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변화·성장 과정에 필요한 소통
잘 듣고 깊이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

배움과 협력이 있는 미래형 학교, 행복학교를 6년째 운영하고 있다. 학교에 찾아오는 이들은 한결같이 아이들이 밝고 적극적이라고 말한다. 6년 동안 이루어진 변화와 성과는 여러 차례 소개한 바가 있다. 오늘은 그동안 좀 부족하고 아쉬웠던 점들을 돌아볼까 한다.

요즘 택배가 일상이 되다 보니, 학교에서도 종이 상자와 포장용 비닐이 엄청나게 나온다. 분리수거장에 포장용 비닐이 분리되지 않고 일반 쓰레기통에 들어 있는 걸 보고, 비닐 수거용 봉투를 따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종이를 모으는 통에도 재활용할 수 없는 것들이 함께 들어 있다. 집에서 쓰레기를 처리할 때는 이러지 않을 것 같은데, 학교에서는 왜 이럴까? 내 일이 아니니 청소하는 사람이 알아서 할 거로 생각할까? 재활용품을 분리하여 수거하는 일이 일상에서 자연스레 실천되도록 하는 길은 무엇일까?

아이들은 우리 학교의 급식이 맛있다고 엄청 자랑한다. 거의 매일 나오는 육류가 급식 선호도를 높이는 일등공신이다. 그다음은 단 음식들이다. 그런데 반찬으로 나오는 나물이나 채소류는 남기는 경우가 많다. 조리하는 분들이 힘들여서 만들었는데도 말이다. 어떻게 하면 육류의 소비를 적절히 줄이면서 고른 영양을 섭취하게 할까? 영양사나 조리사들에게 지나친 부담이 되는 걸 피하면서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는 길은? 몸에 밴 식습관이 아이들의 건강을 좌우하고, 육류의 소비량이 생태계 환경을 뒤흔드니 걱정이다.

추위가 닥치자 학교 텃밭에서 자란 배추는 잘려나가고 뿌리만 남아 있다. 텃밭을 볼 때면 저절로 인류의 시급한 과제가 된 기후위기, 탄소중립,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해 생각한다. 아직 우리는 기후위기의 문제를 구체적 실감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의 실천도 특정한 주간이나 학교의 선택에 따른 실천에 머무는 수준이다. 이제 탄소중립과 기후 문제는 학교에서 일회용 물병이나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는 수준 너머에 있다. 일회성 실천이 아니라 모두의 일상적 실천으로 바뀌어야 할 때이다.

학교는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서 있다. 구성원들은 어떤 일을 맡고 있든,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그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아이들을 잘 모른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억지로 떠먹인다. 아이들 스스로 먹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듣기'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들어야 알 수 있다. 아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르고 판단하고 주입하면 일방통행은 가능하나 소통은 안 된다. 소통이 되어야 아이를 변화하고 성장하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이들과의 소통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연수를 하고 책을 함께 읽고 수업을 서로 열어서 배우는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이러저러한 꼬리표를 붙일 것이 아니라, 배우는 입장을 이해해야 개별화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 부모와 교사를 위한 신경다양성 안내서를 쓴 토머스 암스트롱은 부정적인 꼬리표를 단 아이들의 "삶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강점과 재능, 능력과 지성이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을 할 수 있는 전문가가 가르치는 사람이다. 이제 학교는 '배움'을 나날의 '삶'으로 실천해야 한다. 그럴 때 아이들은 성장하고, 그 즐거움과 보람은 두말할 것도 없이 가르치는 이들의 몫이 될 것이다.

/이응인 밀양 세종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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