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유치 노력에도 사립병원과 경쟁 구도 서운
"정부 정책방향 단순 신설 아냐…행정 조정을"

봄을 맞은 창원대학교 캠퍼스, 대학본부 건물 정면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이 무엇보다 두드러진다.

‘국립창원대학교 의과대학 설립’이라는 큼직하고 단호한 문구만큼이나, 지금 창원대는 구성원 모두 의과대학 설립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정부에서 의대 정원 증원 의사를 내비치자 정원 40명 규모 의예과 신설을 신청한 1992년부터 지금까지 의대 설립을 바랐던 창원대는 ‘적기’라는 태도다.

반면, 30년간 의대 설립을 추진한 창원지역 국립대학이자 종합대학이라는 명분에도 캠퍼스 바깥 공기는 다소 다르다. 최근 의대 유치를 두고 국립대(창원대)-사립병원(창원한마음병원) 경쟁 구도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호영 국립창원대학교 총장. /김구연 기자
이호영 국립창원대학교 총장. /김구연 기자

‘창원대 의대’가 아니라 ‘창원 의대’라는 예상 밖 암초를 만난 이호영 창원대 총장은 15일 대담에서 주저 없이 “서운하다”고 말했다.

이 총장이 감정을 드러낸 대상은 창원시다. 최근 ‘창원 의과대학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 출범식·궐기대회에 창원대가 빠졌던 일도 같은 맥락이다.

“아쉽다, 억울하달까. 더 강하게 표현하면 서운하달까요. 창원시는 최근 보도자료에서 1992년 의대 설립 추진을 언급했던데 사실 창원대가 한 일입니다. 우리 대학 언급은 없이 시가 마치 의대 유치를 30년 전부터 한 듯해서 억울합니다. 우리 노력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는 점이 제일 서운하고요.”

의대 정원 증원은 지난 정부에서 꺼냈다가 의사단체 반발로 논의가 멈췄다. 쟁점은 여전하지만, 필수의료 공백 우려로 현 정부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필수의료 여건 개선과 의대 정원 증원이 얽힌 까닭에 의대 설립을 바라는 지역은 지금이 적기다. 창원대는 의대 설립 논의를 ‘공공의대’ 신설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힘을 하나로 모아도 쉬운 일이 아닌데, 안타깝습니다. 다른 지역은 모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행정과 정치권, 심지어 인근 지자체까지 하나로 공공의대 신설을 목표로 대응합니다. 창원만 실체와 주체가 없는 ‘창원 의대’를 언급하는 실정입니다. 공공 의대인지 사립병원 의대인지 실체가 필요하고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 의제가 분명해야 합니다. 꼭 국립대여야 한다는 법은 없지요. 사립병원, 사립대학 모두 가능합니다. 다만, 지금 의대 신설이 화두인 까닭을 살펴야 합니다. 필수의료 인력 부족, 지역 의료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데 기존 의대 정원 증원으로는 문제를 풀기 힘드니 촉발하지 않았습니까. 정부 정책에도 공공의료 확충 의제가 들었기에 단순히 의대 신설이나 정원 증원이 아니라고 해석하고, 전략이나 준비도 해석에 맞춰야 합니다. 지금 창원은 정부 정책 방향이나 배경, 목적과도 맞지 않은 행보입니다. 나서는 주체가 많다면 행정이 조정해야 하는데 역할을 않고 한 발 빠졌습니다. 너무 안타깝고 걱정스럽습니다. 의대를 유치하지 못하면 시민 실망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국립창원대학교 대학본부 건물. /김구연 기자
국립창원대학교 대학본부 건물. /김구연 기자

다만, 예상 밖 경쟁에도 창원대는 의대 설립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다. 명분이나 당위성뿐만 아니라 청사진도 분명하다. ‘공공성’이 곧 자신감이다.

“우리는 단순히 의료 인력만 양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과학자 등 파생 인력까지 양성하는 종합대학이기에 구심점 역할이 가능합니다. 비용도 혹자는 1조 원이 든다는데 과장입니다. 그만큼 비용이 든다는 근거가 없습니다. 강기윤 의원이 발의한 ‘국립창원대학교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안’ 예산 추계는 8년간 총 3700억 원이 든다고 봤습니다. 물가를 반영해도 1조 원까지는 아니죠. 병원도 새로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기존 창원지역 병원과 위탁, 협력병원 체제도 가능합니다. 공공성을 국립대학 말고 누가 살피겠습니까.”

이 총장은 시와 ‘불협화음’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긴밀하게 협조하겠지만 시 태도 변화에 달렸다”고 단호히 말했다. 창원대는 조만간 시민 여론조사도 벌일 심산이다. 이 총장은 시민들에게 “30년간 의대를 설립하려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주셔서 고맙다”며 “ ‘창원 의대’는 ‘창원대 의대’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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