멘트·컨테이너는 안전운임제를 우선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의원은 '표준화 하기 쉬운 정도'를 기준으로 품목을 선정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 제기를 했고, 정부는 이해 당사자 간의 합의를 통해 도출한 결론이라고 반박하며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행 의무가 없는 참고원가제를 도입해 2~3년 정도는 지켜보자는 대안도 나왔습니다. 

이같은 격론이 이어지자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이 내놓은 대안이 컨테이너·시멘트 등 2개 품목에 안전운임을 우선 도입하되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입니다.

국토교통부가 구상한 큰그림은 '안전운임제 전면 운영',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시장에 일종의 가이드라인만 제공하는 참고원가제 도입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찾은 절충점이 '한시적 운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국토교통부로서는 자유한국당과 타협해서 제도를 도입하는 데 의의를 두었겠죠. 자유한국당 처지에서도 안전운임 적용 품목과 유효기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부담을 덜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화물연대가 파업한 이유
 

화물연대는 올해 6월 7일 ‘안전운임제 일몰조항 폐지와 확대 적용’을 요구하며 대규모 총파업을 했습니다. 화물연대는 지난해부터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를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습니다. 특히 화물연대는 2018년 관련법 개정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가 한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합의는 무엇일까요?

당시 공포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에는 안전운임제를 '국토교통부 장관이 유효기간 만료 1년 이전에 그 시행결과를 분석하여 연장 필요성 등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함'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일몰 1년 전인 2021년 문재인 정부 국토교통부는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 한국교통연구원이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이를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국회 또한 이 시행보고서가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오섭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일몰제 폐지 법안을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는 6월 14일 5차 교섭에서 극적으로 타결합니다.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는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적용 품목 확대를 논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한국교통연구원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보고서도 즉시 국회에 보고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자, 그럼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가 도출한 합의문을 볼까요?

 
화물연대가 공개한 국토교통부와의 합의문

6월 30일 최인호 민주당 의원이 '안전운임의 적용대상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2022년까지인 유효기간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합니다. 

9월 29일 국토교통부는 한국교통연구원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국회에 안전운임제 시행 결과를 보고합니다. 합의문 1번 항목을 이행한 것이죠. 그런데 이날 국토교통부가 밝힌 '입장'은 제도 도입 당시 입장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어명소 국토교통부제2차관 안전운임제처럼 정부가 일률적으로 가격을 정하고 이걸 안 지키면 처벌하는 제도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저희의 입장입니다. 

*2022년 9월 29일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회의록 발췌

 

◯맹성규 국토교통부제2차관 저희들이 볼 때는 현재 있는 체제를 조금 보완해서 좀 더 앞으로 나가면 사고도 줄이고 그다음에 파업 같은 것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특히 사회 구성원 전체적으로 삶의 질이 좀 더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준비를 하게 된 겁니다.

*2018년 2월 27일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회의록 발췌

11월 22일 국토교통부와와 국민의힘은 당정협의를 통해 '일몰은 3년 연장을 추진하되 품목확대는 불가하다'라는 입장을 발표합니다. 국토부는 국토교통부가 국회 민생특위에 보고한 내용을 근거 삼아 "제도를 시행한 결과 당초 도입 목적인 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아래와 비판도 있습니다.

제도 도입 본 목적은 화물차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한다는 것. 안전 개선은 제도 도입에 따른 효과이다. (관련 기사). 

11월 24일 화물연대는 국토부의 '일몰제 연장', '품목 확대 불가' 결정에 반발해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화물연대가 1년에 두 차례 이상 파업한 일은 2003년 이후 처음입니다. 아래는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의 대회사와 원희룡 국토부 장관 담화문 일부입니다.

이봉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12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11월 24일 화물연대 성명 발췌, 전문 읽기)

화물자동차 관련 교통사고로 1년에 7000명 가까운 국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 달 내내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하고 심지어 16시간을 꼬박 일해서 겨우 겨우 생활비를 가져가는 화물노동자는 더 이상 죽음과 고통을 연료삼아 화물차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약육강식의 시장에서 화주기업이 운송료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최저단가 운임을 결정하는 현실에서, 안전운임제만이 화물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제도입니다. 자랑스러운 조합원 동지 여러분! 우리의 요구는 명확합니다. 안전운임제 개악 시도 중단! 일몰제 폐지! 차종·품목 확대! 이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결코 깃발을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11월 29일 화물연대 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11월 23일 원희룡TV 영상 발췌, 전체 영상)

안전운임제라는 단어, 그 중 안전이라는 말이 잘못 사용되고 있습니다. 안전운임제는 이해당사자인 화주, 물건의 주인인 운수사, 차주 이 삼자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지난 3년간 안전운임제를 시행해본 결과 교통안전의 개선효과는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전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득이 올라가는 효과만 있었습니다. 당연하죠. 안전운임제라는 이름으로 운임을 올려서 지급하고 지급하지 않으면 화주를 처벌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소득은 올라갔는데 안전은 오히려 후퇴한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11월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2차 교섭 결렬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2차 교섭 결렬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나의 보고서, 서로 다른 해석

 

원희룡 장관이 "교통안전의 개선효과는 불분명"하다는 논거로 삼은 자료는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보고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 입니다. 

