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3명·판매 18명·투약 19명
마약류관리법 위반 26명 구속

네덜란드서 국제 택배로 배송
환각제 등 밀반입 과정서 압수
밀봉·포장 치밀...적발 어려워

유학생·미등록 이주민 등 가담
주점 포함 SNS로 전국적 유통

경찰 국제공조로 국외총책 추적
국내 불법 신종마약 수사 확대

마약을 초콜릿이나 영양제 등으로 포장해 국내로 밀반입하고 이를 되팔거나 투약한 혐의로 외국인 유학생과 마약 판매상, 유흥업 종사자 등 모두 4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0~30대 40명(밀수 3명·판매 18명·투약 19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6명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20대 ㄱ 씨 등 외국인 유학생 3명(남성 2명·여성 1명)은 국내 총책으로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네덜란드에 있는 마약 공급자에게 환각제이자 향정신성의약품인 'MDMA(일명 툭락)'와 '케타민'을 밀반입해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중 초콜릿 제품으로 포장하거나 커피 봉투, 영양제 통에 숨겨 국제 택배로 밀반입한 마약이 경찰에게 압수됐다. /경남경찰청
시중 초콜릿 제품으로 포장하거나 커피 봉투, 영양제 통에 숨겨 국제 택배로 밀반입한 마약이 경찰에게 압수됐다. /경남경찰청

이들은 마약을 시중 초콜릿 제품과 같이 밀봉해 포장하거나 커피 봉투, 영양제 통에 숨겨 '툭락' 2만 5500정, '케타민' 2.5㎏ 등 시가 33억 원 상당 규모를 국제 택배로 들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툭락' 1정이 10만 원, '케타민' 1g이 30만 원에 거래되는 것을 고려하면 3만 3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국제 택배로 위장한 이 마약이 창원·김해·부산 등 우체국 3곳에 도착하자마자 경찰은 즉시 압수했다.

앞서 경찰은 외국인 유학생이 SNS(누리소통망)로 전국적으로 마약을 판다는 첩보를 입수했고,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지난해 3월 수사에 들어갔다. 이후 SNS 감시와 위장 거래 등으로 외국인 마약 판매상 3명을 붙잡아 조사하던 중 네덜란드에서 국내로 마약을 보낸 사실을 파악해 우체국 현장에서 압수를 진행할 수 있었다.

시중 초콜릿 제품으로 포장하거나 커피 봉투, 영양제 통에 숨겨 국제 택배로 밀반입한 마약이 경찰에게 압수됐다. /경남경찰청
시중 초콜릿 제품으로 포장하거나 커피 봉투, 영양제 통에 숨겨 국제 택배로 밀반입한 마약이 경찰에게 압수됐다. /경남경찰청

국내 총책으로 확인된 3명은 부산지역 대학교에 다녔으며,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 등 SNS로 은어를 쓰며 마약 거래를 하고 판매자와 구매자를 알 수 없게 주택가와 공사장 등에 마약을 던져두는 속칭 '던지기' 등 비대면 방법으로 국내 SNS 판매책 등에게 마약을 팔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책에게 마약을 산 외국인들은 창원과 김해 등 외국인 전용 클럽과 유흥주점으로 이를 다시 팔거나 업소 손님들과 함께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총책을 포함해 30명이 베트남 국적이었다. 40명 가운데 12명이 외국인 유학생이었고, 22명이 국내 체류 기간이 지났음에도 출국하지 않은 미등록 이주민(불법체류자)으로 파악됐다. 유학생 말고도 이들 대부분이 노동자, 유흥업 종사자로 국내에 거주하는 같은 국적 지인을 마약 판매와 투약에 끌어들였다.

경찰은 마약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가담 규모가 커진 것으로 봤다. 투약 혐의를 받는 이들 가운데 한국인도 5명이었다.

시중 초콜릿 제품으로 포장하거나 커피 봉투, 영양제 통에 숨겨 국제 택배로 밀반입한 마약이 경찰에게 압수됐다. /경남경찰청
시중 초콜릿 제품으로 포장하거나 커피 봉투, 영양제 통에 숨겨 국제 택배로 밀반입한 마약이 경찰에게 압수됐다. /경남경찰청

단속 과정에서 경찰은 마약 판매 수익으로 추정되는 1800만 원 상당을 압수하기도 했다. 40명은 지난해 12월부터 검찰로 넘어가고 있으며, 경찰은 국제 공조로 국외 총책도 추적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찰은 체류 외국인 사이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신종 마약류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며, 세관 당국에 이번 사례를 알려 마약 탐지와 단속 강화를 요청했다.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형사국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클럽·유흥업소 일대와 인터넷·가상자산 등에서 벌어지는 마약류 유통과 투약 행위 등 집중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5702명(791명 구속)이 검거됐는데, 2021년 같은 기간(4125명)보다 38.2%가 늘었다. 지난해 전체 검거 인원도 1만 2387명으로 전년(1만 626명)보다 16.6%가 증가하면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경찰청은 갈수록 지능화하는 범죄에 대처하고자 올 상반기 안에 다크 웹·가상자산 전문수사팀을 모든 시도경찰청에서 운영할 예정이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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