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연구특구에 투자 유치 성과 시험·인증 사업, 기업 뒷받침해
지역 주력 '첨단·국방·우주'에도 산학연 핵심으로 총력지원 다짐
김 원장 '전기=공기' 철학 강조 "역할에 최선…더 좋은 창원으로"

전기는 에너지를 넘어 모빌리티, 로봇, IoT(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이 핵심 기술을 연구개발, 시험 인증하는 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은 올해로 창원시에 둥지를 튼 지 47년이 됐다. 전기연은 수십 년간 국내 전기 기술개발, 관련 기술이전으로 산업계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경남 산학연 핵심기관으로 자리 잡으며 지역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김남균(61) 전기연 원장 취임 100일을 맞아 전기연의 지역공헌사업, 향후 발전 계획 등을 물었다. 

김남균 한국전기연구원 원장이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 원장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김남균 한국전기연구원 원장이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 원장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정부 출연연구기관은 국비 사업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출연연이 속한 지역은 유관기관임에도 굵직한 협력사업을 함께 진행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전기연은 수년 전부터 지역산업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지자체와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 핵심·신성장 산업 지탱 = 경남은 자동차, 조선, 방산, 원자력, 항공우주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전기연은 △창원 강소연구개발특구 사업 △제조 인공지능 기반 창원 기업 지원 △공정혁신시뮬레이션센터 구축 △HVDC(초고압직류송전) 전력기기 국제공인 시험인프라 구축 △전기선박 육상시험소 등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내용은 역시 창원 강소연구개발특구 사업이다. 먼저, 강소특구란 연구개발 역량조건을 만족하는 기술 핵심기관 주변에 구성되는 소규모 연구개발특구다. 창원 강소특구의 기술핵심기관인 전기연은 '지능 전기기술'을 창원 기계산업에 적용해 지역 제조업 혁신을 추진했다. 창원 강소특구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사업비 147억 6000만 원을 투자했다. 구체적으로 '지능전기 기반 기계융합'과 관련한 기술 발굴·기술이전 사업화·강소형 기술창업 특화 성장 등을 지원했다. 전기연은 이 사업으로 기술이전 실적 58건(51억 8000만 원), 연구소기업 설립 23개사, 특화 분야 창업기업 설립 34개사 등 성과를 냈다. 연구소기업이란 연구개발특구 안에만 창업할 수 있는 기업이다.

2025년 전기연 창원 본원에 준공을 앞둔 '창원 강소특구 테크비즈센터' 조감도. /한국전기연구원
2025년 전기연 창원 본원에 준공을 앞둔 '창원 강소특구 테크비즈센터' 조감도. /한국전기연구원

김남균 전기연구원장은 "특구 내 기업유치는 물론, 기술이전·사업화 연계로 연구원 본연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지역 핵심 산업을 육성하고자 했다"며 "올해 글로벌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23에 창원 강소특구 기업 9개가 참여, 2개사가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단위에서 특구 내 연구소기업, 창업을 목표로 투자가 이뤄졌다"며 "총 투자유치 실적은 825억 1000만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전기연의 독보적인 기술 지원을 받고자 전국에서 창원으로 이전한 셈이다.

'제조 인공지능 기술 지원'은 캐나다 워털루대와 협력 아래 진행하고 있다. 김 원장은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과 인턴십을 맺는 인공지능 분야 권위가 높은 대학과 관학 연계를 2019년부터 맺었다"며 "제휴 기술을 바탕으로 도내 핵심부품 고장 진단, 조립 지능화 등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혁신시뮬레이션센터'는 2020년 시작된 사업이다. 지역 중소기업이 제품개발 단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시뮬레이션(가상시험)으로 사전 예측,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기업 지원 사업이다. 

김 원장은 "선박, 자동차 등 대형부품은 시제품을 만들어 시험하기까지 굉장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며 "시뮬레이션센터는 데이터를 입력하면 가상현실에서 현실처럼 시험할 수 있으므로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고 밝혔다. 이 사업으로 전기연은 기업 151개사를 지원했고, 270억 원 규모 제품개발·생산기간 단축 효과를 이끌어냈다. 

대표적으로 창원 태림산업은 전기연 공정혁신시뮬레이션센터에서 3차원 시뮬레이션 장비와 전문인력을 지원받았다. 이후 독일 폴크스바겐 차량 100만 대에 들어갈 자동차 조향장치 부품을 수주했다. 사업 수요가 커지면서, 지난해 12월에는 경남도·창원시 지원으로 시뮬레이션을 전문 지원하는 스마트이노베이션센터가 구축됐다.

◇조선·방산 등 유망기술 시험인증 착착 = 전기연 본연 업무인 시험인증 분야도 도내 산업 성장에 크게 맞닿아있다. 국내외에서도 까다롭고 몇 없는 기술력을 시험, 인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KERI(전기연 영문명)' 마크가 붙은 기술, 제품은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인정받는다.

