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나 창원시의원 징계, 허술함 전형
민간전문가 윤리심사자문위 유명무실
4단계로 단순한 징계 종류 보완 필요

겸직 신고 내용 공개 의회별 제각각
미공개허·위신고 해도 검증 절차 없어

32년 만에 전부개정한 지방자치법이 1년 시행됐는데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의회 자율성 강화에 상응하는 윤리성을 높였다지만,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막말을 쏟아 사회적 공분을 산 김미나(국민의힘·비례) 창원시의원은 지난 18일 창원시의회에서 ‘30일 출석정지’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받는데 그쳤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사퇴 여론이 빗발치는데도 ‘우리 편’이라는 잣대로 ‘공공이익 우선의 의무’를 저버렸다. 지방의회의 ‘제 식구 감싸기’ 전형을 그대로 보여줬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월 13일 시행한 개정 지방자치법이 윤리특별위원회·윤리심사자문위원회 설치 의무, 겸직금지 규정 강화·공개 등으로 지방의회 책임성·투명성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언론에서 진주시의회 의원들의 갑질과 윤리위반 의혹을 보도하자 진주지역시민사회단체 모임인 진주시민행동은 "진주시의회는 제대로된 조사와 법적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언론에서 진주시의회 의원들의 갑질과 윤리위반 의혹을 보도하자 진주지역시민사회단체 모임인 진주시민행동은 "진주시의회는 제대로된 조사와 법적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김미나 사태’, 실효성 없는 징계 = 지방의회에 윤리특위, 민간위원이 참여한 윤리심사자문위 설치됐다. 지방자치법 65조 2항에는 ‘윤리특별위원회는 지방의회의원의 윤리강령과 윤리실천규범 준수 여부 및 지방의회의원의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기 전에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김 시의원에 ‘제명’ 의견을 낸 윤리심사자문위, 윤리특위 제명안은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반대로 부결됐다. 지방자치법 100조에 따라 지방의원 징계 종류는 △공개회의에서 경고 △공개회의에서 사과 △30일 이내 출석정지 △제명 등 네 가지뿐이다. ‘제명 의결에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돼 있다.

김 시의원은 ‘30일 출석정지’ 징계에 따라 내달 16일까지 본회의, 상임위원회 등에 출석할 수 없다. 하지만 2월 회기가 없어 의정활동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아 실효성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월정수당(281만 원)과 의정활동비(110만 원)를 합해 391만 원을 받아 ‘30일 유급휴가’라는 비판도 있다.

창원시의회 윤리자문위원장인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의회의 징계 종류가 제한적이고 징계 기간에 의정비 지급은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제명과 나머지 징계 간 틈이 아주 크다. 6개월 출석 정지 등 제명 이외 징계 수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징계 기간 수당 지급 중단 등 입법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며 “현 징계 체제에서 자문위 역할은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지방의원에 대한 징계 기준이 국회의원보다 낮다며 행정안전부에 법 개정을 권고했다. 또 지방의회에 조례로 지방의원 징계 처분 때 의정비를 감액하라고 주문했다.

국회의원은 국회법에서 겸직·영리 금지 규정을 위반할 때 징계 90일 이내 출석정지를 받고 수당(수당·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2분의 1을 감액한다. 이외 질서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공개회의에서 경고 또는 사과 때는 1개월 수당을 감액하고, 30일 이내 출석정지 때는 징계 의결을 받은 달을 포함한 3개월간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조례로 의정비 지급 제한” = 권익위는 전국 243개 지방의회 중 출석정지 기간에 의정비 지급을 제한하는 곳은 4곳(의정활동비 제한 서울 광진구·영등포구·광주 서구, 월정수단 제한 서울 강동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창원시의회의원들이 18일 열린 창원시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김미나 의원 제명안을 지켜내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구연 기자
더불어민주당 창원시의회의원들이 18일 열린 창원시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김미나 의원 제명안을 지켜내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구연 기자

광주시 서구의회는 2020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출석 정지 등 중징계를 받은 의원에게 의정활동비 지급을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당시 김태진(진보당)·김옥수(무소속) 구의원이 공동발의한 개정안은 만장일치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옥수 구의원은 “의원들이 징계를 받았지만 ‘유급휴가 가냐’라는 말을 듣는다.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개정안을 설명했다. 이 같은 지방의회 혁신사례는 광진구의회 등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 군포시의회는 2021년 제재 수단을 추가하고자 징계 종류에 ‘1년 이내의 자격정지’, ‘징계 기간에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의 50%를 감액’하는 조항을 지방자치법에 신설하자는 건의안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냈다.

