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볕과 바닷바람이 국내에서 가장 큰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를 키워냈다.

남해군 삼동면 영지리 옛 지족초등학교 난령분교 운동장 한 귀퉁이를 오롯이 나무 한 그루가 가득 채운다.

높이 35m, 가슴높이 둘레 5m 60㎝, 나무갓 넓이 40m 양버즘나무다. 세간에 알려진 국내 개체로는 가장 크다.

양버즘나무는 가로, 세로 7m 정사각형 기단 가운데 심겨졌다. 기단에 올라 잰 덩치라서 실제로는 더 크다.

박정기 곰솔조경 대표는 “양버즘나무 고유 수형을 온전히 유지하는 개체로 학술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봤다.

양버즘나무는 구멍을 뚫는 천공성 해충에 취약하다. 반면, 천공성 해충은 염분을 꺼린다. 가까운 바다가 양버즘나무를 지켜낸 셈이다.

박 대표는 “비가 많이 내리고 따뜻한 남해 기후대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하기에는 모자랄 정도로 크게 자랐다”고 놀랬다.

1937년 영지공립보통학교로 시작한 옛 지족초교 난령분교는 2006년 지족초교로 통폐합하면서 문을 닫았다.

남해군 삼동면 영지리 옛 지족초교 난령분교 양버즘나무. 세간에 알려진 국내 개체로는 가장 크다. /최환석 기자
남해군 삼동면 영지리 옛 지족초교 난령분교 양버즘나무. 세간에 알려진 국내 개체로는 가장 크다. /최환석 기자

몇 차례 팔린 옛 지족초교 난령분교는 현재 경북 도시가스 공급업체 대성청정에너지주식회사 소유다. 임직원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연수원으로 쓰인다.

아무래도 발길이 드문 까닭에 별 탈 없이 크게 자란 모양새다. 다만, 생장은 이제 멈췄다고 보인다.

옛 지족초교 난령분교 양버즘나무는 크기 만큼 가치가 크다. 비지정 노거수인데 지정 개체에 견줘 덩치가 크게 빼어나서다.

양버즘나무 문화재 지정 사례는 인천광역시 자유공원 내 한 그루가 있다. 높이 30.5m, 둘레 4.7m, 1884년생으로 추정한다.

인천시는 자유공원 양버즘나무를 2015년 보호수로 지정하고 2021년 시도등록문화재로 등록했다. 이 나무는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해 지난 9일 문화재에서 해제했으나 여전히 보호수다.

문화재에 버금간다는 경상국립대학교 칠암캠퍼스 양버즘나무도 덩치로는 옛 지족초교 난령분교 양버즘나무에 못 미친다.

경상국립대 칠암캠퍼스 양버즘나무는 모두 16그루로 평균 가슴높이 둘레 1.144m, 평균 높이 29m다.

비록 나이는 다소 어릴지라도, 덩치를 기준 삼으면 옛 지족초교 난령분교 양버즘나무는 국내 으뜸이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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