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영향 고교생 때 입문
라이벌에 잇단 패배 등 시련
마음가짐 달리하니 한층 성장
지난해 전국대회 10관왕 기록
"씨름 역사에 한 획 긋고 싶어"

 

숨 가쁘게 달려온 한해가 막을 내리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경남은 지난해 전국체전 종합 4위를 차지하며 두 대회 연속 4위에 오르는 값진 성과를 거뒀습니다. 새해를 맞아 지난해 전국 무대를 누비며 경남을 빛낸 각 종목 선수들을 만납니다. 지난 시즌 웃고 울었던 영광의 순간과 쓰라린 패배의 순간을 돌아보고, 새 시즌에 임하는 선수들의 각오와 목표를 전합니다.

지난 5일 거제시공설운동장 보조운동장에 있는 거제시씨름장에서 이다현 거제시청 씨름선수가 연습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이다현이 지난 5일 거제시공설운동장 보조운동장에 있는 거제시씨름장에서 연습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거제시청 씨름단 이다현은 씨름선수였던 아버지 이대우 선수의 영향을 받아 씨름에 입문했다. 아버지 피를 물려받아 남다른 체격과 신체 능력을 갖춘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일반 학생이었다. 아버지 이대우의 권유로 뒤늦게 운동을 시작했지만, 타고난 신체 능력과 부단한 노력 속에 이다현은 2020년 전관왕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전국대회 10관왕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전국 씨름판을 휩쓴 그에게도 힘든 시기는 있었다. 이다현은 2018년과 2019년 2년 동안 라이벌 최희화(안산시청)에게 연거푸 패하며 슬럼프를 겪었다. 특정 선수에게 특정 기술로 패하는 일이 거듭되자 씨름판에 오르는 일 자체가 힘들어졌다고 한다.

이다현은 “가족들한테 계속 전화해서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처음 저에게 씨름을 가르쳤던 아버지께 말씀드렸을 때 안 된다고만 할 줄 알았는데 그냥 그만두자고 말씀하셨다”며 “오히려 그만두라고 말해주시니까 딱 1년만 더 해보고 그만두자고 마음이 바뀌었다. 그러면서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은퇴를 각오한 이다현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이전까지 하던 운동 방식에 많은 변화를 줬고, 그만큼 절실하게 훈련에 매진했다. 그 결과 2020년 전관왕이라는 역사를 썼다.

이다현이 거제시씨름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전관왕을 차지한 그는 2021년 다소 주춤하는 성적을 거뒀다. 이번에도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었다. 앞서 전관왕을 차지한 이다현은 새롭게 시작하는 시즌에 많은 부담을 느꼈다. 2년 연속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생각에 몸에 힘이 들어갔고 생각처럼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다.

지난해 마음을 다잡은 이다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참가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겠다는 욕심보다 매 대회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을 가슴에 새겼다. 그가 다시 10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다현은 “10관왕에 올랐을 때도 10관왕보다는 이번 대회도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며 “열심히 시즌을 치렀는데 한 해를 잘 마무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다현이 지난해 11월 8일 울산 울주군 작천정운동장 씨름특설경기장에서 열린 천하장사씨름대축제 여자 1부 무궁화급(80kg 이하) 우승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씨름협회

지난해 유일한 아쉬움은 여자천하장사대회 준우승이다. 이다현은 결승에서 임수정(영동군청)을 만나 비디오 판독까지 가는 접전 끝에 1-2로 패했다.

이다현은 “비디오 판독 전에는 졌다고 생각하고 지난 1년의 노력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비디오 판독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오늘만큼은 하늘이 내 편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다렸다”며 “준우승 직후에 같은 팀 동료와 울기도 했다. 하지만 천하장사 대회는 매년 열리고 다시 도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올해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천하장사대회에서 고배를 마신 그는 지난 패배를 교훈 삼아 전국체전 초대 우승자로 우뚝 섰고 10관왕이라는 대기록도 작성했다. 2년간의 슬럼프와 쓰라린 패배 속에 한층 성장한 이다현의 향후 목표는 씨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것이다.

이다현은 “계속해서 씨름을 해오면서 슬럼프를 겪고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 이걸 지켜내려고 지금도 씨름만 생각하면서 사는 걸 보면 돌아봐도 씨름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열심히 해서 부상 없이 씨름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선수들이 따라오지 못할 기록을 남기고 은퇴하고 싶은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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