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만 매립지 21만 44㎡ 헐값에 사들여
은산해운항공 “개발 계획 아직 없다”

부산에 본사를 둔 은산해운항공㈜이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만 매립지를 사들인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은산해운항공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서 매립지 사용 용도를 놓고 추측만 무성하다. 

지난 8일 은산해운항공은 수정만 매립지(21만 44㎡)를 360억 원가량에 사들였다. 공시지가 592억 원보다 232억 원이나 낮은 금액으로 사실상 헐값이다.

부산 중구 중앙동에 있는 은산해운항공 본사 전경. /김다솜 기자
부산 중구 중앙동에 있는 은산해운항공 본사 전경. /김다솜 기자

 

수정만 매립지는 2019년부터 농협이 신한자산신탁에 맡겨 경매로 나왔으나 최근까지 세 차례 유찰되면서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은산해운항공이 오는 6월 7일까지 잔금을 치른다면 수정만 매립지 매입 절차가 끝난다.

수정만 매립지 사용 용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은산해운항공은 “아직 계획이 없다”면서 말을 아끼고 있다. 경남도와 창원시 등 행정도 수정만 매립지를 사들인 은산해운항공이 개발계획을 제출하기 전까지는 방향을 알 수 없는 처지다. 

다만, 해운물류를 주요 기반으로 하는 업체 특성상 컨테이너 터미널이나 수출포장공장을 포함한 물류단지 개발이 예상된다.

또는 규모를 키워 컨테이너 민간 부두로 개발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개발 의지 없이 단순히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자일 가능성도 있다.

은산해운항공은 해운·항공·복합 운송 서비스를 하는 물류기업이다. 컨테이너터미널 사업과 국내외 내륙 운송사업이 주력이다.

2021년 12월 기준 전자공시시스템 공개 감사보고서를 보면 유동자산 505억 원, 비유동자산 772억 원으로 자산 총계는 1277억 원이다. 

매출은 전년 1576억 원보다 두 배 가까이 성장한 3012억 원으로 운송 매출이 2945억 원, 창고 매출이 67억 원이다. 영업이익은 98억 원, 당기순이익은 82억 원이다. 재무 안정성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으로 볼 수 있다.

매출 중 지분법 피투자기업 부문을 보면 은산컨테이너터미널㈜(184억 원), 은산로지스틱스㈜(104억 원), 실버마운틴로지스틱스 베트남(92억 원) 등이 눈에 띈다.

여기에 16억 원가량 매출을 내는 비주거용 임대업(점포·땅) 전문 부동산 업체인 은산산업개발도 있다.

이런 기업이 수정만 매립지를 사들인 만큼 컨테이너터미널 개발 등 사세 확장에 나설 것인지, 부동산 사업으로 이익을 창출할지에 초점이 모인다.

수정만 매립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 공업용지다. 용도 변경 없이도 컨테이너터미널 등 물류 시설을 개발할 수 있다. 은산해운항공이 개발계획을 내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경남도는 도시기본계획, 창원시는 도시관리계획을 근거로 사업 승인·허가 권한을 행사한다. 진입도로 개설 등 사업 지원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행정 권한이 발휘된다.

별다른 개발 없이 부동산 수익만 노리는 것도 가능하다. 공시지가보다 훨씬 싼 값에 땅을 사들이면서 공시지가나 감정가로만 환산해도 차익이 막대하다. 정부 주력 산업 육성 등을 계획했던 정치권 등에서 ‘알 박기’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창업주이자 기업주인 양재생 회장은 경남 함양 출신으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정관계 인맥이 넓다. 함양군에 매년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도 했다.

양 회장은 수정만 매립지 활용 방안에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경남도와 창원시 등 행정도 용도를 확인하고자 은산해운항공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업체는 어떤 계획도 공유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이 각종 절차를 들며 손을 놓은 사이 민간 기업이 헐값으로 땅을 사 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공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바람이나 개발 방안을 찾으라는 박완수 경남지사의 지시도 공염불이 됐다.

/김다솜 민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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