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서 선수 생활 이어오다
태극마크 달고 팀 주축 활약
사상 첫 국제대회 '은' 견인

"세팍타크로는 배움의 연속
전국체전 우승 마지막 목표"

경남체육회 이진희(36)는 중학교 3학년 때 세팍타크로에 입문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한 그는 중장거리 육상 선수로 경남체고에 진학하고 싶었다. 당시만 해도 세팍타크로를 잘 몰랐고, 막연하게 탁구와 비슷한 종목이 아닐까 생각했다.

첫 시작은 담임 교사 추천으로 세팍타크로 명문 한일여고를 찾아간 것이다. 그는 20년도 훌쩍 지난 그날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그날이 200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일이었다"며 "언니들이 공을 차는 게 정말 멋있고 좋아서 세팍타크로를 하게 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경남체육회 세팍타크로팀 이진희가 12일 창원 북면에 있는 세팍타크로 전용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한일여고와 창원전문대(현 창원문성대)를 거쳐 경남체육회에 입단한 이진희는 줄곧 경남에서만 선수 생활을 하며 어느덧 경남의 상징이 되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실업팀 입단을 결정하는 시기 다른 팀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그렇지만 저는 한일여고 언니들의 뒤를 잇는다는 생각이 강했고 제게 부모님이고 가족 같은 정장안 감독님 품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싶었다"며 "팀을 계속 지켜나가는 게 제 자부심이고, 이 팀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내 집을 지키자는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정 감독의 지도 아래 이진희는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다. 고교 시절부터 전국 무대를 휩쓴 것은 물론 대학 2학년 때는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특히 25살 무렵에는 대표팀 세대교체가 진행되며 팀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진희는 당시가 선수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진희를 주축으로 한 대표팀은 세팍타크로 변방에서 세팍타크로 강국 동남아를 위협하는 존재로 탈바꿈했다. 이전까지 국제대회 예선 탈락의 수모를 겪었던 한국은 꾸준히 결승에 오르는 강팀이 됐고, 사상 첫 국제대회 은메달 획득이라는 역사를 쓰기도 했다.

이진희는 "당시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했을 때 가장 빛났고 재밌게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며 "많이 울었고 많이 힘들었고 그러면서도 좋았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 똑같이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며 후회 없이 달려온 시간들을 추억했다.

경남체육회 세팍타크로팀 이진희가 12일 창원 북면에 있는 세팍타크로 전용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세팍타크로 전용훈련장에 경남체육회 선수들의 각오가 걸려있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영광의 순간 뒤에는 주장이자 맏언니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있었다. 지금보다 선수 은퇴 시기가 빨랐던 당시 이진희는 어린 나이부터 주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져야 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가 그랬다. 세팍타크로가 유망 종목으로 꼽히면서 반드시 메달을 획득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금메달을 기대했던 더블 이벤트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팀 이벤트에서도 성적을 내지 못했다.

벼랑 끝에서 맞이한 마지막 레구 이벤트 경기. 이진희는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다독였다. 그는 앞선 경기 부담감으로 긴장한 동료들을 붙잡고 눈을 마주치며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했다. 그 결과 가장 중요한 중국전 1세트를 내주고도 2세트와 3세트를 잇달아 잡아내며 값진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주장이라는 무거운 부담과 압박을 이겨낸 이진희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웃고 울었던 시간들을 거쳐 이진희는 어느덧 21년 차 선수가 됐다. 함께 운동을 했던 선배·동료들이 대부분 은퇴했지만, 그는 여전히 코트를 지키고 있다. 매일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그는 후회 없는 마지막을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이진희는 "팀에서 막내와 나이 차이가 14살이 나고, 바로 밑의 선수들과도 5살 차이가 난다"며 "체력적으로 젊은 선수들과 비등하게 갈 수는 없다. 제 나이대에 오래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최대한 뒤처지지 않고자 노력하는 마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팍타크로의 매력이 뭘까 생각했을 때 졸업할 수 없는 종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움의 끝이 없는 종목익 계속해서 해야 할 것들이 생겨난다"며 "은퇴한 동료 중에는 다시 세팍타크로를 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마음껏 운동하고 선수 생활을 마쳤을 때 미련이 남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선수 생활 황혼기 그의 마지막 목표는 전국체전 우승이다. 이진희는 "올해 전국체전 우승을 한다면 미련 없이 그만둘 수 있을 것 같다. 2024년 김해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이 최종 목표지라고 생각한다"며 "정말 마지막으로 열심히 노력이란 노력은 다 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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