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체성 공유공간 자리매김
"신기술 활용해 새롭게 변모해야"

"관람객이 없는 박물관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양산시립박물관이 이달 개관 10년을 맞았다. 개관 준비 단계부터 박물관 운영을 책임져온 신용철 관장은 한결같이 '관람객'을 중심에 두는 일을 잊지 않았다. 한 사람이라도 박물관을 더 찾게 하려면 모든 전시·교육 프로그램 등이 관람객에게 초점을 맞추고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는 "초창기 다른 박물관에서는 잘 하지 않는 음악회 등을 역사 콘텐츠와 접목한 문화행사를 자주 연 것도 박물관을 낯설어하는 시민에게 다가서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은 10년간 누적 관람객 95만 명을 넘어서는 성과로 이어졌다. 물론 외부 관람객도 상당수 있었지만 현재 인구 35만 명인 양산시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그의 바람처럼 박물관이 더욱 친숙한 공간으로 지역사회에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박물관을 지을 때는 어떻게 활용하고 운영하겠다는 청사진이 정해졌어야 하는데 전문가 없이 건물부터 짓고 보자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해 아쉬웠다"며 "처음 임명받고 왔을 때 그 흔한 진열장 하나 없이 텅 빈 공간밖에 없어 아예 내부공간부터 다시 정비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지역사회 요구를 반영해 박물관을 건립했지만 정작 내실을 다질 계획은 마련하지 못한 채 불안한 출발을 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이자 국립경주박물관, 통도사 성보박물관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그가 관장을 맡아 개관을 준비하는 과정은 말 그대로 건물 외형만 남기고 모두 바꾸는 일이었다.

그는 "무척 힘든 시작이었지만 흩어져 있던 우리 지역 문화재를 다시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던 일에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문화재는 우리 지역 정체성이면서도 동시에 우리 지역을 살았던 사람들 흔적이기 때문에 이게 밖으로 나가버리면 정체성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발도시로 유입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박물관은 10년간 지역 정체성을 지키고 공유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박물관은 '관람객 중심'이라는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고 시대 변화에 맞춰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젊은 세대에게 더 친숙한 공간이 되려면 가상현실(VR)이나 메타버스 등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박물관 개념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조금씩 시험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단순히 VR 전시실 수준이 아니라 메타버스 상에서 관람객이 직접 전시공간을 꾸미고 실제 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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