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제 운영하는 뉴스민·뉴스타파·한겨레
'좋은 언론' 만드려면 후원제 필요해
좋은 기사, 소통...후원회원 확보 방법 고민

거센 비바람에도 나무가 꺾여 나가지 않으려면 뿌리가 단단해야 합니다. 경남도민일보 뿌리는 ‘경남도민’입니다. 24년 전 오늘(5월 11일) 경남도민일보는 도민 주주 6000여 명의 손길에서 탄생했습니다. 지역에 ‘좋은 언론’ 하나 심자는 열망이 경남도민일보를 만들었습니다. 2022년 5월 경남도민일보는 후원회원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좋은 지역언론’으로 더 단단하게 버티고자 연대를 제안했습니다. 10일 기준 경남도민일보 정기 후원회원 수는 1359명입니다.

전통적으로 언론은 소비자 규모를 앞세운 광고 유치와 광고 단가 키우기를 수익 모델로 삼는다. 뉴스를 공짜로 제공하더라도 구독자 수를 확보하며 과장하는 게 먼저다. 이를 바탕으로 광고주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요구한다. 언론사 이름을 내세운 행사와 사업 유치 진행도 기본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주요 거래 대상은 정부, 자치단체, 기관, 기업 등이다.

문제는 이들이 거래 대상이기 전에 감시·견제 대상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매체는 감시·견제 대상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한다. 감시·견제 기능을 강화할수록 생존이 위협을 받는 역설에 빠지는 셈이다. 그 역설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제 기능을 하려는 언론사가 있다. 후원회원제를 운영하는 <뉴스민>·<뉴스타파>·<한겨레> 이야기를 들어봤다.

천용길(오른쪽) 뉴스민 대표가 3월 열린 뉴스민 후원의 밤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민
천용길(오른쪽) 뉴스민 대표가 3월 열린 뉴스민 후원의 밤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민

◇독립언론이라 가능한 일 = <뉴스민>은 대구·경북지역 언론이다. 홈페이지(newsmin.co.kr)에서는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청소년,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대구경북지역 독립언론’으로 소개하고 있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당선되면서 대구 지역 언론은 고초를 겪고 있다. 홍 시장은 5일 <대구MBC> 취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대구MBC>는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 관련 보도를 이어왔다. 뉴스민도 예외는 아니다. 

광고는 진작에 끊겼다. 대구시는 2022년 6월을 끝으로 <뉴스민>에 광고를 주지 않았다. 2022년 4월 6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7대 비전 발표 기자회견을 하던 자리에서 이상원 <뉴스민> 기자가 “(시정을) 잘 모르고 있는데 어떤 부분을 개혁하겠다고 계속 말씀을 하시는 건지”라고 물었다. 홍 시장은 “참 못된 질문이네”라고 답했고 그 뒤로 광고는 없었다.

대구시가 광고를 끊었다고 <뉴스민>이 당장 흔들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좋은 언론으로 바로 서겠다는 의지를 바탕으로 지방자치단체·기업 의존도를 낮추고자 늘 애썼다. 하지만 올해 1월 천용길 대표는 무거운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3월까지만 급여 지급이 가능했다.

그는 2월 20일 ‘제2창간 운동’을 알렸다. 자본과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으려면 시민의 힘이 필요했다. 이때부터 모집한 후원회원 ‘뉴민스’는 지난 9일 현재 804명이다. 천 대표는 후원받는 지역언론의 역할을 더욱 고민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후원을) 빚이라 표현했는데 앞으로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방정부에 지역언론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부분에서 사람들이 목마름을 느끼지 않았나…. 언론 수용자들이 목말라한 부분을 발굴하면서도 저널리즘 가치와 충돌하지 않도록 잘해야겠다 싶어요.”

천용길(왼쪽) 뉴스민 대표, 김용진(오른쪽) 뉴스타파 대표. /뉴스민·뉴스타파
천용길(왼쪽) 뉴스민 대표, 김용진(오른쪽) 뉴스타파 대표. /뉴스민·뉴스타파

◇앞서 나가는 후원제 선두주자 = <뉴스타파>는 해직 언론인들이 만든 언론사다. 2012년 1월 첫 방송을 시작했다. 닷새 만에 유튜브 클릭 수 30만 회를 돌파하고 후원 문의가 빗발쳤다. 후원 창구를 열었고 지금 후원회원 제도 안착으로 이어졌다. <뉴스타파> 후원회원은 4만 명이 넘는다.

<뉴스타파>는 2016년 7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보도했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성매매를 지원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대한민국 언론의 ‘성역’ 삼성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그 보도 이후 하루에도 몇백 명씩 후원회원이 들어왔다”며 “2014년 세월호 현장에서는 정부 발표를 받아쓰는 매체가 아닌 현장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매체라는 인식을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비영리·비당파·독립탐사보도매체를 내걸고 있다. 특정 진영이나 당파에 휘둘리지 않고 진실만 보겠다는 각오다.

김 대표는 “주요 독자 이념이나 성향과 배치된다고 해서 어떤 것은 취하고 어떤 것은 버려서는 안 된다”며 “그럴 거면 문을 닫겠다는 심정으로 한결같이 보도하니 이해해 주는 독자도 생겼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3월 후원회원을 대상으로 영화 다음소희 단체 관람을 진행했다. /한겨레
한겨레는 3월 후원회원을 대상으로 영화 다음소희 단체 관람을 진행했다. /한겨레

<한겨레>는 2021년 5월 ‘한겨레 서포터즈 벗’이라는 이름으로 후원회원제를 시작했다. 전국 단위 매체 가운데 후원회원제를 처음 선보였다. 2022년 6월 공개된 자료를 보면 후원회원 수는 3200여 명이다. <한겨레>는 후원회원을 겨냥한 콘텐츠 전략과 함께 후원회원·독자·주주와 연결을 강화할 방안도 고민한다. 주로 40대 이상이 많은 후원회원을 더 다양한 연령대로 넓히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황예랑 한겨레 미디어전략실장은 “2030세대가 관심을 많이 두는 동물·기후위기·환경 관련 캠페인을 주기적으로 진행한다”며 “쓰레기 ‘줍깅’ 키트를 보내고 온라인에 해시태크와 인증숏을 올리는 이벤트를 했는데 젊은 여성 후원회원이 많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황 실장은 “후원회원은 해당 매체를 강하게 지지하는 충성 독자로 일반 독자보다 강하게 연결돼 있다”며 “후원회원제를 운영하는 언론사는 후원회원들에게 효능감을 줄 수 있는 서비스와 친밀하고 밀착된 소통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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