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이윤' 등식 대신
'기업 경영=노동 존중'으로

우직하게 현장 지킨 노동자
그들이 곧 미래 성장 동력

올해 4월이면 'DSME(대우조선해양)'는 'HSME'로 바뀔 것 같다. 이미 지난해 12월 29일 특허청에 'HSME(한화조선해양)' 상표권을 등록했다고 한다. 영어의 첫 자리 D가 H로 바뀐다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한화조선해양이 새로 태어나는 것이라 크나큰 관심을 두고 지켜 보고 있다.

◇한화 뱃고동은 어떤 소리일까 =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인수계약 체결 후 국내외 기업결합 승인 절차를 앞두고 있고, 마지막 절차로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와 EU·일본·중국·싱가포르·튀르키예(터키)·베트남·영국 등 8개국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와 산업은행은 각각 49.33%와 28.21% 대주주가 되며, 한화조선해양은 본격적으로 대망의 뱃고동 소리를 울리게 될 것이다. 

지금 원·하청 노동자는 한화의 뱃고동 소리가 곡(哭)소리가 아니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신년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심화 등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 활동과 국가 안보는 더욱 밀접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중략) 대우조선해양 인수 또한 국가를 대표하는 사업을 키운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사회와 국가 발전을 이끄는 글로벌 메이저 사업으로 키워나가자"고 말했다. 그리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함해 지속적인 신사업 확장과 사업 재편 같은 미래 지향적 경영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 문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을 국가를 대표하는 사업으로, 지역사회와 국가 발전을 이끄는 세계적인 메이저 사업으로 키우는 것은 좋은 일이다. 또한, 이를 위해 새로운 조직 문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것도 어느 정도 동의가 되는 이야기이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구성원 모두가 비합리적 관행이나 관성을 과감히 벗어 던지는 혁신을 펼쳐나가"자고 말했다. 이런 의지가 있다면 김승연 회장을 꼭 만나고 싶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대우조선을 우직하게 지켜온 이들의 노동 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다. /연합뉴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대우조선을 우직하게 지켜온 이들의 노동 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다. /연합뉴스

◇'노동 존중' 등식 성립해야 = 지난해 10월 19일 한화그룹 본사까지 가서 '대우조선해양 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금속노조 경남지부 결의대회'를 열고 하청노동자의 요구안을 전달한 바가 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났지만, 한화는 그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대우조선지회와는 몇 차례 합의와 협의가 계속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한화와 대우조선지회의 합의·협의 과정은 꼭 있어야 하고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뿐만 아니라 한화는 2023년 노동환경 변화에 대해서도 신중한 판단과 생산적인 노사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지난해 12월 30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선하청지회 관련 판정과 이달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의 CJ대한통운 판결 등에서 확인되듯이, 이제는 하청노동자와의 교섭장에 나올 수밖에 없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판정했듯이 '원청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미치는 하청 근로자의 노동 조건'은 거의 모든 것에서 실질적인 지배력을 두고 있다. 출근에서 퇴근까지 원청의 지배력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다. 

대우조선 문을 들어갈 때 원청의 허가 없이 출입할 수 없고, 안전 교육은 원청에서 내용 생산을 전적으로 하고, 어디선가 찍혀 날라오는 업무 태만(?) 사진들은 누군가가 찍어 하루에도 수십 건 협력업체를 통해 압박으로 하고 있고, 공정회의라는 이름으로 물량 조절과 업무 지시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기성금(원청에서 협력업체로 지급되는 금액) 100%로 하청노동자 임금을 지급하고, 작업복, 안전 보호구, 작업 자재 100%를 원청에서 지급한다. 

그래서 실제적 지배력은 하청업체와 하청노동자 모든 것에서 행사되고 있다. 그런데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문제의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면 김 회장이 말했듯이 비합리적 관행이나 관성을 과감히 벗어 던지는 혁신을 할 수가 없다. 

