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 감은 왜 안 따는 거야? 저건 까치 같은 새들이 먹으라고 남겨둔 거야. 어려서 연례행사처럼 수개월씩 시골에서 지냈다. 뒷산에서 놀다가 남겨둔 감을 새가 연신 쪼아 먹는 걸 발견하고는 감을 다 따지 않는 그 이유를 어렴풋하게 알았다.

퇴근길 일주일에 두어 번 동네 슈퍼마켓에 들러 생수, 맥주, 라면, 소분된 방울토마토 따위를 산다. 밤늦은 시간까지 동네를 밝히는 슈퍼마켓. 급히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

어느 날 덜컥 이곳이 문 닫으면 어쩌나 싶다. 밤에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다음날 아침 집 앞에 최저가로 산 생수 6개들이가 도착하는 세상이니까. 좀 다 같이 잘 살면 좋겠다. 까치밥을 남겨두며 살고 싶다.

/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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