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에게 피아노는 선율을 풍성하게 해주는 필요존재
창원시향 수석 연주자로 연주 리더 역할...때론 악장 역할도
곡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 뛰어난 클라라 주미 강 존경
"꿈요? 지금도 과분. 오케스트라 리더, 후학 양성에 만족"

오케스트라 연주든 성악 공연이든 많은 음악을 접하면서도 최근처럼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의 매력에 푹 빠졌던 적은 없었다. 시작은 지난달 7일 통영국제음악제 바이올리니스트 카바코스와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연주였다. 이어 지난달 25일 창원시향 강선혜(40) 수석 바이올리니스트가 이끄는 리릭챔버앙상블의 현악사중주를 감상하면서 확실히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지난달 21일 창원시 성산구 기업사랑공원에서 강 바이올리니스트(이하 강 수석)를 만났다. 봄볕이 유난히 따사하게 내리쬐어 여름인 듯 착각할 정도였다. 솔직히 강 수석을 만난 이유는 음악 세계와 재능을 소개하고자 한 것보다 실제 연주자의 입을 통해 바이올린 자체에 대해 알고 싶어서였다.

창원시립교향악단에서 수석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강선혜 바이올리니스트가 지난달 21일 창원시 성산구 기업사랑공원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창원시립교향악단에서 수석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강선혜 바이올리니스트가 지난달 21일 창원시 성산구 기업사랑공원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지난 통영국제음악제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와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공연을 보았습니다. 바이올린협주곡이나 소나타의 경우 특히 두 악기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던데, 바이올리니스트 처지에서 두 악기의 조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피아노가 바이올린과 어울린다는 표현보다는 필요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네요. 바이올린은 단선율 악기여서 화성으로 채워주는 피아노와 함께하면 그만큼 음악적 표현이 풍부해지죠. 보통 바이올린 독주회를 한다고 하면 피아노 반주가 들어가는데, 반주라고 생각하지 않고, 5 대 5 병주를 한다고 보면 돼요. 특히 소나타 장르를 할 땐 피아노가 꼭 필요하지요.”

-그렇다면 바이올린과 어울리는 다른 악기는 어떤 게 있나요?
“기타나 하프 등과도 하는데, 아무래도 현악사중주의 비올라, 첼로와 더 잘 어울리죠. 모두 단선율 악기이지만 어울렸을 때 화음이 만들어지니 시너지가 생기죠.”

-개인적으로 바이올린협주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뭔가요?
“제가 6월에 독주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요즘 브람스 소나타에 빠져 있어요. 브람스 곡은 잔잔한 게 많은데, 어느 정도 연주 경력이 쌓이니까 그런 곡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네요.”

-선율이 잔잔하면 연주하기 쉽겠죠?
“아뇨.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브람스는 표현하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진짜 좋은 피아니스트가 필요하죠. 두 연주자의 호흡이 정말 중요한 게 브람스와 같은 곡입니다.”

강선혜 바이올리니스트의 독주회 모습./강선혜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면 바이올린이 다른 악기에 비해 많이 등장하던데, 소리가 작은 것도 아니고. 왜 그런가요?
“다른 악기와 비교하면 바이올린 소리가 크진 않아요. 팀파니 같은 경우엔 한방에 공연장을 제압해 버리죠. 하하. 제1 바이올린, 제2 바이올린으로 나뉜 것은, 성악도 소프라노, 알토로 나눠 노래하듯 바이올린도 각기 다른 선율을 연주하기 때문이에요. 1 바이올린 쪽은 주선율을 담당하고, 2바이올린은 리듬이나 1 바이올린의 선율을 보조하는 연주를 해요. 그래서 2 바이올린 연주가 더 어렵다는 말도 나오죠.”

-창원시향에서 제1바이올린 수석을 오래 맡았던데 어떤 역할인가요?
“악장 지원과 단원을 이끄는 리더 노릇이 크죠. 지휘자나 악장 지시를 보조하고 음악적인 부분을 논의하기도 해요. 아이디어를 낼 수도 있고. 악장 부재 시 악장 역할도 합니다. 연주할 때 이렇게 하자 약속을 하기도 하는데, 창원시향 연주자들은 워낙 베테랑들이셔서 약속을 따로 하지 않아도 악장이나 수석을 보고 잘 따라 하세요. 그래서 오케스트라엔 리더가 꼭 필요합니다.”

