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0대 구성된 라인댄스 팀
2014년 결성 21명 주 2회 연습
출석률 95% 이상 실력도 출중
군항제·사격대회 무대도 올라
"몸 허락하는 한 춤추고 싶어"

예쁘게 분장을 하고 남들 앞에서 뭔가를 보여주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나 보다. 지난 3일 장유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라인댄스 마라톤 페스티벌’에서 라인댄스로 음악에 몸을 맡긴 진해의 ‘춤추는 청춘’ 팀 어르신, 아니 청춘들의 표정은 시종일관 밝았다.

몇 곡이나 연거푸 춤을 추었어도 그다지 지쳐 보이지 않았다. 처음 취재 섭외 때 듣기로 평균 70대의 ‘실버 벚꽃 할매’라더니 얼굴뿐만 아니라 안무도 사뿐사뿐, 전혀 그 연세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동작을 보였다.

춤추는 청춘 회원들이 지난 3일 장유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라인댄스  마라톤 페스티벌 공연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춤추는 청춘
춤추는 청춘 회원들이 지난 3일 장유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라인댄스 마라톤 페스티벌 공연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춤추는 청춘

‘춤추는 청춘’에서 가장 어리다는 한 분을 만났다. 김정선(진해구 경화동) 씨는 60세라고 한다. 김 씨는 원래 춤을 좋아했다고 한다. “우연히 진해에서 라인댄스 하는 곳이 있다는 얘길 듣고 들어오게 되었는데, 대부분 70대, 80대 언니들이더라고요. 그 언니들이 또 한 동네 사는 분들이고 삶에 활력도 되고 해서 계속 다니고 있습니다.”

60이 적은 나이가 아닌데 여기서는 막내이다 보니 나이를 잊고 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른 한 분을 만났다. 진해구 석동에 산다는 김말순(72) 씨다. “10년째 이 팀에 들어와 라인댄스를 하고 있어요. 이걸 하다 보니 삶의 질이 훨씬 좋아졌어요. 아침에 운동하러 갈 때 기분이 제일 좋아요.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춤을 출 거예요.”

10년이나 되었단 말인가. ‘춤추는 청춘’들의 시작점에 황경숙(52) 라인댄스 강사가 있다. 당시 진해보건소와 진해서부보건소에서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전담하고 있었다. “이 팀은 2013년 진해보건소에서 라인댄스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시작했고 이듬해 ‘춤추는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동호회를 공식적으로 결성했습니다.”

춤추는 청춘 회원들이 지난 10월 22일 마산합포구 성호초등학교에서 열린 성호마을 가을운동회에 초청돼 공연을 펼치고 있다./춤추는 청춘
춤추는 청춘 회원들이 지난 10월 22일 마산합포구 성호초등학교에서 열린 성호마을 가을운동회에 초청돼 공연을 펼치고 있다./춤추는 청춘

매주 월·수요일 오전 충무동 새마을금고 7층에서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제일 젊은 분이 60세, 대부분 연령대가 67~73세, 그리고 큰언니 격인 연령대가 80~83세. 그렇게 21명이 주 2회 부지런히 라인댄스 교실을 찾는다. 출석률이 95% 이상이라고 한다. 노력도 노력이지만, 오래된 경력만큼 실력을 갖추다 보니 여기저기 활동도 잦다.

“창원시 생활체육 라인댄스 한마음 공연 및 진해 군항제 라인댄스 한마음 페스티벌 무대공연, 평생학습과 과학축전 공연, 창원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성공기원 라인댄스 플래시몹 등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올해엔 가을 군항제 동호회 경연대회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죠.”

황경숙 춤추는 청춘 라인댄스 강사./정현수 기자
황경숙 춤추는 청춘 라인댄스 강사./정현수 기자

‘춤추는 청춘’은 올해 풀뿌리연계사업 ‘춤추는 우리마을’ 사업에도 참여했다. 벚꽃과 중앙시장을 주제로 라인댄스를 만들었다. 지난 10월 15일 진해루에서 공연했는데, 사람 내음과 오고 가는 정이 물씬 풍기는 열정적인 마을을 표현했다고 한다. “의상은 벚꽃 콘셉트에 맞춰 머리핀과 목걸이를 직접 만들어 의상에 부착하고 춤을 추었죠.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80세가 넘으면 그냥 걷는 것도 서서히 힘들어지는 시기인데 라인댄스가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기본 동작부터 서서히 익히다 보면 나중엔 자연스레 춤으로 연결되죠. 특히 노인들은 동작을 익히다 보면 뇌 신경계를 자극해 치매 예방 효과도 큽니다.”

어르신들의 만족감이 큰 모양이다.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더 예쁘게 출 수 있었을 거라며 아쉬워하는가 하면 외부 공연 섭외가 들어오면 반가워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연습 땐 은근히 주요 위치에 서려고 욕심을 내는 분도 있다고.

그저 소극적 문화 소비자에 불과했던 주민들이 문화 생산자로서 활동을 하면서 적극적인 문화 소비자로 변하고 있다. 이런 풀뿌리 문화 활동이 얼마나 활성화하느냐에 따라 전체 문화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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