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양덕종합시장 2018년 폐쇄
재개발 구역 지정 결정적 원인
인근 대형마트·백화점도 영향
손님 유출 운영난 겪은지 오래

전통 시장은 특정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상품·용역 거래를 해온 공간이다. 이곳은 수요 공급의 법칙만으로 굴러가는 곳이 아니다. 가격 결정에 서로가 쌓은 신뢰가 작용하거나 많이 사면 덤을 얹어주고, 거래할 때마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지역 경제를 흐르게 할 뿐 아니라 공동체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대기업 유통업체가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시장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지역 일터와 삶터가 소멸하고, 지역 자본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경남도민일보>는 3회에 걸쳐 시장 소멸 현상 원인과 대안을 찾아본다.

◇전통시장 정의와 종류 = 전통시장은 사회경제적 필요로 자연스럽게 모인 사람들이 전통적 방식대로 상품·용역을 거래하는 장소다. 전에는 재래시장이라고 불렀으나 2010년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으로 개정하면서 명칭이 바뀌었다. 이 법은 전통시장을 등록·인정 여부, 소유 형태, 구조물 형태 등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인정시장 조건은 까다롭다. 먼저 전통시장 육성 특별법 규정에 따라 면적 1000㎡ 이상, 영업점포 50개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10년 동안 시장 기능을 수행해왔고, 향후 10년도 이상없이 기능을 수행할 곳이라는 점을 시장·군수·구청장이 인정해야 등록할 수 있다. 기타시장은 법적으로 전통시장으로 등록되지 못한 시장으로, 지자체가 관리감독하는 곳이다. 

소유 형태에 따라 법인시장, 개인시장, 공설시장, 공동시장 등으로도 나눈다. 여기서 공동시장은 법인·개인·공설시장이 아닌 곳으로 상인들이 공동으로 개설했거나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시장이다. 소유주가 10인 이상이면 공동시장으로 분류한다. 구조물 형태를 보면 건물형, 노점형, 장옥형, 상가주택 복합형이 있다. 개설주기에 따라서도 분류된다. 매일 열리는 상설 시장, 5일장 같은 정기시장, 정기와 상설 혼합형 시장이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경남 전통시장 수는 2020년 157개이고, 경남도가 조사한 같은해 도내 전통시장 개수는 186개소(정기시장 41개소, 상설시장 145개소)다. 두 기관 조사 결과에 차이가 있는 이유는 통계청이 법령 기준을 따랐기 때문이다. 도청은 신설됐거나 규모가 작은 시장도 조사에 포함한다.

법적 정의만으로는 전통시장의 역할과 위상을 알 수 없다. 이승종 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원장은 2013년 당시 전통시장 활성화 보고서를 내며 "전통시장이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삶과 문화가 녹아든 장소를 상실해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시장을 살린다는 것은 마을 사람 스스로 지역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장소로서의 가치가 되살아남을 의미한다"고 했다.

2018년 폐쇄된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종합시장.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2018년 폐쇄된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종합시장.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상권을 흡수한 대형유통업체 =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었던 양덕종합시장은 2018년 폐쇄됐다. 일부 상인들은 폐쇄 전부터 시장을 찾는 이들이 많이 없었다고 말한다. 양덕종합시장 자리 1㎞ 이내에 대형마트 2곳, 백화점 1곳이 있다. 홈플러스는 2006년, 롯데마트는 2015년 개점했다. 신세계 마산점은 1999년 성안백화점을 인수해 개보수 과정을 거쳐 개점했다.

유통산업발전법 제3조에 따르면 대규모점포를 개설하거나 준대규모점포가 전통상업보존구역에 입점하려면 입주 주체자는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롯데마트 양덕점 계획 구역은 양덕종합시장을 비롯해 양덕중앙시장, 산호시장 1㎞ 이내에 있어 전통상업보존구역이었다. 지역협력이 필수 요건이었다. 상인들은 롯데마트가 제시한 지역협력계획서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결국 롯데마트 양덕점은 개설됐다.

전통시장에 위협을 주는 주체가 꼭 대형마트 3사뿐만은 아니다. 하나로마트를 포함한 대규모 점포도 전통시장 손님을 흡수한다.

남해군 남해읍에 있는 남해전통시장은 12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시장이다. 내부 점포만 100여 개가 넘고, 상설시장 겸 정기시장(5일장)을 운영한다. 내부에 수산시장을 겸하고 있어 관광객들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도 일부 '잘나가는 점포'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불이 꺼져있는 빈점포도 곳곳에 눈에 띈다. 남해전통시장 한 상인은 "200m 이내에 한 곳, 500m 이내에 한 곳 주변에 하나로 마트가 2곳이나 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환경에 놓여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하나로마트는 조합원에게 특별한 혜택을 제공한다며 판촉행사를 벌이는데 전통시장이 그럴 여력이 어딨겠나"라고 한탄했다.

◇재개발 부지로 이용된 전통시장 =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수산시장에서 가판대를 펴놓고 장사를 하는 ㄱ(67·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하루하루가 두렵다. 불법 노점상 신세인 그는 열흘이 멀다 하고 계고서를 받는다. 노점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10만 원에서 150만 원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물건을 꽤 파는 그지만 그 외 세상 돌아가는 일은 복잡하게만 느껴진다.

그라고 불법 노점상인이 되고 싶었을까. ㄱ씨는 양덕종합시장에서 점포 3개를 갖고 있던 40년차 베테랑 상인이었다. 생선 두 마리 올려놓고 장사를 시작하던 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양덕4지구가 재개발 구역으로 묶이면서 일터를 잃었다. 보상금으로 한 점포당 1000만 원을 지급받아 3000만 원을 손에 쥐었지만, 그 돈만으로 이전처럼 상점을 운영할 수 없었다. 일을 그만두려 했지만 오른쪽 어깨가 성치 않았다. 당장 약값이라도 벌려면 쉴 수 없었다.

이곳저곳 떠돌다가 겨우 수산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ㄱ씨는 40년 전처럼 다시 가판대를 펼쳐 생선을 올려 팔기 시작했다. 지금 자리에서 장사한 지 3년이 넘어 얼굴 익고 말을 트는 상인도 생겼다. 그래서 마냥 힘들지는 않다.

ㄱ 씨는 65세 이상 시민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다른 사람처럼 받고 싶어했다. 그는 "장사해 번 돈을 입금해두니 연금 30만 원 가까이 받을 것도 10만 원밖에 못받는다"며 "일을 그만둘 수도 없고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점포를 다시 갖고 싶지 않냐는 물음에는 "점포는 바라지도 않고, 계고서나 안 날라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덕종합시장처럼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또 있다. 창원시 의창구 대원동에 있던 동양종합상가다. 1981년에 지어진 동양아파트 내 상가다. 대원2재건축구역에 창원대원꿈에그린아파트가 생기며 동양종합상가도 사라졌다. 

 /주성희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