주목할 만한 시험인증 분야 사업은 'HVDC(초고압직류송전) 전력기기 국제공인 시험인프라'다. 전기연은 26일 창원 본원 내에서 준공식을 개최한다. 시험인프라는 경남도, 창원시 도움을 받아 준공됐다. 초고압직류송전이란 발전소에서 생산한 대용량 전력을 고압 직류로 변환해 손실 없이 원거리까지 전송하는 기술이다. 

전기연 전력기기 시험인증 설비 중 하나인 인공 낙뢰(번개) 모의 시험 장비. /한국전기연구원
전기연 전력기기 시험인증 설비 중 하나인 인공 낙뢰(번개) 모의 시험 장비. /한국전기연구원

김 원장은 "우리나라는 동해안 발전소에서 수도권으로 송전이 필요한데, 고속도로로 치면 현재 차들이 도로에 가득 찬 상황"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기술인 직류송전으로 새로운 도로를 만들어 정체를 해소하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초고압직류송전은 국내에서 아직 적용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관련 전력기기·설비의 신뢰성과 안전성에 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 초고압직류송전은 전력기기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전문 시험인프라가 없었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이 해외 시험소를 찾아 시험·인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경제적 부담, 납기 지연, 핵심 설계기술 해외 유출 등 문제가 발생했다. 

김 원장은 "국외에서 시험인증할 때보다 제품 개발 기간 단축, 업무효율 증가, 시험비용 절감 등 효과가 기대된다"며 "매해 국내외 엔지니어 수천 명이 창원에 유입되는 효과도 있어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르는 전기선박 분야 인증설비도 갖췄다. 전기연은 경남도, 창원시 지원으로 2015년 '전기선박육상시험소'를 갖췄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전 세계에서는 세 번째로 도입된 시험소다. 전기연은 2015년부터 총연구비 990억 원 규모, 25개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주요 성과는 3000t급 도산 안창호함 사전 육상시험이다. 당시 건조기간 368일 단축과 비용 4700억 원 절감 효과를 냈다. 김 원장은 "조선 분야도 가까운 미래에 디젤 연료에서 전기 배터리로 패러다임 전환이 예상된다"며 "선제적으로 시험인증 설비를 갖춰 조선산업 성장을 지원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최근 정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창원시 의료·바이오 첨단기기 연구제조센터'의 핵심 유관기관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 센터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기존 창원 제조산업을 첨단 의료·바이오 기기 산업으로 육성하는 기업지원 프로젝트다.

◇33년 창원 생활로 지역 산업구조 '빠삭' = 김 원장은 1990년 창원 본원에 입사한 이후 33년간 창원을 지켜온 연구인이다. 따라서 도내 산업구조는 물론 지역 사정에도 밝다. 그는 "창원은 계획도시로 깔끔한 데다 공원이 많아 연구하기에 최적화한 도시"라며 "전국 기업, 기관에 우리 도시를 알려 더 좋은 지역이 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전력반도체 분야만 수십 년 연구해 왔다. 현재 전기 분야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기술이다. 그는 유망기술을 바탕으로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도내 산업현장에서 반응이 나올지 항상 고민했다. 따라서 김 원장은 취임 이후 지역산업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취임 이후 국방기술전략실을 따로 조직했다. 군 출신 인사를 내부에 둬 경남이 자랑하는 방산 관련 국방기술 프로젝트를 지원하려는 목적이다. 김 원장은 "전기연은 전자기파 증폭으로 드론을 무력화하는 기술을 갖고 있고 이를 국방 분야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며 "원자력 분야에서는 SMR(소형모듈원자로) 전기기반 제조기술에 기여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우주항공 분야는 UAM(도심항공교통) 등 드론 분야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방산, 항공 분야는 높은 정밀도와 신뢰성를 요구하는 만큼 기술고도화도 병행할 예정이다.

김 원장은 "경남도, 창원시의 물심양면 지원 덕분에 산학연 구조가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며 "반도체특화단지 유치를 위해 지자체가 노력하는 만큼 전기연도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굵직한 인프라 사업에도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전기연은 창원시의 도움을 받아 본원 내 지역기업 입주공간으로 '테크비즈센터'를 2025년까지 준공할 예정이다. 99개사가 입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다.

'전기·기계융합연구단지' 조성도 예정돼 시너지가 기대된다. 연구단지는 창원시 성산구 불모산동 일원 17만 3000여㎡ 구역에 2026년까지 마련될 예정이다. 전기연은 이 연구단지에 기술핵심기관으로 참여하면서 강소특구 강화는 물론 지역산업 강화에 일조하고자 한다.

끝으로 김 원장은 '전기는 공기'라는 철학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이들이 불편함 없게 지원하는 게 우리 연구원의 목표"라며 "전기의 활용도가 다각화하고 있는 만큼, 창의력 높은 연구개발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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