 
화물차 교통사고 추이
(특수견인차 기준)
구분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
사고 발생(건) 580 690 674 745
사망자수(명) 27 21 25 30

국토교통부는 이 자료에서 사고 발생 건수가 안전운임제를 시행하기 전인 2019년 690건에서 제도를 시행한 2020년 674건으로 다소 줄었으나 2021년 745건으로 다시 늘어난 것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사망자수도 2020년 25명에서 2021년 30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통계에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안전운임제가 적용된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 운송차량만 집계한 자료가 아니고 △조사 기간이 짧다는 것입니다. 또한 정량적으로 분석이 어려운 사고발생 변수(계절변수)도 있습니다. 박연수 화물연대본부 정책기획실장은 "마치 오염수를 배출하는 수백 개의 파이프 중에서 1~2개를 막아놓고는 전체 강의 오염이 개선되지 않았으니 파이프를 막는 것과 오염 개선은 관계가 없다는 논리와 같다"고 반박했습니다.

화물차주 노동 지표
구분 품목 2019년 2021년 비고
월 노동시간 컨테이너 292.1시간 276.5시간 5.3% 감소
시멘트 375.8시간 333.2시간 11.3% 감소
월 소득 컨테이너 300만 원 373만 원 24.3% 증가
시멘트 201만 원 424만 원 110.9% 증가

원희룡 장관은 위의 통계를 근거로 "안전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득이 올라가는 효과만 있었다"고 발언했습니다. 또한 원 장관은 화물차 운전자가 월 500~600만 원을 버는 '고소득자'라는 발언도 했습니다. '고소득자' 발언은 고용노동부 자료를 토대로 주장한 것인데요. 사실이 아닙니다. 아래 기사에 정리가 잘 돼 있습니다. 

*관련기사: '안전운임제' 요구에 "화물차 기사 고소득"...사실일까?(2022년 12월 3일, 헤럴드경제 보도/ 기사 읽기)

반면 화물연대는 같은 보고서를 토대로 장시간 노동에 비하면 순소득이 적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선 노동시간은 제도 시행 후 △컨테이너 276.5시간 △시멘트 333.2시간으로 감소했지만, 전체 임금 노동자 평균 노동시간인 163.6시간, 운수업 170.0시간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라고 밝혔습니다.

화물차 노동자 노동강도 비교
구분 컨테이너 시멘트 운수업
월 평균 노동시간 276.5시간 333.2시간 170.0시간
월 평균 순수입 373만 원 424만 원 321만 원
시간당 수입 13,400원 12,700원 18,900원

화물연대는 시간당 수입은 운수업 평균 시간당 수입의 69.3%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장시간·고위험·고강도 노동에 비해 시간당 순수익이 여전히 낮은상태로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 노동자 압박
 

정부가 7일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시멘트 화물차 기사 1명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관련기사).
정부는 11월 파업에 돌입하기 전부터 강경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불법적 운송 거부나 운송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일체의 관용없이 모든 조치를 강구하여 엄정하게 대응하겠다(11월 22일 한덕수 총리)"

연일 쏟아지는 정부의 강경 발언에는 화물 노동자는 법상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직이므로 파업은 불법이라는 논리가 깔려있습니다. 즉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고 발언하는 것은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조건 없이 복귀하라(5일 원희룡 장관)"라고 말하는 정부는 사실상 화물연대에게 '백기투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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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화물연대 파업,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

12월 5일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은 노동3권 침해"...인권위에 진정

12월 6일

건설업계 "화물연대에 손해배상 소송 검토"

12월 6일

[단독]ILO 공문, 정부 평가절하와 달리 "결사의 자유 침해" 명시

12월 6일

화물연대 현장조사 불발...공정위 '조사방해' 제재 방침

12월 7일

정부, ILO 향해 "화물연대 운송거부에 업무개시 명령 불가피"

12월 7일

정부, 업무개시 불응 화물기사 첫 고발...제재 본격 착수

12월 7일

공정위, 화물연대 올해 6월, 작년 파업 때 위법 여부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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