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 디젤 매연 노출된 승객들
대중교통 활성화 위해서도 공기 점검을

최근 경전선 열차를 타고 부산 여행을 했다.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상징되는 기후위기 시대, 대중교통을 선호한다. 6500만 년 전 지구 생명체 80% 이상이 멸종한 뒤 지금 우리는 6차 대멸종 앞에 섰다.

평일이라 그런지 경전선 열차 객실은 2칸이었다. 그래도 손님은 생각보다 많았다. 오랜만의 기차 여행, 여유롭고 낭만적이었다. 거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열차 안에서 매캐한 냄새가 났다. 숨쉬기도 그리 편하지 않았다. 머리가 띵~ 해지고 코나 목도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 표정을 둘러보니 다들 말없이 잘 참는 듯했지만, 간간이 기침 소리가 났다. 왜 그런가 하고 생각해 보니 열차에서 나오는 디젤 매연이 주범이란 의심이 들었다. 한국의 암 사망률 1위가 (흡연이나 나쁜 공기로 말미암은) 폐암이라 하지 않던가.

그 지점에서 또 이상했던 건, 나 외에 그 누구도 공기가 이상하다고 수군대거나 인상을 찌푸리진 않은 점! 어린아이를 동반한 젊은 엄마도 있었고, 남녀 노인들도 있었다. 등산객들도, 청춘 남녀도 있었다. 모두, 그러려니 하고 참는 것 같았다. 하지만 늘 그런 식이라면 세상이 어떻게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는가? 그래서 나는 평소에 '할 말'은 꼭 하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 순간, 갑자기 디젤 매연이 발암 물질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솟았다. 검색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 발표 1급 발암물질에 디젤 매연이 있었다. 담배, 석면, 술과 같은 극위험 물질! 이걸 본 이상 '침묵은 죄'였다. 그래서 승무원이 왔을 때 내가 일어나 조용히 말했다.

"아저씨, 여기 객실 공기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목이 매캐하고 머리가 띵~합니다."

"그래요?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데?" 문제 상황에 자기방어로 대처하는 기본 방식이 '부정'임을 아는 나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

"저야 가끔 기차를 타지만, 승무원께서는 늘 일하시는데, 공기가 나쁘면 장기적으로 건강 손상이…." 지난 40년간 노사관계를 연구하고 노동자 건강을 누구보다 염려한다고 자부하는 내가 굳이 티를 내고 싶진 않았지만 이게 '남의 일'이 아님을 알리고 싶었다.

"저는 별로 못 느끼겠는데요." 여전한 현실 부정!

"승무원도 걱정되지만, 여기 손님들은 모두 100명이 넘는데 공기가 나쁘면 큰 문제죠. 실내 공기를 좀 쾌적하게 할 방법이 없을까요?" 내 언성이 약간 높아졌다.

"예, 한 번 체크해 보겠습니다"하며 승무원이 앞쪽으로 갔다.

한참 뒤 그가 돌아왔으나 아무 변화는 없었고 나는 여전히 나쁜 공기에 시달렸다. 물론 '죽을' 지경은 아니었으나 결코 다른 기차들에선 경험하기 어려운 공기였다. 마침내 나는 휴대전화를 열어 디젤 매연이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표를 승무원에게 보이며 다른 손님을 생각해 속삭이듯 말했다.

"이걸 보시면 국제기구도 디젤 매연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해요. 장기적으로 큰 문제니까 실내 공기를 체크하면 좋겠습니다."

승무원도, 일반 승객도 별문제를 못 느꼈지만, 분명히 열차 내 공기는 나빴다. 기후위기 시대,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철도공사와 국토교통부는 하루빨리 경전선 열차 내 공기 점검을 하기 바란다.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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