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아보자는 목적이 13년을 이어온 생명력
이주민, 유학생, 자원봉사자 등 30여 명으로 구성
"선생님들의 끈기 선배님들의 도움 자신감 갖게 해"

“맛있는 거 먹자고 꼬셔/ 영화 보러 가자고 불러/ 용지 호수 걷자고 꼬셔/ 넌 한 번도 그래 안 된다는 말이 없었지….”

지난 16일 오후 2시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행정복지센터 앞 마산사랑의전화 3층 교육실에서 여성들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유명한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꽃송이가'에 우리 지역명을 넣어 일부 개사한 것이다. 한사랑다문화여성합창단의 노래 연습은 이 노래로 시작됐다.

지난 16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마산사랑의전화 3층 교육실에서 한사랑다문화여성합창단 단원들이 황성아 지휘자의 지도로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마산사랑의전화 3층 교육실에서 한사랑다문화여성합창단 단원들이 황성아 지휘자의 지도로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이주여성, 주민,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합창단 = 합창단원은 이주여성과 유학생뿐만 아니라 주민과 ‘마산사랑의전화’ 자원봉사자 등 3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이도 18세에서부터 60세 이상까지 다양하다.

“처음엔 결혼이주여성이 많았는데,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 경제활동을 하면서 합창단을 많이 떠났어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이주여성들이 많이 줄었는데, 같은 주부로서 눈높이를 맞추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방미혜 초대 단장의 이야기다.

올해 새로 단장을 맡은 문금목 씨가 말을 이어간다.

“올해는 이주여성보다는 창신대 유학생들이 많다 보니까 정기공연 외에도 그 친구들에게 다른 행사 경험을 많이 하게 해주고 싶어요. 또 몽골 학생이 많다 보니까 ‘한국에서 이렇게 배우고 있다’ 하고 몽골에 가서 공연도 하면 좋은데, 예산이 문제죠.”

한사랑다문화합창단은 2010년에 창단했다. 어떤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한국에 좀 더 잘 정착하게 하고 함께 활동하며 화합하기 위해서였다.

한사랑다문화합창단 공연을 처음 본 것은 2017년 12월 창원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였다. 8회 정기 공연이었는데, 당시는 영어권 이주여성이 상당수 있어서 가곡, 가요와 함께 팝송, 스윙재즈가 많이 선곡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공연에 관심이 간 이유는 이주여성들만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외국 여성이 어떻게 하모니를 이룰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다.

지난 16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마산사랑의전화 3층 교육실에서 한사랑다문화여성합창단 단원들이 황성아 지휘자의 지도로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마산사랑의전화 3층 교육실에서 한사랑다문화여성합창단 단원들이 황성아 지휘자의 지도로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더디 가도 함께한다는 생각이 하모니 만들어 = 당시 합창단은 지금보다 활동이 활발했다. 적게는 연간 3번, 많게는 5번 정기 공연을 비롯해 초청공연도 많이 하러 다녔다. 그러다가 2019년부터 코로나 때문에 정기연주회로만 명맥을 유지했다.

지난해 코로나 상황이 크게 나아지고 창신대 국제교류원 유학생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날 연습에는 몽골 유학생 디라라(18), 굴미라(18) 씨 2명이 참석해 있었다.

“한국엔 작년 10월에 왔어요. 오자마자 합창단에 들어왔어요. 한국어로 노래 부르는 거 재미있고 신기했어요. 아직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서 조금 어려웠는데 그래도 재미있어요.” (디라라 씨)

“가사는 다 이해했는데, 발음이 어려웠어요. 지금은 발음이 괜찮아요. 토요일마다 노래했고 함께하는 언니들이 많이 도와주어 어렵지 않게 활동하고 있어요.” (굴미라 씨)

이날 참석은 못했지만, 토요일 연습에 참여하는 중국인 유학생 리샤오핑(25) 씨와도 연락이 닿았다.

“중국에 있을 때 합창단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항상 노래하는 데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음치라서 노래를 못 부르는데 합창단 선생님들의 끈기 있는 지도와 선배님들의 도움으로 점점 자신감이 생겨서 너무 좋습니다.”

외국어로 노래를 부른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몽골어 1~2년 배우고 몽골 노래 부를 수 있을까 생각한다면 비교가 될 듯하다.

지난 16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마산사랑의전화 3층 교육실에서 한사랑다문화여성합창단 단원들이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마산사랑의전화 3층 교육실에서 한사랑다문화여성합창단 단원들이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지휘를 맡은 황성아 지휘자의 고충도 그 점에 닿아 있다.

“이주여성 중에선 잘하시는 분도 계시고 이제 입을 떼시는 분들도 계시고 하니까 다 같이 맞춰서 뭔가 하기 쉽지 않은데, 어려운 가운데 도움을 주면서 하나하나 곡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참 좋더라고요.”

유학생들이 빠르게 한국 노래를 습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휘 선생님과 선배들의 도움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잘하는 사람은 벌써 연습 진도가 90%까지 갔다면 한국어가 서툰 이주여성들과 유학생은 그렇게 따라잡을 수 없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그런데 그렇지 않다. 더디게 가더라도 함께 가는 연습실 분위기 덕분이다.

황성아 지휘자는 올해 정기공연 주제를 ‘행복한가요’로 정했다고 했다.

“하반기에 정기연주회가 있는데, 또 창신대 유학생들하고 함께하게 되었어요. 친구들이 아이유 노래를 좋아해서 그것을 반영해서 선곡할 계획입니다. 계절을 표현한 가요로 첫 무대를 꾸미고 두 번째로는 아이유 노래, 세 번째는 노영심의 ‘시소 타기’ 등 행복을 전하는 곡들로 정하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이주 여성이 한국에 잘 정착하도록 화합한다는 목적은 지금도 변함없다. 노래는 어떻게든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자연히 늘게 된다. 한국이 고향인 여성들과 외국이 고향인 여성들이 함께 어울리며 즐겁게 살아보자는 것이 13년을 이어온 생명력일 것이다.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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