김 회장이 말 했듯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또한 국가를 대표하는 사업을 키운다는 책임감을 가지'려면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한 답을 내놔야 한다. '기업 경영=이윤'이라는 등식이 아니라 '기업 경영=노동 존중'이라는 등식을 성립하게 하는 것, 그것이 곧 대우조선해양을 국가를 대표하는 사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김 회장을 꼭 만나고 싶은 것이다.

◇'노동 통제' 기우이길 = 지난해 연말부터 현장에는 '한화실사단' 이름으로 곳곳에서 그 영향력이 발휘되고 있다. 실사단 4~50여 명이 알게 모르게 감시 아닌 감시를 하는 모양이다. 그 중 현장에서 실감 나게 들어오는 압박은 '시간 지키기'이다. '시간 지키기' 만으로 실사를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하지만 김 회장이 말하는 '비합리적인 관행과 관성'은 노동자에게도 있을 수 있지만, 본질을 완전히 비껴가는 것이다.

지난 21년 동안 대우조선해양이 겪었던 수많은 문제점은 '노동자의 게으름이나 노동조합의 파업'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임원과 관리자의 분식회계 부정이나 뇌물과 횡령, 저가 수주와 국제 조선산업 환경으로 만들어진 문제였다. 그런데도 강경 노동조합이 향후 한화조선해양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보고 '시간 지키기' 같은 '노동 통제'에 집중한다면 심각한 노사 갈등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김 회장을 꼭 만나고 싶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은 여전히 '인간 답게 살고 싶다'를 외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새 주인인 한화는 노동 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강인석 시민기자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은 여전히 '인간 답게 살고 싶다'를 외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새 주인인 한화는 노동 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강인석 시민기자

◇진정한 미래 성장 동력은… = 2023년, 조선소는 '인력 전쟁'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수주 절벽에서 수주 호황으로 접어든 지난해부터 조선소는 노동력 절벽 사태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위험과 저임금, 차별로 멍든 조선소에서 희망을 잃고 육상으로 떠난 노동자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고,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설계·사무직 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해부터 좀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났고 그 행렬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조선소 안에서도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노동력 절대 부족으로 생산 공정 차질이 심각하다. 이런 심각 상태를 해결한답시고 조선소 내 물량팀과 본공(소위 상용직)의 임금 격차를 두 배로 만들고 있다.

정규직은 꿈도 꿀 수 없지만 그나마 학자금·상여금 등 혜택을 받았던 상용직과 임시 고용 형태인 물량팀, 아웃소싱 노동자와의 차별을 만들어 심각 상태를 해결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또한 정부나 조선산업 경영계에서 유일한 대안처럼 내놓은 '외국인 노동자'의 인력 충원 또한 명백한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런 땜질식 처방으로는 조선산업을 국가 대표 사업으로 절대로 만들 수 없다. 

김 회장은 "어려운 시기는 기업에게도 선택과 집중을 요구한다"며 "자칫 눈앞의 현실에만 급급하기 쉬운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는 내실을 다지면서도 미래 성장 동력과 핵심 역량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그렇다. 이 어려운 시기에 눈앞의 현실에만 급급하지 말고, 미래 성장 동력과 핵심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 대우조선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가장 어려운 시기 조선소를 우직하게 지켜온 사람들이다.

'집토끼'를 버리고 '산토끼'를 잡으려고 산을 헤맬 것이 아니라 대우조선을 우직하게 지켜온 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해 임금과 노동 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미래 성장 동력과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지름길이고, 정답이다.

그래서 김 회장을 꼭 만나고 싶다. 

2023년, 한화조선해양과 꼭 만나게 될 것이다. 현실적인 요구이기도 하고, 변화되는 노동 환경의 필연이다. 

배는 프로펠러의 힘으로 앞으로 간다. 한국조선산업도 배짓는 노동자의 힘으로 앞으로 가야 한다. 수주 절벽을 넘고 노동력 절벽을 넘어 세계 조선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강인석 시민기자(조선소 도장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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