바이올린 수석이라는 자리는 경력이 오래되면 차고 올라가는 그런 지위인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수석’ 자리를 두고 오디션을 보아 들어가는 직책 개념이라고 한다. 악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야 오케스트라의 악장이나 수석이 평 연주자들보다 대체로 젊은 이유를 알겠다.

창원시립교향악단에서 수석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강선혜 바이올리니스트가 지난달 21일 창원시 성산구 기업사랑공원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창원시립교향악단에서 수석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강선혜 바이올리니스트가 지난달 21일 창원시 성산구 기업사랑공원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바이올린 연주곡, 혹시 브람스예요?
“아뇨, 전 프랑스 작곡가 에르네스트 쇼송의 ‘poem’이라는 곡을 좋아해요.”

이 곡의 정식 명칭은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서곡 Op.25’다. “감미로운 꿈과 같은 가락의 연속과 우아하고 섬세한 정감의 전개와 잠재된 정열의 발산은 다른 명곡과 판이한 성질을 갖고 있다”는 설명(지식백과)이 달려 있다.

-바이올린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사람의 목소리와 닮은 것 같아요. 제가 바이올린을 해서 그런가요? 하하. 성악처럼 노래는 없지만 노래하듯 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성악가의 호흡보다 긴 호흡을 할 수 있으니 더 유리하죠.”

-바이올린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죠?
“음악가 집안은 아녜요. 어렸을 때 친척들이 모이면 재롱잔치가 벌어졌어요. 다들 악기 하나씩은 하는데, 그때 전 바이올린을 했어요. 초등학교 3학년, 10살이었어요. 그 전에 피아노는 5살 때부터 했고요.”

-바이올린 하면서 힘든 일 없었나요?
“연습하다 보면 힘든 시기를 만나게 되는데, 그때 오히려 더 바짝 노력해서 극복하면 그 희열은 말로 다 표현 못 해요. 그 맛을 한번 들이고 나면 뭐 못 잊는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있죠. 그 후론 음악이 훨씬 좋아져요.”

-혹시 지금 바이올린 스승으로 모시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클라라 주미 강이라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분이에요. 음악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죠. 나름대로 해석하는데 그게 또 자연스러우면서도 공감이 갑니다.”

강선혜 바이올리니스트가 피아노 5중주팀을 꾸려 연주하는 모습./강선혜
강선혜 바이올리니스트가 피아노 5중주팀을 꾸려 연주하는 모습./강선혜

-강 수석은 곡 해석을 어떻게 합니까?
“우선 작곡가의 의도를 최대한 표현하려 합니다. 그게 1번이고요, 그다음엔 여러 사람이 해석한 곡을 들어보면서 배우고 나름대로 해석해서 표현합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궁금한 게 떠올랐다. 바이올린 가격이 천차만별이던데 소리가 다른가? 다르면 함께 연주할 수 있나? 베토벤을 연주한다 쳤을 때 100년 전 음악과 현재의 음악이 다른가, 같은가? 얼마나 어리석은 호기심이었는지 금세 깨달았다. 테너라고 다 목소리가 같은 것 아니며 100년 전과 악기가 다르고 사람이 다른데 어찌 같을 수 있으랴.

-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언제 행복하세요?
“경상오케스트라에서 악장을 맡아 바이올린 솔로가 많은 림스키 코르사코프 곡 ‘셰에라자드’를 연주했는데 함께 연주한 분들이 눈물 나더라고 말해줬을 때 가장 행복했고요. 또, 창신대에서 겸임교수로 있는데, 학생들이 찾아와 도와달라고 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 역시 행복을 느꼈어요.”

- 마지막으로 꿈이 뭔지 말씀해 주실래요?
“지금도 과분하죠. 창원시향에서 지금 역할을 잘 수행하고, 리릭챔버앙상블의 현악사중주와 바이올린 독주회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후학을 양성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은 넉넉해요.”

/정현수 기자 dino999@idomin.com

창원시립교향악단에서 수석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강선혜 바이올리니스트가 지난달 21일 창원시 성산구 기업사랑공원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강선혜 프로필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수석졸업
-미국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NEC) 석사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독주자과정 졸업(Artist Diploma)
현) 창원시립교향악단 수석, 창신대 겸임교수, 리릭챔버앙상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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