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게 나는 아니었다. 10월 29일 나도 차가운 바닥에 넘어져 다시 일어날 수 없었겠다고 이따금 생각한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95일째, 2월 5일이면 100일이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번 주를 집중 추모 기간으로 정했다.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억하고 애도하자고 했다. 국정조사로 수많은 의혹이 해소되리라 기대했지만 절망이 됐다.

김미나(국민의힘·비례) 창원시의원은 국민의힘 엄호를 받았다. 그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향해 '자식 팔아 한몫 챙기자는 수작', '제2의 세월호냐, 나라 구하다 죽었냐'라고 했다. 그에게 이태원 참사는 정쟁을 위해 딱 알맞은 소재일 뿐이었다. 이는 국민의힘 밑바닥에 깔린 인식이다. '표현이 거칠었을 뿐 할 말은 했다'고들 했다. 일부 보수성향 단체는 김 시의원을 보호하고 후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국민의힘 정치인에게 보냈다.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태원 참사도 세월호 참사처럼 정치의 비난과 대결 구도 한복판에서 소비되며, 국민의힘은 '공공의 선'을 포기했다.

이러한 행태는 피로하다. 이를 잘 알기에 정부는 이태원 참사 직후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 참사가 아니라 사고라고 말하며 국가 애도기간을 지정해 그만 생각하라고 했다. 나는 긴장한 상태에서 기사를 쓰면서는 '사고'와 '사건'을 구분했지만, 그 외 상황에선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선배의 말마따나 무의식이 내 실체임을 절감했다.

김 시의원의 '제명안' 부결은 환멸로 남았고 그럴싸한 표현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지만 진실에 다가가지 못한다는 무력감에 허우적댄다.

/이미지 자치행정1부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