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크거나 작거나 간에 공명정대하게 치러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내년 3월에 있을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그런 기본 요건조차 갖추지 못하고 치러질 것 같다. 대안을 마련했지만 부작용이 우려되고, 허점을 보완한 개정법안 통과는 요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조합장 선거를 만만히 보고 개정법안 통과에 미온적으로 나오는 모양이나 조합장의 역할을 보면 절대 만만한 선거가 아니다.

조합장은 읍면 단위로 있는 단위조합과 시군 단위로 있는 산림조합·수협·축협 등이 있다. 투표권이 있는 조합원의 수가 많아도 몇천 명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농산물의 유통과 은행업무 등 조합이 하는 역할이 크니 그만큼 조합장의 위상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적어도 수백억 원의 돈과 수십 명 직원을 거느리니 그만큼 선거도 치열한 양상을 띠는 것이다.

동시에 조합장을 뽑는 경남 선거구는 총 170개이며, 투표소는 총 238곳이다. 이들 조합은 지역 경제 실핏줄을 담당하는 풀뿌리 조직이다.

하지만 이대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또다시 온갖 잡음이 난무할 것이 뻔하다.

조합이 2005년 선거사무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고, 2015년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시작한 것은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동시선거를 시작했음에도 공명·청렴 선거와는 거리 멀었다. 경남선관위는 2019년 '제2회 동시조합장선거'에서 58건의 위법행위를 적발해 18건을 고발했다. 그중 72.2%는 금품 등 향응 제공 의혹이었다. 제1회 동시조합장선거 때보다 고발 건수에서 소폭 낮아졌지만, 다른 공직선거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조합장 선거가 이처럼 돈선거가 되는 이유는 너무 많은 제한사항 때문이다. 선거기간도 짧고 홍보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겨우 명함 돌리기 수준이니 뒤로 뭘 하려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조합장 선거가 끝나고 나면 누가 얼마를 써서 되었다는 말들이 나돌기도 한다. 무분별한 선거를 막자고 만든 방법이 오히려 더 어둠을 키운 꼴인 것이다.

이번 동시조합장 선거는 법 개정 없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조합장 선거는 이대로 가면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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