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비장애인 어울림예술단 '아트랑' 정기연주회 현장
서로를 살피고 응원한 연습..."준비과정 자체가 도전·성장"
무대 오른 단원들 즐겁게 연주...경계 허문 시간 관객 감동

㈜아트랑은 장애 예술인과 비장애 예술인이 함께하는 예술단이다. 아트랑은 올해 9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증받은 사회적기업이기도 하다. 

아트랑은 합창·합주·뮤지컬 등 공연단을 운영하고 문화예술을 교육한다. 발달 장애가 있는 이들에게 공연하는 경험을 제공해 장애인 예술활동을 지원한다. 또한 장애·비장애 예술인이 음악과 미술 등으로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게 한다. 

그 일환으로 아트랑은 매해 장애 인식 개선 공연을 개최한다. 연주회는 올해로 6회차를 맞았다. 아트랑은 1월부터 그해 연주회를 준비한다. 11개월간 50여 명이 정기연주회에 매달린다. 이들의 공연 준비 모습, 지난 6일 성황리에 끝낸 연주회 현장을 담았다.

노보라 지휘자가 5일 아트랑 단원들과 연주회 연습을 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노보라 지휘자가 5일 아트랑 단원들과 연주회 연습을 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아트랑 파이팅" 외치는 연습 현장 = 아트랑 단원들은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 공간에서 공연을 준비한다. 지난 5일 오후 늦게 이곳을 찾았다. 공연 전날 마지막 연습 현장이다.

노보라(39) 상임지휘자는 단원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바이올린 구역 앞줄에 앉은 임민수(30) 단원이 "아트랑 파이팅"을 외치면서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단원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며 연주 호흡을 맞췄다. 

1부 동물의 사육제 7악장 수족관에서는 플루트와 타악기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3부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에는 특별 소품을 꺼내야 한다. 단원들은 숨겨둔 산타 모자와 머리띠 등을 꺼냈다. 단원들은 LED 촛불이 작동하는지 점검했다. 옆 동료 것도 함께 살피는 건 이들의 오래된 습관이다. 

3부 마지막 곡과 앙코르곡까지 연주했지만 연습은 끝나지 않았다. 1부로 다시 돌아가 4악장 거북이와 10악장 큰 새장을 다시 연습했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첼로를 맡은 민병욱 단원이 "아트랑 파이팅"을 다시 외쳤다. 마지막 연습의 끝맺음이었다.

노 지휘자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아트랑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 땀이 날 수밖에 없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1월부터 단원들 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악보를 만들었다. 덕분에 단원들은 1시간 20분가량 연주해야 하는 악보를 모두 외웠다. 노 지휘자는 "동물의 사육제는 전공자에게도 어려운 곡이다"라며 "연주 수준에 상관없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대곡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트랑 단원에게 잘하는 것보다 같이하는 가치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노 지휘자는 "준비 과정 자체가 우리에겐 도전이다"라면서 "단원들이 성장하는 모습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플루트를 맡은 송지윤 양이 무대를 소개해주고 있다. /주성희 기자
플루트를 맡은 송지윤 양이 무대를 소개해주고 있다. /주성희 기자

송지윤(19) 양은 플루트를 연주한다. 아트랑과 함께한 지 3년째다. 어릴 때 바이올린을 다뤄 악기가 친숙하다. 이젠 꼭꼭 누르는 플루트가 더 재밌다. '동물의 사육제'에서 1악장 서주와 사자왕의 행진이 특히 좋다. 피아노와 현악기로 내는 사자 울음소리가 인상 깊어서다. 송 양은 공연을 앞두고 있지만 "떨리지 않는다"며 웃어 보였다.

김태완(18) 군은 아트랑 마칭밴드 구성원이다. 마칭밴드(Marching Band)는 행진하며 북이나 호른 등을 연주하는 방식이다. 아트랑 마칭밴드는 작은북을 어깨에 메고 두드린다. 김 군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게 기분 좋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서 서다 = 공연 당일인 6일 대기실에서 만난 송 양은 무대 위 리허설로 꽤 긴장한 모습이었다. 송 양은 무대 위 자기 자리로 안내했다. 뒤에서 세 번째 줄, 가장 왼쪽 자리였다. 송 양은 "막상 무대에 서니 떨린다"고 말했다. 잘하던 연주도 괜히 어렵게 느껴지는 듯 보였다. 송 양은 정기연주회에 학교 선생님을 초대했다. 