권익위 사회제도개선과 관계자는 “제명과 출석정지 사이에 새로운 징계수단 도입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처럼 겸직·영리행위 금지 위반을 포함해 갑질, 성 비위, 음주운전 등에 데힌 징계 기준을 ‘출석정지 90일 이내’로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석정지를 포함해 질서유지 위반에 따른 공개회의 경고, 사과 때 의정비를 지급하지 않아야 한다. 조례로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창원시의회 관계자는 “권익위에서 의정비 제한 등을 권고한 내용은 알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전달 받은 상황이 없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겸직신고 요식 행위 불과” = 지방의원 겸직 논란도 여전하다. 지난 19일 함양지역 시민단체들이 서영재(더불어민주당) 함양군의원에 대한 징계를 촉구했다. 시민단체는 “서 군의원은 자신의 배우자나 지인이 대표로 있는 건설회사가 지난 8년 6개월 동안 함양군 수의계약을 91건 수주했다”고 주장했다. 서 군의원은 산업건설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진주시민단체가 박미경(국민의힘) 진주시의원이 친동생 회사에 사내이사로 있으면서 겸직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제기했다. 박 시의원은 “사내이사로 등록된 줄 몰라 겸직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겸직 신고 누락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진주시의회가 누리집에 공개한 겸직 신고 현황에 박 시의원의 겸직 내용은 없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겸직금지 대상이 구체화(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출자·출연한 기관·단체, 사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기관·단체 등)됐다. 지방의회는 겸직 신고 내용을 연 1회 이상 공개해야 한다.

함양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9일 함양군의회 앞에서 권대근·서영재 군의원에 대한 징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함양시민단체협의회
함양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9일 함양군의회 앞에서 권대근·서영재 군의원에 대한 징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함양시민단체협의회

경남도의회를 비롯해 도내 15곳 시군의회는 겸직 현황을 누리집에 게시했으나 사천시의회와 남해·거창·함양군의회는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의원들이 새마을운동협의회, 생활체육회 지방조직, 해병대전우회 등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업비나 운영비를 지원받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의원 겸직과 소관 상임위원회 활동이 관련돼 영리행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의회는 겸직과 관련성이 높은 상임위 활동을 배제해야 한다. 지방자치법은 44조에 의원이 소관 상임위 직무와 관련된 영리행위를 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 합천군의원은 토목·건축회사를 운영하면서 산업건설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창원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한 도의원은 농해양수산위 소속이다. 도의회 측은 소규모 생계형 농업을 하는 것이므로 자치단체 업무(지도, 감독, 관리, 사실상 영향력 등)와 관련성이 크지 않아 영리행위 금지 예외라고 판단했다.

겸직 신고가 요식행위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겸직 신고와 의원 인적사항에 적힌 경력이 달라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의회마다 공개 양식도 다르다. 거제시의회는 의원이 작성한 신고서 사본을 그대로 게시해 시민이 직접 정리·가공해야 할 판이다. 도내 한 의회 관계자는 “의원이 직접 작성한 것을 토대로 게시할 뿐 경력 등과 대조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해 서울시의회 겸직 실태 보고서를 발표하고 “지방의회가 겸직 금지의 직종 여부만을 파악할 뿐 겸직으로 발생하는 이해충돌 여부, 지방의원 의무 위반 경우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윤리심사자문위가 철저하게 겸직 심사를 하는 등 의회가 겸직 자료를 가지고 이해충돌을 막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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