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향한 혐오 계속
"자식 잃는 형벌 받는 것 같다"
모진 말에 상처 아물 새 없어

자식 잃은 부모의 통곡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자식이 먼저 죽으면 부모는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을 겪는다던데, 그 울음이 창자를 끊어내는 소리인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눈물을 쏟아내던 그들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로부터 9년이 지나도록 통곡은 계속됩니다.

“세상이 무너졌어요. 슬픔을 느끼기도 전에 세월호를 향해 ‘교통사고’라고 하는 말을 들으니 공황장애, 우울증이 오더라고요. 잇몸이 녹아내려서 치아 8개에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어요. 자식 잃은 형벌을 받는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아들 지상준(18) 군을 떠나보낸 어머니 강지은(54) 씨는 말합니다. 또 다른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준우(18) 군의 아버지 이수하(55)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월호는 교통사고”, “자식 팔아 장사한다” 온갖 모진 말이 유가족을 향해 9년 내내 쏟아졌습니다. 상처는 아물 새 없었습니다. 나을라치면 다시 모질게 찢기곤 했습니다.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경남교육청 교육연수원 입구 '세월호 기억의 벽'에 설치된 추모 글. /김구연 기자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경남교육청 교육연수원 입구 '세월호 기억의 벽'에 설치된 추모 글. /김구연 기자

◇분노·죄책감에 시달리는 유가족 =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세월호 재난 1년 후 유가족의 심리적·신체적 건강에 대한 연구>를 펴냈다. 연구진은 세월호 유가족 137명을 조사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심리적 어려움을 조사했더니 88.5%(123명)가 분노를 느꼈으며, 77%(107명)가 죄책감에 시달렸다. 74.8%(104명)는 우울했고, 57.6%(80명)는 불안해했다. 죽고 싶은 생각이 든 사람이 54.7%(76명)에 이르렀다.

수학여행을 떠난다던 아이가 15일 만에 엄마 품으로 돌아왔다. 차가운 바다에서 겨우 올라왔는데 아이는 냉동고로 가야 했다. 안산 시내 장례식장이 모두 차서다. 강지은 씨는 그날을 ‘지울 수 없는 상처’로 기억했다.

강 씨는 “그때 아이를 데리러 가느라 정신도 없는데 보험금으로 얼마를 받는다더라는 얘기부터 나왔다”며 “국가가 사회적 참사를 겪은 시민에게 하는 당연한 지원을 문제 삼아 ‘세금 도둑’이라고 부르니 유가족들은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분노와 죄책감, 우울감을 느낀 건 이들을 향한 ‘혐오’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돈만 밝히는 사람’으로 매도하는 것만큼 치욕스러운 것은 없다고 토로한다. 유가족은 오직 슬프기만 해야 한다. 참사 원인을 밝히라고 하거나, 처리 과정의 문제를 제기하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피해자는 피해자다워야 한다고 강요당했다.

강 씨는 “(나중에 죽어서) 상준이를 만나려면 그때까지 죄를 안 지어야 하는데 진상조사도 안 되고 책임자 처벌도 안 되는 것을 보면 나쁜 마음이 든다”며 “너희도 한 번 당해보라는 말이 목에 턱턱 걸리지만 상준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어서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호 없이 2차 가해까지 = 지금도 안산 시내에는 세월호 추모공원 조성에 반대한다는 펼침막이 내걸려있다. 이수하 씨는 “혐오에 가까운 말들이 쓰여있는 펼침막을 볼 때 유가족이 느끼는 상실감은 말도 못 한다”며 “그게 뭐기에 우리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지 싶고, 유가족들은 사회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추모제를 할 때마다 맞불 집회도 열린다.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나 싶다. 세월호 참사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얘기가 많다. 이준우 군이 세상을 떠난 무렵 세 살 아래 동생은 중학생이었다. 준우 군의 동생은 조롱과 혐오 표현에 그대로 노출됐다. 유가족 모두가 분노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참사나 재난, 산업재해 등을 겪은 피해자들이 길거리로 나가서 싸워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너무 안타까워요. 이태원 참사도 마찬가지잖아요. 피해자인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2차 가해를 당하고 있어요.”

이수하 씨는 “국민을 지켜야 하는 게 정부고, 정치인인데 앞장서서 (혐오 표현을 하도록) 선동하거나, 2차 가해를 한다”며 “사회적 참사를 겪는 사람들을 조롱하며 큰 상처를 준 정치인을 감싸는 다른 정치인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준오(18)군과 지상준(18)군. /유족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준우(18)군과 지상준(18)군. /유족

준우에게 아빠가

아빠가 경상도 사람이라 엄하게 대했네. 평소에 표현을 잘못했어. 바르게 크길 바라는 마음에 혼도 많이 냈다. 생각해보니, 제대로 안아준 적도 없는 거 같네. 지금 와서는 왜 그랬을까 후회가 많이 돼. 준우가 아빠를 무섭고, 엄한 사람으로만 기억할까 걱정이야. 그래도 네가 아빠 속마음은 알아주겠거니 싶어.

아빠가 너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하는데 아직 못 해준 게 너무 답답하고 미안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맨날 “철저하게 밝히겠다”고 말은 하는데 행동은 그러지 않아. 안산에 살던 아빠가 어느 날 갑자기 투사가 된 것만 봐도 한국은 참 희한한 나라야. 큰 재난을 당한 사람이 싸워야만 하는 나라가 어디 있니. 아직도 아빠는 화가 많이 나.

상준에게 엄마가

너를 다시 만나면 미안하다고 말할 것 같아. 엄마가 미안하고, 사랑했다고 말해주고 싶어. 엄마가 능력은 없지만, 최선을 다해 싸웠다고. 엄마는 포기하지 않았다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아이들을 구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 왜 구하지 못했을까. 아직도 진상규명이 안 되고 있어.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말이야. 그러는 와중에 10.29 이태원 참사가 터졌어. 이런 걸 보면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고 한동안 숨도 못 쉴 정도로 힘들었단다. 이 충격은 말로 표현 못 할 거 같아. 엄마는 이 부채 의식을 갚고자 부단히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김다솜 박신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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