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이사회, 정기주총서 선임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 강조
지방은행 전산통합 기류에도
경남은행 관련 표명 아직 없어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이 공식 취임했다. 파벌에 얽매이지 않은 인물인 데다 안정감을 검증받았다는 점이 돋보인다. 빈 회장이 내정자 신분일 때 명확히 밝히지 않았던 경남은행 독립성 유지 관련 견해를 드러낼지 지역 사회 이목이 쏠린다.

BNK금융지주는 17일 오전 이사회와 정기주주총회를 잇달아 열고, 빈대인(63) 제4대 회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차기 회장 내정자 최종 추천 절차를 밟은 지 두 달 만이다. 주당 625원 현금배당, 신임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함께 통과됐다. 지주는 이날 오후 곧바로 취임식을 열고 경남은행·부산은행 등 계열사 경영진, 임직원 대표들과 함께 신임 회장 임기 시작을 축하했다.

◇행원에서 금융지주 수장까지, 비결은? = 빈 회장은 취임사에서 "누구든 최선을 다하면 평범한 행원으로 시작해 BNK 리더가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남다른 자긍심을 가진다"라며 임직원과 공유할 가치로 △고객을 향한 금융 △주주가치 제고 △지역사회와 동행 △직원 자긍심 향상 등을 강조했다. 지역사회 동행과 관련해서는 "환경이 어려워질수록 금융이 앞장서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길을 만들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 금융 지원에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빈 회장은 1988년 부산은행에 행원으로 입사한 지 35년 만에 지주 수장 자리에 올랐다. 부산은행 인사부장, 북부영업본부장, 경남지역본부장, 신금융사업본부장, 미래채널본부장 등을 거쳐 2017년부터 약 3년간 부산은행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빈 회장은 두터운 지주 내 신망과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받는다. 이런 장점은 BNK지주가 혼란을 겪을 때마다 유감없이 발휘됐고, 지금의 자리에 올라서는 발판이 됐다. 빈 회장이 행장 직무대행을 거쳐 부산은행장에 낙점된 계기는 2017년 성세환 전 회장 구속(당시 부산은행장 겸임)이었다. 이번 취임 역시 지난해 김지완 전 회장이 '특정 계열사 몰아주기' 의혹으로 물러난 일이 시발점이었다.

경성대 출신으로 특정 파벌(부산상고·부산대·동아대)에 속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지주 이사회는 회장 선임 절차 개시 직전 '최고경영자승계규칙'을 수정, 외부 인사(퇴임 인사 포함)를 후보에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2021년 행장에서 물러났던 빈 회장에게도 기회가 돌아왔다.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특정 대학·고등학교 파벌 갈등을 고려해 자체 결정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빈대인(63) 제4대 BNK금융지주 회장이 17일 지주 정기주주총회에서 공식 취임했다. 빈 신임 회장이 곧바로 열린 취임식에서 BNK상징깃발을 흔들고 있다. /BNK금융지주
빈대인 제4대 BNK금융지주 회장이 17일 지주 정기주주총회에서 공식 취임했다. 빈 신임 회장이 곧바로 열린 취임식에서 BNK상징깃발을 흔들고 있다. /BNK금융지주

◇'지역사회 동행' 취임사 지킬까 = 구설에 휘말리는 일을 꺼리고, 안정감을 중시하는 기조가 회장 취임 이후에도 유지될지가 주목할 사항이다. 당장 정성재 전 지주 일시대표가 경남은행장 선임 절차에서 후보를 대거 추천한 일이 지역 사회를 놀라게 했다. 회장 후보 추천권 행사는 전례가 없는 일이고, 일시대표가 행사하기 부담스러운 권한이라서다. 내정자 의중이 녹아들었다고 가정할 때 이제껏 볼 수 없었던 파격 행보인 셈이다. 결국, 차기 경남은행장 내정자는 지주 추천 후보 중 하나인 예경탁 전 은행 부행장보로 낙점됐다.

특히 경남은행 독립 유지와 관련해 어떤 견해를 밝히는지에 따라 빈 회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지역 사회와의 동행'이라는 가치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빈 회장은 아직 이 문제에 명확한 견해를 밝힌 일이 없다. <경남도민일보>에는 "여러 가지 사안과 의견을 고려해 생각해보겠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하지만, 외부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최근 지방금융지주 지방은행 계열사 간 △전산(IT) 공동 사용 △정보 공유 완화 등 방안을 검토한 일이 대표적이다. 이 금감원장도 부산지역 언론에 'BNK 내부에서 적절한 해법을 찾아줘야 하고,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경남지역 사회가 이러한 흐름을 경계하는 상황에서 빈 회장이 어떻게 대응할지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전산 통합·정보 공유는 은행 통합 사전 단계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2017년 김지완 당시 BNK금융 회장 내정자가 '전산 통합·임원·직원 교류 단계를 거쳐 경남·부산은행을 통합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번복했다. 전산에 담긴 고객 정보는 지역 수요에 맞는 금융 상품을 만들고, 지자체 금융 정책에 협력할 자원이라 독립 경영에 중요한 토대다.

경남은행 노조는 지난 1월 전산 통합 문제와 관련해 "지역 간 공존·협력이 아닌 대립·파탄과 그룹 사분오열을 부를 것"이라며 "IT와 디지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시중은행과의 경쟁에 나서야 하는 시대인데, '통합·효율화'는 이에 역행하는 전략"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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