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합 대체재인가 꼭 가야할 길인가
어려울수록 시민 자발적 참여로 풀어야

김해 율하천을 일찍 찾아왔던 매화는 벌써 하나둘 꽃잎을 날린다. 하류 쪽 튤립 일부도 원색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한 공무원 아이디어로 처음 심었던 튤립은 봄이 다 가도록 큰 인기를 끌었다. 주민을 챙기는 작은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행정이 시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게 한 좋은 사례였다.

지금 경남도는 부산과 행정통합이란 초대형 숙제를 안고 있다. 전임 김경수 지사가 주도해온 부울경특별연합 추진에 부정적이던 박완수 현 지사가 불쑥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박 지사는 특별연합이 특별한 권한도 실익도 재정 지원도 없으면서 업무만 떠안고 서부경남권 소외를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광역지자체 통합은 법령도 미비됐고 가장 민감한 통합 청사 위치부터 공무원 구조조정까지 난제투성이란 걸 행정 전문가인 그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왜 던졌을까. 어려워도 꼭 가야 할 길이란 소명감 때문일까, 아니면 초선으로 막 시작한 경남 도정에서 특별연합을 걷어내기 위해서일까? 경남도는 "진정한 부울경 메가시티는 행정통합"이라는 논리도 폈다. 이에 김 전 지사는 '옥중서한' 형식을 빌려 "(특별)연합 없는 (행정)통합은 기초공사도 하지 않고 집 짓겠다는 격"이라고 직격했다. 어쨌든 행정통합은 동남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경남도는 올 상반기 여론조사에 이어 시도 의회 간 협의와 조례 제정이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주민투표 시행, '부울경 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 제정을 거쳐 2026년 지방선거에서 통합 자치단체장을 선출한다는 일정까지 내놓았다. 지난달엔 양측 실무추진위 첫 회의가 열렸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빠졌다. 시민사회와 전문가 그룹에 의한 공론화 과정이다.

여론조사를 해보고 찬반 의견이 갈리고 여론이 분열되면 추진 중단을 선언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도청 쪽에서 나온다. 사실 박 지사가 처음 행정통합안을 제시했을 땐 워낙 갑작스러워 경남은 물론 부산에서도 긴가민가하는 분위기였을 것이다. 부산에서는 "행정통합은 특별연합 대체재로 추진할 수 없고, 2026년 통합 완성은 과욕"이란 지적도 나왔다. 부산시는 2030 세계엑스포 유치에 신경이 집중된 상황이다. 공식적으로는 박형준 시장이 통합 제안을 수용, 박 지사와 공동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울산은 독자 노선을 선언했다. 마침 먼저 진행됐던 대구-경북 통합 논의 중단 소식이 들려왔다.

특별연합이든 행정통합이든 목표는 하나일 것이다. 국가적으론 균형발전이요, 지역적으론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선 동남권 경쟁력 확보 아닐까. 최근 수도권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 계획 발표에서 보듯 중앙정부는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때론 싸워야 할 대상임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한때 한 지붕 아래 대가족으로 살았던 부울경. 성년이 돼 한 집에선 못 살겠다고 줄줄이 분가했던 부산과 울산. 각자 문패도 달고 브랜드도 따로 가졌다. 이제 마을 전체가 살기 어려워졌다며 흩어졌던 가족들이 다시 합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진영과 이념을 넘어 지역 생존법을 함께 모색해야 할 절박한 시기다. 행정에서는 새 과제의 장단점을 솔직히 털어놓고 시민들의 자발적 의견과 참여를 구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 점에서 경남도는 먼저 부산과 행정통합, 왜 지금 해야 하는지 친절히 설명해야 한다. 최종 선택은 도민과 시민이 한다.

/정학구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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