임민수 씨는 대기실 벽에 붙어 서 있었다. 살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옆 동료에게 "공연할 때 자면 안 돼"라고 다짐 섞인 말을 했다. 그와 단원들은 관객이 공연장에 입장하는 오후 7시가 되기 직전까지 바이올린을 켰다. 그는 악기를 점검하고 조율하면서 집중력을 모았다. 

6일 창원시 성산아트홀 소극장 앞에서 예매권을 찾아가는 관객 모습. /주성희 기자
6일 창원시 성산아트홀 소극장 앞에서 예매권을 찾아가는 관객 모습. /주성희 기자

오후 7시 30분, 창원시 성산아트홀 소극장 안에 본종이 울렸다. 단원들은 영상이 재생되면 등장하기로 약속했다. 영상이 재생되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임 씨였다. 그는 왼손에 바이올린, 오른손에 활을 들고 섰다. 임 씨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조명 때문인지 머뭇거렸다. 관객들은 이내 박수를 보냈다. 임 씨는 자신있게 자리로 향했다. 다른 단원들도 임 씨를 따라 등장했다. 

노부흥 아트랑 대표는 "우리 공연은 릴랙스 퍼포먼스(Relaxed Performance)"라며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 비장애인 모두 편안한 환경에서 공연을 관람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연 중 특정 장애가 있는 관객의 행동, 소리가 나도 편안하게 받아들이면 된다"고 안내했다. 

임민수(오른쪽) 단원이 공연 직전 성산아트홀 소극장 대기실에서 바이올린 연주 연습을 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임민수(오른쪽) 단원이 공연 직전 성산아트홀 소극장 대기실에서 바이올린 연주 연습을 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이후 노보라 지휘자가 입장했다. 지휘단에 선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지휘봉을 올렸다. 

1부 동물의 사육제 1악장 서주와 사자왕의 행진에 맞춰 영상에서 사자가 등장했다. 한 관객은 영상 속 사자와 악기가 내는 소리에 몸을 웅크렸다. 

김태완 군은 2부 두 번째 순서 윌리엄 텔 서곡 때 아트랑 마칭밴드로 등장했다. 무대 오른쪽에 선 그는 기합 소리를 내며 연주를 이끌었다. 200명 넘는 관객을 보고 신이 난 모습이었다. 

이영임(44) 씨는 관객석 가장 뒷줄에 앉았다. 이 씨 손에 작은 선물 상자가 들려있었다. 이 씨는 아들 이재원(18) 군만 눈에 들어왔다. 이 씨는 "지난해 4월부터 아트랑에서 연주하고 있다"며 "아들이 방과 후 학원에 다녔을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아트랑에 와서 무척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강은비(24) 씨는 지인 권유로 이번 정기연주회를 관람했다. 강 씨는 "음악과 함께 재생되는 스리디 애니메이션 덕분에 집중력 있게 공연을 봤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되지 않고 어울리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아트랑이 지난 6일 성산아트홀에서 '너랑 나랑 콘서트'를 열었다. 아트랑 단원들이 무대에 등장해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사회적기업 아트랑이 지난 6일 성산아트홀에서 '너랑 나랑 콘서트'를 열었다. 아트랑 단원들이 무대에 등장해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차성미(24) 씨는 동생이 출연해 이번 공연을 관람하러 왔다. 차 씨는 "기대했던 것보다 재밌었고 2부 세컨드 왈츠를 연주할 때 무용까지 볼 수 있어서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공연을 마친 단원들은 공연장 밖으로 나와 관람객을 만났다. 단원들은 꽃다발을 안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태완 군은 가족을 초대했다. 그는 팔을 높게 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현정 창원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과장은 "우리 사회는 아직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선명하게 그어져 있다"며 "사회적기업 아트랑은 장애인과 예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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