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 분야 6대 핵심산업에 2026년까지 민간 주도로 550조 원을 집중 투자하도록 하고,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수도권에 300조 원을 투자해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에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비수도권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미 극심해진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에는 이미 SK하이닉스가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은 첨단산업 수도권 독식과 초집중을 가속화해 지방소멸을 심화할 것이 분명하다. 300조 원 투자에 따르는 160만 명 고용은 대규모 지방 인구유출을 불러올 것이다.

수도권 투자 집중은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수도권 산업단지는 지역보다 비싸 분양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집값이 비싸 임금도 더 높다. 결국 비용 상승으로 국제경쟁력이 약해진다. 미국은 제조업 밀집지였던 북동부에서 땅값과 임금이 싼 남서부 등으로 업체가 옮겨가 균형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가 나서 수도권 집중 투자를 유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제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반도체산업이 특정지역에 편중되면 전략산업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대만의 시스템반도체 생산업체 TSMC는 공장을 북부, 중부, 남부에 고루 나눠서 운영하고 있다.

비수도권에는 국가첨단산업단지를 14개 조성한다고 하지만 기업체 입주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도 지역 도시의 중견 기업체들은 우수 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수도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경남 항공국가산업단지(진주·사천)는 2015년에 지정된 후 공정 60%를 넘어 지난해 말 분양을 시작했지만, 현재 단 한 곳도 분양되지 못했다. 분양 가격이 주변 산업단지보다 높은 데다, 투자 여건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도권 비대화 정책을 중단하고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 격차를 해소할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균형발전을 더 늦추면 지역·수도권 할 것 없이 국가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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